▲열주 카르나크 신전에서 가장 인상적인 열주의 행렬은 여행객의 입을 절로 벌어지게 한다.
운민
다음 발걸음은 이집트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카르나크 신전으로 이어진다. 아문신과 그의 아내인 무트여신 그리고 아들인 콘수 신에게 봉헌되었고 중왕국 이후 꾸준히 규모를 확장해 왔다. 남북으로 2km, 동서로 500m를 자랑하는 이 신전은 단지를 형성하고 있으며 아문신전 구역을 중심으로 무트, 몬트 등 많은 부속신전을 거느리고 있다.
룩소르 신전도 이곳에 소속되어 있었으니 이 신전의 독보적인 위상을 짐작할 만하다. 신왕국 이후 쇠퇴하는 파라오의 권력을 대신해 이 카르나크 신전의 아문 대사제가 권력을 휘둘리는 일도 심상치 않게 살필 수 있다. 모든 구역을 전부 관람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아문대신전만 공개되어 있는데 가장 규모가 거대한 탑문을 비롯해, 하늘과 맞닿아 있는 듯한 열주들이 인상적이다.
중왕국 시대 이후 30명이나 되는 파라오가 건설에 참여하면서 신왕국 시대 대부분의 파라오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나일강 건너 서편의 하트셉수트 장제전과 바라보이는 지점에서 1 탑문이 시작되는데 사자의 몸에 양머리를 한 스핑크스가 양옆으로 질서 있게 도열해 있었다.
곳곳에 빼곡하게 새겨진 부조와 글자들이 여길 찾는 후손들에게 끊임없이 대화를 들려주지만 그 이야기를 듣자면 며칠도 부족해 보인다. 탑문을 하나하나 지날 때마다 제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파라오의 일화가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네 번째 탑문 너머로는 하트셉수트의 오벨리스크가 서 있는데 다른 곳과 달리 주변에 돌담을 쳐 놓았다. 그녀를 증오했던 투트모세 3세가 벽을 쌓아 업적을 지우기 위한 일환이었다 한다.
10개가 넘는 탑문의 가장 안쪽에는 지성소가 자리한다. 이제 동, 서축을 지나 신성하게 여겨졌던 호수로 떠나보자. 이 호수는 사제들이 의식을 치르기 전에 몸을 정화했던 장소로 더위에 지친 관광객들이 땀을 시키거나 목을 축이기 위한 식당과 기념품점이 자리한 곳이기도 하다.
사회는 바뀌어도 변함없이 자리하는 곳
여기에는 쇠똥구리 모양의 캐프리신의 조각이 보이는데 동틀무렵의 해를 의미하며 창조와 생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곳에는 재미있는 미신이 있다. 반시계 방향으로 3번을 돌면 결혼을 할 수 있고, 5번 돌면 아이가 생기며, 7번 돌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뜨거운 해가 정면으로 작렬하는 장소지만 소원을 이루기 위해 저마다 열심히 주위를 도는 모습을 심상치 않게 만난다.

▲소피텔 윈터 팰리스 룩소르를 대표하는 호텔, 소피텔 윈터 팰리스
운민
다시 숙소로 돌아와 나일강을 고요히 바라본다. 소피텔 윈터 팰리스라는 고상한 이름을 지닌 이곳은 1905년에 지어진 이래 수많은 명사들이 묵으면서 호텔의 명성을 드높였다. 그중에는 투탕카멘으로 유명한 하워드 카터를 후원한 카너번경, 벨기에 왕 알베르 1세가 있었다.
아거사 크리스티는 이곳에 머물며 소설 <나일강의 죽음>을 저술하기도 했다. 독보적인 화려함을 지닌 이 호텔은 그야말로 이집트를 대표할만하다(관련 기사:
아가사 크리스티가 추리소설 쓴 곳, 직접 와보니 https://omn.kr/2aoh3 ).
이집트의 마지막 석양이 넘어가며 하늘빛이 진한 주홍색으로 물든다. 한 달간 이집트를 남, 북으로 종단하며 독자들에게 익숙하면서 생소한 이 나라를 생생히 전달하려 노력했다.
처음 접하는 낯선 문화와 관광객을 향한 치근덕거림에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일상처럼 툭툭 털고 일어나면 문명의 장구함과 유구함, 인간의 미약함을 직시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집트의 나일강은 오늘도 변함없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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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학 전문 여행작가 운민입니다. 팟케스트 <여기저기거기>의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obs라디오<굿모닝obs>고정출연, 경기별곡 시리즈 3권, 인조이홍콩의 저자입니다.
강연, 기고 연락 ugzm@naver.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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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약한 인간... 나일강은 오늘도 변함없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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