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키우는 부모 이름으로 윤석열 퇴진을 명한다"

서울 노원구 초등학생 학부모 시국선언

등록 2024.12.13 15:27수정 2024.12.1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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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시국선언문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부착한 시국선언문
학부모 시국선언문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부착한 시국선언문유소라

12월 3일 밤, 아이들과 잠자리를 준비하던 시간, TV를 보다가 제 눈과 귀를 의심했습니다. 대통령의 "비상 계엄을 선포합니다"라는 발표에 아이는 "엄마 어떡해?"라고 물어왔습니다. 지인들의 카톡방은 불이 났습니다. 각자 보고 있는 뉴스 화면을 찍어올리며 "이게 AI아니고 실화냐"며 밤새도록 채팅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한 친구는 가족 중 한 명은 아이들과 집에 남고, 다른 가족은 국회로 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국회로 가진 못 했지만,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계속 뉴스를 주시하며, 밤을 지새웠습니다.

다음 날, 학교 갈 준비를 하던 제 아이는 "이제 진짜 계엄령 아닌 거 맞아? 대통령이 또 계엄령 선포하면 어떡해? 너무 무서워"라며 몇 번을 확인했습니다. 괜찮다고 안심하라고 아이에게 말하면서도,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는 대통령이라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8년 전 박근혜 탄핵 요구가 높아지던 때 두 돌 아기를 키우고 있던 저는 도저히 집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 박근혜를 끌어내리지 못한다면 우리 아이에게 부끄러운 부모가 될 것 같았습니다. 아이를 등에 업고 나간 광화문에는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나온 부모들, 고사리 같은 아이의 손을 잡고 집회에 나온 부모들이 참 많았습니다. 아마 모두 저와 같은 생각이었을 것입니다.

2년 반 동안 윤석열은 우리의 일상을 조금씩 파괴하고 있었습니다. 여름에는 전기세 폭탄, 겨울에는 난방비 폭탄, 물가가 너무 올라 장바구니는 텅텅 비었지만, 그래도 견뎠습니다. 먹고 살기 힘들지만 더 나빠지지 않겠지 하는 마음으로 참았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계엄령 선포는 이전의 것들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이것은 생존의 문제와 다름없었기 때문입니다. 내 아이가 살아갈 이 나라를 독재정권 시절의 모습으로 그대로 둘 수는 없었습니다.

충격의 계엄령 선포 이후, 각계각층에서는 시국선언을 발표했습니다. 공무원, 의사, 교사는 물론이고, 중고등학생들도 시국선언에 나서는 모습을 보며, 미약한 힘이지만 보태고 싶었습니다.


 직접 작성한 학부모 시국선언문
직접 작성한 학부모 시국선언문유소라

오늘(13일) 아침, 아이가 다니는 학교 앞에 시국 선언문을 부착하고 독려했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 맘카페에도 글을 올렸습니다. 글을 본 많은 분들이 '참여했다', '응원한다'고 댓글을 달아 주셨습니다. 따뜻한 응원의 댓글을 보며 용기 내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윤석열이 탄핵되는 그 날까지 저는 싸울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불행한 미래를 물려줄 수는 없기에 끝까지 노력할 것입니다.


서울 노원구에서 초등학생을 키우는 학부모 여러분 함께 해주세요!

▶️ 시국선언 동참하기 : https://bit.ly/4faey9L

노원구 초등학생 학부모 시국선언문

"미래세대를 키우는 부모의 이름으로 윤석열 퇴진을 명령한다"

12월 3일 길었던 밤,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기까지 수많은 엄마들은 쉽사리 잠에 들 수 없었습니다.

내일 당장 아이들 학교는 갈 수 있을지, 만약 계엄이 해제되지 않는다면 이후의 삶에 대해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해줘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학교를 다녀 온 아이의 입에서 '계엄령'이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평생 겪지 않아도 될 역사의 비극을 겪게 된 아이를 보며 앞으로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갈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년 전에도 우리는 어린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추운 겨울날 촛불을 들었습니다. 부정한 대통령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그 아이들의 손을 잡고 우리는 함께 촛불을 들 것입니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 민주주의 파괴를 서슴지 않는 대통령이 있는 한, 우리 아이들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없습니다. 평범하게 행복을 누릴 수 없습니다.

우리는 세월호에서, 이태원에서 희생된 아이들의 부모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은 국민을 지킬 생각이 없는 무책임한 정권 아래에서 희생당하는 아이들이 없어야 합니다.

미래세대를 키우는 부모의 이름으로 윤석열 퇴진을 명령합니다.

"윤석열은 즉각 퇴진하라!"

2024년 12월 12일

서울 노원 계상초, 공릉초, 공연초, 노원초, 녹천초, 당현초, 덕암초, 동일초, 상경초, 상계초, 상곡초, 상원초, 상월초, 상천초, 선곡초, 수락초, 수암초, 신계초, 연촌초, 온곡초, 용동초, 용원초, 원광초, 월계초, 을지초, 중계초, 중평초, 중현초, 청계초, 청원초, 태랑초, 태릉초, 한천초, 화랑초 학부모 140명 일동 (강가연 강미경 강양옥 고은영 구은미 권민경 권은순 권은지 권혁규 권화정 김경호 김근영 김대희 김미연 김미영 김미현 김병대 김보형 김세진 김수민 김신혜 김영선 김유진 김윤채 김은혜 김정희 김지영 김지윤 김진숙 김학수 김현정 김현주 김현희 김혜미 김혜미 김혜영 김효진 김희선 노태안 문주희 박미희 박배은 박수화 박영진 박윤경 박은정 박은혜 박정환 박종희 박지희 박진웅 박창규 박현옥 박현진 박혜림 방일숙 배여진 백수영 백은미 백진영 서윤옥 석연지 성정순 손승희 송재은 수희 신보람 신상미 신은영 신지아 신지연 신지원 신훈섭 심지향 안지윤 안지혜 안지혜 안혜영 엄경진 엄한나 원영진 유경하 유경하 유소라 유은희 유주현 윤성심 이경민 이두종 이석준 이선영 이설아 이성미 이소정 이언화 이영옥 이은미 이은주 이종혁 이지명 이지연 이지은 이지은 이현주 장미연 장애진 전미화 전의정 전주영 정경수 정문현 정문현 정보미 정재균 정준모 정지연 정진미 정희은 조미란 조분임 조성희 조은미 조인애 조현경 지서진 최대영 최미연 최영철 최왕식 최은정 최정윤 최태영 최현 한가람 한미성 한정아 한정애 한지민 홍기웅) 12/13 오전 기준
▣ 제보를 받습니다
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
#윤석열 #시국선언 #학부모시국선언 #촛불집회 #여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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