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 갈등이 계속되며 전공의 이탈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12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설치된 가운데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202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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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의대 증원에 맞서는 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에서도 윤석열 정부와 같은 기시감을 느끼고는 합니다. 의료대란 시국에서 대전협은 의사결정 과정을 공유하거나 구성원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단 한 차례도 거치지 않았습니다. 많은 과정이 불투명하고 독단적이어서 건강한 토론과 비판의 장이 사라졌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대전협의 단일대오 그리고 변화의 움직임
2월에는 분명 전공의들이 '자발적 사직'을 하였으나, 어느 순간 '획일화한' 목소리가 되며 이를 따르지 않는 이들은 '블랙리스트'에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목적을 위해 환자의 아픔은 외면해도 된다는 식의 발언이나 대표를 지나치게 추앙하는 듯한 극단적인 모습에서는 위헌적인 계엄을 옹호하는 이들과 유사한 세계관이 관찰되기도 합니다.
내부에서 이러한 행동을 비판하고 자성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으나, 이를 옹호하거나 묵인하는 때도 있었습니다. 이것을 단일대오라고 착각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해를 끼치고, 전공의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단일대오는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체주의를 뜻하는 건 당연히 아닙니다.
반론을 허락하지 않고, 중앙집중화된 전체주의는 얼핏 효율적이고 강력해 보입니다. 하지만 누구도 많은 정보를 정확하고 빠르게 처리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규격화 한' 단일대오는 정보의 처리와 결정 권한을 집중시켜 비효율과 오류를 낳지만, 민주주의와 다양성은 이를 분산시켜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위기에 대처할 수 있습니다.
생물의 진화 역사가 이를 증명합니다. 유전적으로 획일화된 집단은 우수한 듯 보일 수 있으나 위기의 순간 절멸할 수 있습니다. 유전적 다양성을 보존한 집단은 환경의 극단적인 변화에도 살아남아 종을 보존하고 번성해 왔습니다.
최근 전공의들 사이에서 대전협의 전체성을 벗어나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된 것은 주목할 만합니다. 지난 12월 8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비상대책위원회가 주도한 거리 시위에는 약 800여 명의 사직 전공의·의대생이 참여해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했습니다. 전체주의에 맞서기 위해서는 똑같은 전체주의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다양성과 민주주의가 필요합니다.

▲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젊은 의사 의료계엄 규탄 집회'에서 사직 전공의를 비롯한 젊은 의사들이 계엄 규탄 및 의료개혁 철폐를 촉구하고 있다. 202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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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의 구조적 한계 그리고 변화의 움직임
의협의 경우에는 대표성을 반영하는 데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 의사 사회의 목소리는 전체의 다양한 의견이나 중론이라기보다는 소수의 목소리인 경우가 많습니다. 의협 선거는 2년 연속 회비를 낸 2만 4천~ 3만 3천 명만이 투표에 참여하기에, 12만 의사 회원 중 극히 일부의 의견만이 반영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의협이 내는 목소리는 국민의 보편 정서는 물론이고 대중 의사 정서와도 괴리되어 강경하거나 오만해진 측면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보통의 의사들은 협회에 효능감을 잃고 관심을 끊어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됐습니다.
대부분의 평범한 의사는 대중의 생각보다 훨씬 윤리적이고 성실합니다. 지역사회에 정착하고 나서 새삼 깨달은 것이 있다면, 거기에는 묵묵히 환자를 돌보는 개원의·봉직의, 365일 환자를 지키는 대학병원 응급의료·필수의료 교수진 등 다수의 선량하고 전문적인 의사들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합리적이고 전문적인 목소리가 충분히 의협에 반영된다면, 의료계는 시민으로부터 신뢰와 존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탕이 되면 의료대란에도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환자 중심적이고 지속 가능한 좋은 의료 체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 필자 소개: 류옥하다 기자는 강원도 산골에서 일하는 일차 의료, 응급의료 의사입니다. 지난 2월 16일 윤석열 정권의 일방적이고 비과학적인 의대 증원에 맞서 사직한 전공의 중 한 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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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살려 섬기고 나누는 소박한 삶,
그리고 저 광활한 우주로 솟구쳐 오르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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