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교육은 인간의 마음을 형성하는 일에 관여한다. 따라서 우리 사회를 심층적으로 해부하고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성찰이 필수적이다. 우리 교육이 그동안 어떠하였기에 윤석열이라는 존재가 탄생하였을까? 그가 평범한 개인에 불과하다면, 이는 정신 치료의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위치에 있다. 따라서 윤석열은 우리 사회의 왜곡된 시스템과 교육의 참담한 실패를 표상한다.
많은 이들은 이번 12·3 내란 사태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시민교육을 강조한다. 이는 지극히 맞는 말이다. 그런데 민주시민교육은 우리 교육의 최종적인 종착지이고 지향일 뿐, 교육 전체를 포괄하지는 못한다. 윤석열의 사례는 인간 성장 과정에서 교육이 실패한 지점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글에서는 개인, 사회인, 대통령이라는 세 차원에서 그의 실패를 논하며, 우리 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왜곡된 자아의 탄생, 자존감 교육의 실패
이 세상에 태어난 귀한 존재들이 최초로 받아야 할 교육의 본질이 무엇일까? 그것은 존재로서의 자신이 한없이 귀하고 소중하다는 정서와 인식이다. 자기 긍정이야말로 인간 교육의 첫 단추이며, 민주주의의 근간인 인간 존중 정신을 내재화하는 첫 출발이다. 그러나 우리 교육은 이 첫걸음부터 비틀거린다. 우리 사회는 아이들을 살인적인 경쟁으로 내몰아서 뒤틀린 자아의식을 형성하게 만든다. 개인으로서 윤석열은 우리 교육의 이러한 실패를 잘 드러낸다.
윤석열은 엘리트 코스를 밟아 대통령 자리까지 올랐다. 그러나 그의 행동 전반에는 낮은 자존감이 깊게 배어있다. 그는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사과할 줄 모른다. 남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며, 타자에 대해 매우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다. 자신에 대한 비판을 견뎌내지 못하고, 폭력으로 응수한다. 이 모든 특성이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낮은 자존감을 보이는 것이 모순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제시카 조엘 알렉산더는 <행복을 배우는 덴마크 학교 이야기>에서 덴마크 교육과 미국 교육을 비교하며, 덴마크 교육은 자존감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두고, 미국 교육은 자신감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말한다. 이러한 차이는 교육 철학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자존감(self-esteem)은 '나는 존재 자체로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내면적 자기 가치에 기반한다. 반면 자신감(self-confidence)은 학위, 상장, 자격증 등 외부적 성취와 유능감과 관련된다.
불행히도 한국은 미국보다 더 업적 지향적이고 경쟁적인 사회다. 이 환경에서 살아남고 성공한 윤석열은 매우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매우 허약한 자존감을 지닌 사람이다. 높은 자신감과 낮은 자존감의 조합은 우리 사회의 성공한 많은 이들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공통점이다. 이들은 스스로 행복감을 느끼기가 어렵다. 그것은 타자에 대한 적대와 공격으로 때로 표출된다.
우리 사회와 교육은 지금도 자신감과 자존감의 괴리를 지닌 또 다른 윤석열을 길러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초경쟁적 교육 시스템은 개인의 불행뿐만 아니라 사회적 갈등과 파편화도 심화하고 있다.
공감 능력과 공화주의적 사고의 부재
존재로서의 자존감을 기른 후, 다음 단계의 교육적 과업은 사회인으로서 타자와 관계 맺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공감 능력이다. 윤석열은 이러한 공감 능력의 결핍을 보여준다. 그의 행동은 공감의 역설(paradox of empathy)로 잘 설명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인간은 오랫동안 부족 단위의 소수 공동체에서 내집단(in-group)과 외집단(out-group)을 구분하며 살아왔다. 자연스럽게 내집단에는 과잉 공감이, 외집단에는 공감 결핍이 발생할 수 있다. 윤석열은 자신과 가까운 집단에 과도하게 공감하는 반면, 반대 집단에는 극단적인 적대감을 드러냈다. 그의 공감 범위는 아내와 측근에 한정되어 있으며, 이런 태도는 "아내를 위해 계엄까지 해 보았다"라고 희화화(戲畫化)되어 유통되고 있다. 그의 과도한 공감 편향은 결국 비상계엄과 같은 극단적 조치로 나타났다.
