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표정으로 노벨문학상 수상하는 한강 작가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 시점에 한강의 문학이 있다. 그는 가장 예민한 문학적 촉수로 인간의 깊고 검은 상처의 정 가운데를 건드리고 그 밑바닥에 고인 핏덩이를 헤집어 올린다. 한강의 문학은 한국적 경험과 문화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그의 작품들이 던지는 질문들은 그보다 훨씬 깊다.
그는 자신만의 문학적 독창성으로 역사적 구체성을 통과하며 그 질문들을 가장 깊은 곳까지 밀어붙인다. 인간이란 한계를 넘고, 인간의 몸이 처한 조건마저 넘어서는 문제의식을 끝까지 집요하게 밀어붙인 한강의 작품을 읽는 것은 그래서 불편하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 작별하지 않는다'는 고통 연작 시리즈라고 할 만큼 인간의 고통을 다룬다. 고통의 서사를 이해시키기보다, 날것 그대로의 고통을 생생한 시적 묘사로 살려낸다.
그 고통은 폭력으로부터 오는 것이지만, 폭력은 단순히 외부에만 존재하지는 않고, 어떻게 보면 인간 자신이 처한 존재의 조건 안에 이미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 그가 그린 고통은 한국이라는 국가의 역사적 경험 속에만 머무르지 않고, 매우 본질적이며 보편적이다. 그 역시 이를 잘 인식하고 있고, 그의 소설 속에는 이를 상기시키는 장면과 말들이 의미심장하게 삽입되어 있다.
예를 들어 '작별하지 않는다' 속 인선의 말이 그렇다. "대만에서도 삼만 명, 오키나와에서는 십이만 명이 살해되었는데요." "그 숫자들을 생각할 때가 있어요. 그곳들이 모두 고립된 섬이었다는 것에 대해서도" ('작별하지 않는다' 136쪽) 이렇게 제주 4.3 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는 4.3의 경험에만 머무르지 않고, 인류의 경험으로 확장된다.
또 작가는 이 고통을 시간적으로도 과거에만 놓아두지 않는다. 무참히 학살당한 제주도민의 고통은, 소설 속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주인공이 질병으로 느끼는 신체적 고통이나, 눈밭을 헤매며 길을 잃은 막막함, 살갗을 덮쳐오는 죽음에 이를 것 같은 추위, 홀로 빈 집에 남겨져 죽어간 새의 죽음, 그라인더에 손가락이 잘려 3분마다 신경을 되살리기 위해 바늘을 찔러 고통을 느껴야 하는 친구의 고통과도 겹쳐지고 교차된다.
그는 이렇게 역사적 비극을 현재를 사는 독자의 통점까지 아주 감각적으로 데려다 놓는다. 꿈과 생시, 삶과 죽음까지 넘나들며, 숨 막히는 묘사를 통해. 스웨덴 한림원의 표현대로 그렇게 '인간의 연약함'을 드러낸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 먹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맞닿아 있기에 어찌 보면 가장 철학적인 질문들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그의 소설 '채식주의자'는 이 질문으로부터 시작해서 '먹는 존재인 인간은 누구인가?'까지 한 발 더 나아간다. 그리고 질문은 단순히 인지적인 영역에 머무르지 않는다. 피 흘리고 미쳐간다.
'소년이 온다'의 화자 또한 계속 묻는다. '누가 나를 죽였지? 왜 죽였지?' 반복적인 질문을 통해 이 소설은 단지 80년 광주에 머무르지 않고, 모든 학살과 모든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21세기에 문학이 할 일은 우리가 잊었던 이런 본질적인 질문들을 불러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한강의 문학에서 한국 문학의 역사적 특수성이 세계적 보편성으로 나아감을 읽을 수 있다. 한국을 더 이상 이데올로기로 찢겨진 상처를 지닌 가난한 식민지의 나라라고만 할 수 없다.
1인당 전력 소비량 세계 3위, 에너지 소비량 세계 9위인 국가, 인류의 미래에 대한 빚이 아주 많은 나라이다. 그렇기에 한국과 한국인은 이런 본질적인 질문들을 가장 정면으로 껴안아야 할 책임이 있다. 노벨상 수상으로 한강의 책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읽히고 있음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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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여 년의 교직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 절망과 섬세한 고민, 대안을 담은<경쟁의 늪에서 학교를 인양하라(지식과감성)>를 썼으며, 노동 인권, 공교육, 미혼부모, 입양 등의 관심사에 대한 기사를 주로 쓰고자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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