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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팔현습지의 매력... 솟대를 세운 마음

금호강 팔현습지는 겨울도 아름답다... 이곳을 자주 찾게 되는 까닭

등록 2024.12.13 16:55수정 2024.12.1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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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겨울철새들이 팔현습지를 찾아 열심히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다양한 겨울철새들이 팔현습지를 찾아 열심히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정수근

 꽁지를 하늘 위로 올리고 머리를 박은 채 열심히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겨울철새들
꽁지를 하늘 위로 올리고 머리를 박은 채 열심히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겨울철새들 정수근

 엄청난 수의 누치떼가 유영하고 있다.
엄청난 수의 누치떼가 유영하고 있다. 정수근

윤석열의 망상으로 시작된 내란-탄핵 정국으로 연일 집회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놀라고 어지러운 마음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13일 금호강 팔현습지를 달려간 이유다. 겨울 팔현습지는 초입부터가 다른 계절과는 많이 다르다.

겨울 팔현습지의 매력

숱한 생명들이 팔현습지의 초입에서부터 반겨주기 때문이다. 누치라는 물고기떼에서부터 비오리나 청둥오리, 알락오리, 물닭, 쇠오리 같은 겨울철새들이 팔현습지를 찾아 꽁지를 하늘로 올리고 머리는 강물에 박은 채 열심히 먹이활동을 한다. 혹은 머리를 가슴에 박은 채 잠을 청한다. 이런 평화로운 모습들 때문이다.

오리류 겨울철새들이 많기에 이곳엔 수리부엉이를 비롯하여 황조롱이, 참매, 새매 같은 맹금류도 자주 출몰한다. 겨울이 좀더 깊어지면 큰고니와 큰기러기 같은 멸종위기종 철새들도 날아오게 되고 그렇게 되면 팔현습지를 찾는 겨울철새들 무리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잎을 다 떨군 왕버들... 쓸쓸한 아름다움이 있다.
잎을 다 떨군 왕버들... 쓸쓸한 아름다움이 있다. 정수근

 잎을 다 떨군 겨울 왕버들. 야윈 철학자를 닮았다.
잎을 다 떨군 겨울 왕버들. 야윈 철학자를 닮았다. 정수근

뿐만 아니라 잎을 모두 떨군 왕버들군락은 한편 쓸쓸해 보이기도 하지만 고독한 철학자 같은 인상을 주기에 한여름 잎을 가득 달고 있을 때와는 또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어찌 보면 팔현습지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잎을 다 떨군 하식애 나무들 사이에서 잠을 청하는 수리부엉이 부부도 관찰하기 쉬운 시절이고, 잎을 다 떨군 왕버들의 '쓸쓸한 아름다움'을 느끼게도 되는 시절이니 말이다. 저 멀리 겨울철새들 무리가 왕성하게 먹이활동을 하는 것을 구경하는 것은 덤이고.

금호강 팔현습지를 찾는 코스인 강촌햇살교를 넘어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가 하천숲을 만나게 되고, 그 하천숲을 지나 하식애에 다다르면 수리부엉이 부부가 잠을 청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수리부엉이 부부를 보고 나면 이번에 더 안쪽으로 들어가 멸종위기종들의 '숨은 서식처'에 해당하는 왕버들군락지를 만나게 된다.


 팔현습지의 수호신 암컷 '현이'가 잠을 청하고 있다.
팔현습지의 수호신 암컷 '현이'가 잠을 청하고 있다. 정수근

 팔현습지의 수호신 수리부엉이 수컷 '팔이'가 잠을 청하고 있다.
팔현습지의 수호신 수리부엉이 수컷 '팔이'가 잠을 청하고 있다. 정수근

이날도 같은 순서로 들어가 누치떼와 '팔이' '현이'라는 수리부엉이 부부를 만나 부부가 잠을 청하고 있는 신비한 모습을 만났다. 이어 팔현습지의 가장 내밀한 공간인 왕버들군락지에 다다랐다.

