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는 내가 되어간다는 것

서울특별시교육청 앞 부당해임 투쟁 중인 지혜복 선생님을 인터뷰하다

등록 2024.12.12 09:53수정 2024.12.1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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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11일 제7차 딥페이크 OUT 공동행동 말하기 대회에서 지혜복 교사가 발언하고 있다.
지난 10월 11일 제7차 딥페이크 OUT 공동행동 말하기 대회에서 지혜복 교사가 발언하고 있다.서울여성회

'연대'란 무엇일까. 노동조합 투쟁 현장을 나가면 가장 많이 보이는 단어가 '연대'이다. 어느 집회에나 '연대자' 발언이 있고 '연대의 힘으로 승리하자'는 구호도 많다.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이상규 지회장은 '연대가 없으면 노동조합은 반드시 져요'라며, 연대를 강조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연대가 없으면 노동조합은 반드시 져요" )

그렇다면, '연대'란 무엇일까? 연대를 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연대를 받으면 어떤 감정이 들까? 답은 연대를 주고 받는 노동자가 당사자에게 물어야 나올 것이다. 지난 10일,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부당해임 철회 투쟁을 하는 지혜복 선생님에게 '연대'에 대해 물었다.

공익 제보 후 해임당한 교사에게 연대하다

2024년 1월 21일, 혜복씨가 서울특별시교육청 앞에 피켓을 들고 나타났다. "부당전보 철회하고 학내 성폭력 사안 해결하라"가 적혀있었다.

혜복씨는 중고등학교에서 약 30년간 사회 과목을 가르친 선생님이다. 2023년 5월, 혜복씨는 당시 상담부장으로서 여러 학생을 상담하다가 해당 학교의 여학생 중 약 75%가 남학생들로부터 성희롱, 성추행 등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곧바로 피해 학생을 보호하고 가해 학생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하여 학내에서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는 잘 진행되지 못했다. 결국 혜복씨는 서울특별시교육청에 도움을 요청했고 이젠 잘 해결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의외의 결정을 내렸다. 혜복씨를 다른 학교로 발령낸 것이다. 5년마다 돌아오는 정기 전보도 아니었다. 급작스레 나온 전보는 학내외에서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라고 끊임없이 요구하는 '골칫거리'를 옮기려는 것임이 느껴졌다.


피해 학생과 학부모도 같은 감정을 느꼈다. 결국 혜복씨는 이것이 '부당 전보'이니 철회하라며 발령받은 학교로의 출근을 거부하고 1인 시위를 시작했다. 2024년 9월 27일, 서울특별시교육청은 혜복씨가 무단결근을 했다며 '해임'했다. 또한 2024년 10월 4일, 혜복씨를 '직무유기'로 고발했다.

이러한 상황에 많은 시민사회가 혜복씨에게 연대하고 있다. 여러 인권활동가, 노동조합원, 교육노동자 등이 매일같이 연대 방문을 하며, 혜복씨를 지지하는 변호사 77명이 의견서를 작성하여 서울특별시교육청에 제출하기도 했다. 약 73개의 노동조합, 시민단체가 혜복씨의 투쟁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당신의 투쟁은 정당합니다"

혜복씨는 해임 전에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 활동을 열심히 했다. 전교조 창립 멤버이고, 1989년 전교조 교사 대량 해임 당시에 해임되었다가 복직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당시엔 대량 해고였으며, 사회적으로 투쟁을 지지하는 여론이 컸다. 그래서 해임 상태에 있으면서도 안정감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다르다. 정년이 2년 남짓 남은 상태에서 혼자 당한 해고는 아팠다.

불투명해진 미래와 가벼운 지갑은 혜복씨의 마음을 덜컥거리게 했다. 이전에도 투쟁 사업장에 연대를 다녔으나, 이젠 깊이가 달라졌다. 연대 간 곳에서 해고 노동자 발언을 들을 땐, 뼈아프게 공감했다. '이렇게 아픈 동질감도 있구나' 생각했다.

혜복씨가 연대 받는 경험도 깊이가 달라졌냐는 질문에 혜복씨는 "감사하다는 말로...다 표현이 안 되죠"라며 울컥한 듯한 목소리로 답했다. 혜복씨에게 연대자의 존재는 자신의 투쟁이 당당함을 증명하는 수단이다. 여유 시간이 생기면, 누구나 쉬거나 놀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간을 내서 와준다는 건, '당신의 투쟁에 공감합니다'라는 의미로 혜복씨에게 다가왔다. '당신의 투쟁은 정당합니다'라고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행동으로 증명하는 일임을 혜복씨는 알고 있다. 연대자가 찾아오고, 점차 늘어나는 걸 보면서 혜복씨는 자신의 투쟁에 자신감을 더욱 갖게 되었다. 혜복씨 내면에 커져가는 정당성에 대한 확신이 혜복씨를 더욱 부지런하게 움직이게 한다. "어제는 철도파업집회에 연대갔고요. 이 인터뷰 끝나면 광화문에 청소년 단체가 시국 선언하는 데에 연대 가요" 혜복씨는 부지런히 연대를 주고받고 있다.
#서울교육청 #교사 #성폭력 #연대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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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어렵다고 안 할 것인가'라는 좌우명을 가지고 살고 있는 이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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