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차 유엔 고문방지위원회 심의 제6차 유엔 고문방지위원회 심의에 참석한 손석주 대표는 유엔 고문방지위원회 대한민국 담당 국가보고관인 아나 라쿠(Ana Racu) 위원과 피터 베델 케싱(Peter Vedel Kessing) 위원을 만나 면담을 가졌다.
손석주
- 지난 7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연합(UN) 산하 고문방지위원회 심의에 참석해 고문 피해를 증언하셨는데요. 그 결과 의미 있는 권고도 받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소개해 주시고, 정부가 이를 이행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세요.
유엔 고문방지위원회 제6차 최종 견해의 주요 권고로는 시설수용 및 과거사 피해자의 구제 보장, 구금 초기 단계부터의 변호인 조력권의 보장, 정신 보건 시설 강제 입원 및 입소 방지 등이 있습니다. 권고 내용에 만족하고, 꿈도 꿀 수 없는 일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제네바에 가기 전에 발표할 원고를 열심히 준비해 갔는데, 막상 도착하니 미리 써온 원고를 그대로 읽는 것은 만족스럽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준비해 간 원고는 읽지 않고 정말 제 마음에서 우러나온,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옆에 누워 잠들었던 친구가 아침에 죽어있는 모습을 보며 나도 내일 아침에 해를 볼 수 있을까 하는 공포, 언젠가는 이곳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매일 두려움을 느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어떻게 행동하면 한 대라도 덜 맞을까,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먹을 수 있을까 궁리하고 두려움에 떠는 일이 신체적인 폭력보다도 훨씬 끔찍했다고 말했습니다. 저희와는 전혀 교류가 없는 분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 이야기를 듣는 위원분들이 모두 눈물을 훔치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며 저의 이야기에 공감을 해주시는구나 싶었죠.
하지만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의 권고는 대한민국 정부가 이를 지킬 의지가 없으면 달라질 것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 지켜봐야죠. 저는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못하고 명예회복도 되지 못한 채 돌아가시게 될 것 같아 걱정됩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기회는 지금밖에 없어요.
- 대구 희망원, 덕성원, 칠성원 등 영화숙·재생원과 유사한 수용시설이 많았지만 많은 피해자들이 지금도 본인의 피해 사실을 밝히며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대표님께서도 이들을 위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오셨는데요. 피해자들이 나서기 어려운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세요.
사회의 시선도 문제이고, 내가 나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으니 선뜻 나서지 않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건 작년에 피해자 6명이 모여 부산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을 때였어요. 그때 방송국에서 기자회견을 촬영해가서 피해자들이 애타게 8시 뉴스를 보고 있는데 나오지 않더라고요. 나중에 알아보니 그림이 너무 안 나와서 뉴스에 싣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언론도 진실을 밝히는 일보다 그림을 더 중요시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죠. 그래서 그 이후로는 그 '그림'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피해자들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다녔습니다. 부산시에 있는 13개의 인권 단체를 찾아다니며 도움도 요청했고요. 그렇게 연결된 단체들에 의지하며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우리 협의회의 힘만으로는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고 생각하고, 도와주시는 많은 분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습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임에도 신청 기간을 넘겨 조사를 받지 못한 분들이 400여 명이 되는데요.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길잡이의 역할을 맡아 부산시에서 구제 협의회를 만들어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구 희망원 피해자와 서울시립아동보호소 피해자들도 모으고 있고요.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건 조사와 진상규명을 맡는 기관이 사라지지 않고 유지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그런 면에서 진화위가 2025년 5월에 활동을 종료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진화위의 운영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여러 의원실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구하고 있고요. 수용시설 문제에 대해 조사를 할 수 있는 기관은 진화위뿐이고, 진화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재판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진화위의 존속은 필수적입니다. 많은 단체와 시민들이 힘을 모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영화숙·재생원피해생존자협의회는 공영 장례 관련해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공영 장례 위임절차와 유언 공증 지원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특히 올해 초, 가족이 없는 무연고 생존자분들이 사후 국가소송 배상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의사를 유언장에 담기도 했는데요. 이 같은 일을 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이고,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작년에 활동하면서 보니 형제복지원 소송 중에 돌아가신 피해자분들이 많더라고요. 피해자들이 모두 고령인 만큼 이런 일은 저희에게도 곧 닥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번도 사람답게 살지 못했던 분들이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외롭게 세상을 떠나지 않도록 협의회에서 직접 상을 치러줄 수 있는 방식을 찾다가 공영 장례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부산시는 무연고자가 사망하는 경우 부고를 띄워 공영 장례를 하고 있고, 부산 시민 공영 장례 조문단도 운영하고 있는데요. 현재 우리 협의회도 공영 장례 조문단에서 활동하며 무연고자 장례식에 찾아가 조문을 드리고 있습니다. 사회적 참사가 있었을 때마다 많은 시민들이 찾아가 함께 슬픔을 나눈 것처럼 장례식장 입구에서 공영 장례의 의미를 안내하고, 일반 장례 때문에 장례식장에 방문한 분들도 공영 장례를 찾아 추모할 수 있도록 하는 운동을 추진하고 있어요.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하더라도 사실은 우리 모두 이웃사촌이었던 거잖아요. 현재 피해 생존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무연고자분들의 공영 장례까지도 많은 관심을 두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협의회 내에서는 유언장을 미리 작성해 무연고자인 피해 생존자의 재산이 국가에 환원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곳에 기부될 수 있도록 하는 활동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가로부터 배상금을 얻게 되었다고 가정했을 때 이 돈이 다시 국가로 환원되는 것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곳에 기부되기를 바라는 분들로부터 신청을 받고 있어요. 현재 유언장은 12명 정도 작성하셨고요.
- 영화숙·재생원피해생존자협의회의 대표로서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현재 가장 중요한 목표는 피해자 한 분이라도 더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지금은 비영리단체이지만 후에는 재단법인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도 있어요. 재단법인을 설립해 저희가 다 죽고 없어지더라도 추모 사업과 위령제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부산시로부터 도움을 받아 형제복지원 피해자협의회와 공동으로 추모 공원을 만드는 것도 최종 목표 중 하나입니다. 가능하다면 건물을 구해 피해 생존자들이 한 곳에 모여서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고요.
또 수용시설 피해 생존자들이 하나가 되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영화숙·재생원 단체 이외에 연대하고 있는 단체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연대체들을 점차 늘려가고 싶어요. 지금도 협의회 안에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명절이 되면 다 함께 모여 윷놀이도 하고, 점심 한 그릇 먹고 바람도 쐬고 오고 그럽니다. 이런 식으로 공동체가 계속 유지되면서 서로 아픔을 나누고 의지하다 보면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피해자들이 사회에 안전하게 복귀하고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만들어지도록 돕는 것도 목표 중 하나입니다. 지금 여러 단체에서 도움을 주고 있는 것처럼 다른 단체들이 저희와 함께해줄 때마다 큰 원동력이 됩니다.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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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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