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을 쏘는 사대에서 과녁까지 145m
이승숙
그 줄자를 볼 때마다 나는 쓸데없는 걸 돈 주고 샀다고 속으로 궁시렁댔다. 남편에게는 그만큼 활과 활을 쏠 수 있는 활터가 중요했지만 활을 쏘지 않는 나는 그 모든 노력들이 좀 못마땅했다.
뭐 하려고 그렇게 애를 쓴단 말인가. 여기서 잘 지내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활을 쏘면 될 텐데, 뭐 하러 이렇게 고생을 한단 말인가. 활터로 쓸 자리를 찾느라 날마다 돌아다니는 남편을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치앙라이에서 생활하는데 줄자는 아무 쓸모가 없는 물건이다. 그걸 어디에 써먹을 수 있단 말인가. 쓸모도 없는 줄자를 방 한 쪽에 둔 채로 내내 지냈다. 한국으로 돌아갈 때가 되자 줄자가 거추장스러웠다.
저 놈의 것을 버려야 하나, 어째야 하나. 버리자니 아깝고 그렇다고 그걸 들고 한국으로 갈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내게는 애물단지 같았던 줄자였지만 남편에게는 소용 닿는 물건이었다. 다음에 치앙라이에 올 때 쓸 요량으로 숙소에 맡겨두고 왔다.
사대에서 과녁까지 145m
그렇게 맡긴 줄자를 챙겨들고 들판으로 갔다. 활을 쏘는 사대(射臺)에서 과녁까지 거리는 145m다. 줄자의 길이는 30m 밖에 되지 않았다. 30m 가서 점을 찍고 그곳에서 또 30m, 이런 식으로 5번을 해서 총 150m에서 조금 못 미치는 지점에 막대를 꽂았다. 이 자리에 과녁을 세우면 된다.

▲ 해 뜨는 아침에 활을 냅니다.
이승숙
벼를 베어낸 빈 들판이다. 비어있는 논이 활터가 되고, 화살은 논바닥에 떨어질 것이다. 한국 국궁장은 과녁 근처를 말끔하게 정리해 두어서 떨어진 화살이 눈에 잘 띄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다.
태국은 벼를 바싹 베지 않고 그루터기를 길게 남겨두고 벤다. 그러니 화살이 논바닥에 떨어지면 그루터기에 가려 어디에 있는지 찾기가 힘들 것이다. 과연 활을 쏠 수 있으려나. 화살을 잃지 않고 건사할 수 있을지... 염려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걱정은 나중에 해도 된다. 지금 당장은 활을 쏠 자리가 있다는 그 점이 좋은지 남편은 얼굴 가득 웃음을 띠었다. 145m 거리에 꽂아놓은 나무 막대를 과녁인양 눈으로 조준하고 또 조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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