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겼던 시위를 놓았다. 화살이 과녁을 향해 날아갔다.
이승숙
겨울동안 동남아에서 지내다 봄이 되어 한국으로 돌아오면 바로 활터로 간다. 활에 고팠던지라 집에 오자말자 짐도 채 풀지 않고 활터로 달려가서 활을 쏜다. 얼마나 그리웠던 국궁장이고 활터였던가. 사대에 선 남편은 감개가 무량했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만큼 되지 않는다. 시위를 당기는 힘도 부족하고 과녁을 조준하는 데도 흔들린다. 공부는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와 같다고 하더니 활 역시 마찬가지다. 쉬지 않고 노를 저어야 물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데 조금만 쉬어도 배는 뒤로 떠내려간다.
활 역시 마찬가지였다. 생각만큼 되지 않았다. 남편의 낙담은 컸다. 과연 원래대로 돌아오기는 할까. 얼마나 연습해야 그만큼의 실력을 다시 얻을 수 있을까. 날아갈 듯 활터로 간 사람이 풀이 죽어 집으로 돌아왔다.
아침 해를 보며 활을 내다
원래대로 돌아오기까지 각고의 노력을 했다. 그렇게 몇 달 연습해서 여름 쯤 원래 실력으로 돌아왔고 가을이 되자 비로소 실력 발휘를 할 만큼 되었는데 또 겨울이 되고 동남아로 떠난다. 그렇게 계속 도돌이표가 되었다. 태국 치앙라이로 겨울살이 여행을 떠나며 활을 챙겨온 까닭에는 그런 사연도 들어 있었다.

▲ 화살을 찾으러 과녁을 향해 가는 길.
이승숙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보며 활시위를 당긴다. 저 멀리 145m 너머에 있는 과녁을 목표로 화살을 날린다. 한 발 또 한 발, 그렇게 열 발을 날렸다. 한국의 국궁장에서는 과녁에 명중이 되면 "탁" 하는 소리가 들리고 경쾌한 알림 음이 울린다. 그러나 여기 치앙라이에서는 그런 호사를 누릴 여유가 없다. 활을 낼 수 있다는 그 사실만 으로도 충분하다.
화살을 찾으러 간다. 과연 몇 발이나 과녁 근처에 떨어졌을까? 혹시 멀리 날아가서 못 찾는 건 아닐까. 여러 마음을 안고 들판 가운데 세워놓은 과녁을 향해 걸어갔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모든 일을 '놀이'처럼 합니다.
신명나게 살다보면 내 삶의 키도 따라서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뭐 재미있는 일이 없나 살핍니다.
이웃과 함께 재미있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아침이 반갑고 저녁은 평온합니다.
공유하기
하루만 쉬어도 표가 나는데 석 달을 쉬었으니...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