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만은 가석방심사가 뜻대로 되지 않자 짐승처럼 악을 쓰며 소리를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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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아 불안해하고 분노하는 이런 어린아이 같은 마음을 윤 대통령의 말에도 느꼈다. 그가 계엄을 선포한 걸 내가 이해한 대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국회가 판사를 겁박하고, 행정부 주요 인사들을 탄핵하고, 치안 예산과 재해 대책 예비비를 삭감하는 등 국정을 마비시켰으니 반국가세력이며, 이들을 척결해야 한다.'
'내가 하고자 하는 걸 반대하는' 이들을 반국가적인 인물로 규정하고 이를 척결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하겠다는 걸로 받아들였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계엄령이라는 권력을 휘두른 것이다.
윤 대통령의 심리를 추측해 봤다. 예산안에 대한 불만 등 그가 언급한 걸 보면, 최근 자기 뜻대로 처리되지 않는 일들을 곱씹으며 불안에 휩싸이지 않았을까. 물론 개인적인 추정일 뿐이다. 사람은 누구든 불안에 휩싸여있을 때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힘들다. 드라마 속 동만처럼 감정적인 분노를 폭발시키기도 하고, 비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기 쉽다.
나는 대통령의 성장 과정을 알지 못한다. 왜 불안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됐는지도,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통제하려는 마음을 갖게 됐는지도 알 수 없다. 다만,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느껴지는 불안을 수용하지 못하고, 어떤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그 불안을 없애야만 하는 사람이라면, 게다가 그런 사람이 한 국가를 통치하는 권력을 지니고 있다면, 민주주의에 매우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건 안다.
<가석방 심시관 이한신> 속 동만은 끊임없이 자신을 방해하는 한신을 통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견뎌내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 좌절에 조금씩 익숙해져서일까. 여전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가석방을 도모하고 있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전처럼 감정적으로 폭발하거나 '버럭'하는 빈도는 줄어들고 있다. 감정적으로 차분해지면서, 동만은 점점 더 지략적으로 사고를 한다. 그 지략이 안하무인에 생명마저 경시하는 비윤리적인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나는 지금이 윤 대통령이 '좌절'을 배울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살아가다 보면 뜻대로 되지 않는 것도 있음을,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함부로 권력을 사용하면 안된다는 걸, 불안을 수용하고 이를 견뎌내는 가운데 성숙한 삶이 있음을, 국민들의 목소리를 잘 들어보면서 배워보길 바란다. 그리된다면, 대통령이라는 자리에서는 물러나게 되겠지만, 적어도 한 인간으로서는 조금 더 성숙해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 역시 그에게 '좌절'을 안겨주는 일을 게을리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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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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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지금이야말로 좌절 배울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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