잎이 풍성한 한여름 왕버들과 잎을 다 떨군 한겨울 왕버들. 같은 왕버들이 만들어주는 전혀 다른 풍경이 존재하는 이곳은 봄여름가을겨울 각각의 매력이 있다. 그래서 팔현습지를 들르게 되면 꼭 한번 돌아보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팔현습지에 솟대를 세운 마음

최근 이곳엔 솟대가 여럿 섰다. '팔현습지를 지키는 예술행동'(아래 예술행동)에서 매달 진행하는 팔현습지 탐방 프로그램 '수리부엉이클럽'이 12월 탐방을 진행하면서 마지막 순서로 탐방에 참여한 이들과 솟대를 하나씩 세운 것.

이 행사를 기획한 예술행동의 백승현씨는 "팔현습지 내부에는 습지의 특성상 강물이 차올랐을 경우 쓰러져 죽은 나무들이 많아 그 나무들로 솟대로 만들어 습지에 되돌려줌으로서 자연의 착취가 아닌 새로운 의미를 창조했다"라고 설명했다.

 팔현습지에 팔현습지가 온전히 지켜지기를 바라는 기원을 담은 솟대가 여럿 섰다.
팔현습지에 팔현습지가 온전히 지켜지기를 바라는 기원을 담은 솟대가 여럿 섰다. 정수근

 솟대의 새들이 겨울철새들을 바라보고 있다.
솟대의 새들이 겨울철새들을 바라보고 있다. 정수근

또 아래와 같은 중요한 의미도 설명했다.

"솟대는 민속신앙에서 풍년을 기원하거나 장승과 함께 지역의 수호신 역할을 한다. 그래서 팔현습지를 지키고 싶은 마음에 보도교가 세워질 위치에 솟대를 세우게 됐다. 또 솟대는 팔현습지를 보고 느낀 대구시민과 함께 만든 예술작품이다. 팔현습지 공사를 진행하려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곳의 훼손을 꺼리게 만드는 역할을 할 것이다."

환경부발 '삽질'인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정비사업'이 계획돼 있는 팔현습지 보도교 공사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이 계획이 중단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는 것. 부디 이들의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져 이곳 왕버들군락지를 비롯 팔현습지 전역이 온전히 보전되기를 솟대를 보면서 간절히 바란다.

 예술행동의 안수현 씨가 팔현습지를 찾은 겨울철새들을 망원경으로 살펴보고 있다.
예술행동의 안수현 씨가 팔현습지를 찾은 겨울철새들을 망원경으로 살펴보고 있다. 정수근

이날 겨울 팔현습지 탐방을 동행한 예술행동 팀원인 안수현씨는 팔현습지를 정기적으로 찾고 있는 필자와 우연히 만나 동행했다. 그가 느끼는 팔현습지의 아름다움과 이렇게 이곳을 자주 찾게 되는 이유는 이랬다.

"철새들은 강 위에 수를 놓은 듯 아름답고, 돌아온 그들의 안녕을 묻게 된다. 수리부엉이 부부 '팔이'와 '현이'의 안부 그리고 팔현습지의 안부까지. 두루미님(필자)과 헤어지고 산책로를 따라 조금 더 걸었고, 화랑교 위에서 팔현습지를 한참 바라봤다.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이 장면들을 계속 볼 수 있을까. 습지에서의 오늘은 별 일이 없다. 별 일 없는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는다. 팔현습지는 수많은 비인간 야생의 존재들의 집으로서 이곳에 보도교를 낸다는 것은 절대 안 될 일이다. 이 자리에 서서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것. 현재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이 곳을 계속 디디면서 지금을 기록하는 것. 습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예술행동에서 설치해둔 설치미술. 팔현습지가 온전히 지켜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예술행동에서 설치해둔 설치미술. 팔현습지가 온전히 지켜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정수근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지난 15년 동안 아름다운 우리강의 모습을 기록해오고 있습니다.
#금호강 #팔현습지 #겨울철새 #수리부엉이 #왕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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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기사를 엮은 책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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