공감이 내집단을 넘어 타자와 사회 전체로 확장되려면 정서적 공감, 인지적 공감 그리고 공화주의적 사고가 필수적이다. 정서적 공감은 타인의 고통을 느끼는 감정적 연결이며, 인지적 공감은 타인의 처지를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수용하는 능력이다. 공화주의적 사고는 '나와 너는 다르지만, 우리는 같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공동의 목표를 공유한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이는 개인의 이익을 넘어 공동체의 이익을 중시하고, 협력과 연대를 통해 공감의 범위를 넓히는 사고방식이다.
불행하게도 우리 교육은 경쟁과 파편화를 부추기며, 협력적 공감과 연대 의식을 길러주지 못했다. 우리 사회는 수많은 내집단들이 서로 대립하며, 갈등 공화국이자 파편화된 섬으로 변모했다. 이는 우리 교육의 근본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민주적 가치와 절차를 내재화하는 시민교육의 실패
비상계엄 사건은 민주적 가치와 절차적 다원성을 이해하지 못한 대통령의 리더십 실패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원화된 사회에서 절차적 민주주의를 존중하고, 다양한 사회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것은 대통령의 책무이다. 그러나 윤석열은 완전히 반대로 갔다. 문제는 대통령만이 아니다. 그가 대통령이 된 것은 유사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광범위하게 존재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우리 편이 이기기 위해서라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생각은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집단적 의지를 반영한다. 유사한 생각을 지닌 사람들끼리만 SNS에서 소통하면서 이런 현상이 더 강화된다.
따라서 현 시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주적이고 다원적인 가치와 절차를 뼛속 깊이 내면화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사회적 쟁점을 논쟁적 문제로 제대로 다루고, 민주적 대화와 절차적 해결을 정착시키며, 다원적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그동안 이 문제와 관련하여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 등이 소개되고 강조되어 왔다. 그런데 겉으로는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말하면서 실제로는 논쟁적인 이슈를 신념과 확신에 기반해서 주장하고 실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의식과 행동의 이중성은 쉽게 간파되지 않는 우리 사회의 심층 모순이다. 그것은 더 근본적인 시민교육의 일상화를 요구한다.
생애 교육의 새로운 방향: 자존감, 공감, 민주주의 교육
윤석열의 실패는 우리 교육의 실패를, 나아가 교육의 새로운 전환이 필요함을 웅변한다. 인간 실존의 기초에서 출발해 공감과 연대를 배우고, 민주적 실천으로 나아가는 교육이 요구된다.
첫째, 삶의 첫 단계에서 필요한 자존감 교육이다. 이 단계에서 인간으로서 자신을 긍정하고 내적 안정감을 형성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자기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자만이 타자를 환대하고 존중할 수 있다.
둘째, 사회적 존재로 입문하는 단계에서 필요한 공감 교육이다. 사회적 존재로 입문하고 성장하면서 내집단-외집단 경계를 초월하여 공감과 연대를 확장하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서적·인지적 공감 교육과 함께 공화주의적 가치를 배워야 한다.
셋째, 정치 공동체의 공적 존재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민주시민 교육이다. 더 넓은 정치 공동체의 일원으로 민주적 가치를 내재화하고 다원화된 사회의 갈등 해결 능력을 기르고 사회적 책임을 바탕으로 사회 변혁의 주체로 참여하는 실천적 능력을 배양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각 단계의 교육은 상호 연계되고 강화되며, 총체적인 인간 교육과 시민 교육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제 경쟁과 파편화된 교육을 넘어, 모든 존재가 존중받고 함께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새로운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야말로 우리 모두가 이를 실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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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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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중고등학교 교사를 했으며, 현재는 청주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에 재직한다. 2020년부터 4년 동안 총장으로 봉사했다. 현재는 충북참여자시민연대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수업과 학교 혁신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현장의 다양한 교원단체와도 인연을 맺고 있다. 한국 교육이 새로워져서 세계가 우리 교육을 배우러 오는 미래를 꿈꾸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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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라는 사람이 대통령, 우리 교육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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