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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꿇고 막았다"는 여인형에, "방첩사 내부 부글부글"

"사령관은 출동 지시, 부하들이 고의 지연하며 영수증까지... 윤 정부 이후 방첩사 정보활동 강화, 군 내부서도 불만"

등록 2024.12.13 12:11수정 2024.12.13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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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 내란 사태의 핵심인물 중 하나로 꼽히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왼쪽).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1월 6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중장 진급·보직 신고 및 삼정검 수치 수여식에서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삼정검 수치를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2.3 내란 사태의 핵심인물 중 하나로 꼽히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왼쪽).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1월 6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중장 진급·보직 신고 및 삼정검 수치 수여식에서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삼정검 수치를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12.3 내란 사태의 핵심 인물 중 하나로 꼽히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두 번째 검찰 소환 조사를 마친 가운데, 방첩사 내부에서는 여 전 사령관이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목소리가 들끓는 것으로 전해진다. 12월 3일 밤 방첩사 병력들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출동시킨 여 전 사령관이 이제 와서 '윤석열 대통령에 무릎 꿇고 계엄을 만류했다', '4월 총선 참패 이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과 관련한 얘기를 들었으나, 모의를 하진 않았다',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진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13일 국회 국방위원회·정보위원회의에 모이고 있는 정보들을 종합하면, 방첩사 일선 다수의 부하들은 여 전 사령관이 12.3 당일 계엄 선포 이후 '빨리 출동하라'는 지시를 수차례 내렸다면서 현재 여 전 사령관의 수사기관 진술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고 한다.

여 전 사령관은 검찰 조사에 앞서 지난 9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부대 출동은 새벽 1시가 넘어서였고, 국회나 선관위 근처까지 가다가 복귀했다. 이것은 방첩사가 계엄령을 사전 알지 못하였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주장했으나, 실제 출동한 방첩사 부대들이 국회나 선관위에 도착하지 못한 이유는 자체적으로 명령이 잘못됐다고 느낀 일선 병력들이 이동 도중 차에서 내려 휴게소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차량에서 대기하며 시간을 끌었기 때문이라는 반론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한다.

한 국방위 관계자는 "방첩사 부대원들은 여 전 사령관의 명령이 부당하다고 느끼고 현장 도착을 고의 지연시키기 위해 커피를 사 마신 영수증이나 CCTV까지 보관하고 있다더라"라며 "결국 부하들이 말을 듣지 않아 방첩사가 현장에 도착하지 않은 것인데, 이를 마치 여 전 사령관이 계엄에 동조하지 않은 증거처럼 제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현재까지 국방위·정보위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12월 3일 계엄 선포 이후 100명 이상의 방첩사 부대원들이 국회와 선관위에 출동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이기헌 위원이 군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첩사는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악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수원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 ▲서대문 여론조사 꽃 등 4군데에 각각 25명씩 총 100명을 보냈다.

다만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선관위 등 관련 기관에 실제 도착한 방첩사 병력은 '0'명이라고 한다. 출동만 했을 뿐 도착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회로 출동시킨 병력의 규모와 실제 도착 여부 등도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방첩사는 군 정보기관이기 때문에, 정확한 현황 파악이 어렵다고 한다. 추후 수사 등을 통해 계엄 당일 동원된 방첩사 병력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윤 정부 들어 다시 격상된 방첩사…군내 동향 모니터링 강화해 내부서도 불만 고조"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윤오준 국정원 제3차장이 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열린 비상계엄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회의 시작 전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보고 있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윤오준 국정원 제3차장이 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열린 비상계엄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회의 시작 전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보고 있다.공동취재사진

방첩사 내부에서는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 방첩사의 전신인 기무사령부가 계엄을 검토했다가 2018년 뒤늦게 밝혀진 이후 부대가 해체 수준의 위기를 겪었던 역사를 잘 모르고 있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한 정보위 관계자는 "방첩사는 지난 2018년 계엄 문건이 발견돼 논란이 된 이후 부대 해체 수준으로 조직이 개편됐고 이후 수년간 나름대로 자정 노력을 많이 해왔다"라며 "하지만 여 전 사령관은 이같은 해편 기간 동안 방첩사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 히스토리를 잘 모르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보안사령부의 후신이기도 한 기무사는 실제 계엄 문건 논란 이후인 2018년 9월 해편되고 지원사령부 성격의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격하됐다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난 2022년 11월 방첩사령부라는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고 다시 사령부급으로 격상됐다. 여 전 사령관은 지난해 11월에야 방첩사령관 자리에 올랐다.

한 퇴역 사령관은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 방첩사가 특별 신원조사라는 미명 하에 주요 장성들의 신상 동향을 끊임없이 모니터링한다는 불만이 군 내부에서 굉장히 많이 나왔다"라며 "군사정권 시절에 버금갈 정도라는 말이 나왔다"고도 했다.

이 인사는 "특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올해 3~4월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경호처장 공관에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비롯해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함께 모였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여겨져 왔다"라며 "지금 와서 'TV 보고 계엄령을 알았다'고 하는 여 전 사령관의 태도는 믿기가 어렵다"고 했다.

육사 48기인 여 전 사령관은 12.3 내란 사태의 중심에 있는 윤 대통령, 김용현 전 장관과 같은 충암고등학교 출신으로, 소위 군내 '충암파'의 핵심 인물 중 하나로 분류된다. 만일 계엄이 계속됐다면 여 전 사령관이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장을 맡기로 돼있었다. 계엄사 산하 합수본부장은 과거 전두환이 1979년 12.12 군사 반란 이후 맡았던 핵심 요직이다. 전두환은 12.12 쿠데타 당시 '보안사령관'이었는데, 현재로 치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직책에 해당한다.

여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포고령 작성에 핵심적으로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여 전 사령관의 육사 선배인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은 12.3 계엄 선포 이후 여인형 전 사령관이 전화로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10여 명의 체포 명단을 불러주며 검거를 위한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여 전 사령관의 부하인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 역시 여 전 사령관이 14명에 이르는 체포대상자 명단을 불러줬고, 수방사 내 B1 벙커에 구금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여 전 사령관은 앞서 지난 10일과 12일 검찰에서 각각 12시간 넘는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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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
#여인형 #방첩사 #기무사 #보안사 #전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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