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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홈리스 사망자, 때 이른 죽음을 막는 홈리스 정책 시행되어야

[2024 홈리스 추모제 기획연재 3] 홈리스의 애도받고 추모할 권리

등록 2024.12.17 15:44수정 2024.12.1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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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의 사망률(연령표준화)은 연구마다 차이가 있으나 전체 인구집단 대비 1.8배~4.18배에 이릅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이태진 외 2022)에 따르면, 홈리스의 사망률은 계속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심각하고 악화하는 홈리스의 죽음에서 우리는 무엇을 읽어내야 할까요? 홈리스를 애도하고 추모하는 것은 무엇을 바꾸자는 다짐일까요? 2001년부터 동짓날을 즈음해 열리는 홈리스추모제(12.20.19시, 서울역광장)를 앞두고 '2024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은 '주거', '공존할 권리', '추모'를 주제로 세 차례에 걸친 연속 기사를 작성합니다.[기자말]
2024년 유독 견디기 힘들었던 폭염 속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무색하게 더운 날들이 11월 중순까지 이어지더니 12월 갑작스러운 한파에 몸도 마음도 꽁꽁 얼어붙었다. 거리와 쪽방의 홈리스들에게 '예년과 다르다'는 날씨 예보는 전혀 반갑지 않다. 너무 더워도, 너무 추워도 힘들다. 날씨 때문이었을까. 이름 없는 죽음의 숫자는 올해도 여지없이 늘었다.

올해 서울시 무연고·홈리스 사망자는 476명으로 2023년 404명에서 72명이나 늘었다. 11월 30일까지 집계된 수치로 이마저도 공식적인 통계는 아니다. 매년 동짓날을 전후로 이들의 넋을 기리고 한 명 한 명 이름을 기억하는 홈리스 추모제를 통해 무연고·홈리스 사망자에 대한 애도할 권리, 애도받을 권리를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꾸준히 내온 덕분에 죽음과 장례를 사회의 문제로 인식하고 공공의 영역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었다. 그 결과 2018년부터 서울특별시 공영장례조례(아래 공영장례조례)를 시작으로 각 지자체에서 무연고자와 저소득층을 위한 공영장례 서비스가 시행되기도 하였다.

무연고자 사망시 빈소조차 마련되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혈연이 아니더라도 사회적 유대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장례를 치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지금의 공영장례제도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서울시는 공영장례지원 상담센터를 두어 무연고 사망자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들을 위해 공영장례를 지원하고 있다. 부산시는 2024년 6개 종단과 업무협약을 맺어 종교별 추모의식을 진행하는 등 공영장례가 사망자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시민과 사별자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운영되어 실질적인 추모의 장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점점 개선하고 있다.

2024홈리스 기억의 계단 2024년 12월 2일, 서울역 광장 앞에 설치된 기억의 계단. 2024년도에 돌아가신 홈리스들의 이름과 장미로 꾸며져 있다.
▲2024홈리스 기억의 계단 2024년 12월 2일, 서울역 광장 앞에 설치된 기억의 계단. 2024년도에 돌아가신 홈리스들의 이름과 장미로 꾸며져 있다. 2024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

장사법 개정과 공영장례 개선의 필요성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장례주관자가 되어 장례를 치러본 사람들은 현행 공영장례제도에도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문제점들이 남아 있다고 말한다. 다음은 2024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의 추모팀에서 사망자의 존엄을 보호하고 사별자의 추모할 권리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논의된 방안들이다.

우선 한 번에 2~3명씩 합동장례식을 치르는 공영장례 방식의 개선이다. 함께 사망한 것이 아닌 사람들을 한 데 묶어 치르는 합동장례 방식은 전통적인 장례 절차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합동장례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헌화할 때 내가 추모하려는 사망자를 위해서만 해야 하는지 모두에게 해야 하는지, 절은 어느 방향으로 해야 할지 많은 혼란을 야기한다.

비용과 공간의 제약이라는 행정적이고 현실적인 문제 앞에 고인의 마지막을 기리는 장례의식에서 고인의 존엄성은 훼손되며, 사별자 역시 불평등과 소외를 수용하도록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무연고, 홈리스 사망자를 온전히 추모할 수 있도록 합동 장례가 아닌 개별 장례가 치러지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마을장으로 치러지는 공영장례 현장(동자동) 동자동 쪽방 주민들이 동료 주민들의 공영장례에 참여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마을장으로 치러지는 공영장례 현장(동자동) 동자동 쪽방 주민들이 동료 주민들의 공영장례에 참여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동자동사랑방

둘째, 부고 시스템의 개선이다. 공영장례의 핵심은 고인의 애도받을 권리와 사별자의 애도할 권리를 보장하는 데 있다. 현행 장사법에는 '무연고 시신을 처리한 때' 관할 시군구 홈페이지와 하나 이상의 일간신문 및 장사정보시스템에 공고하도록 되어있을 뿐, 부고 사실과 공영장례가 진행된다는 사실에 대해 알리도록 하는 명문의 규정이 부재하다.

공영장례조례에 부고 규정을 두고, 이를 홈페이지에 알리는 지자체도 있지만 서울과 부산에 불과하다. 조례에 부고 규정이 없는 지자체에서는 사별자들이 사망 사실을 몰라 장례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전국적으로 통일화된 부고 정책 시행과 이를 통한 애도할 권리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 사망자의 부고를 알리는 것이 장사법에 명문화될 필요가 있다.


셋째, 장례의식에 필요한 구체적 행정 지원이 필요하다. 2023년 장사법 제12조 제2항의 신설로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사망자와 생전에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친분관계를 맺거나 유대관계에 있던 자들이 장례주관자가 되어 장례를 치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들이 구청에 사망자의 사진을 요구해도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사진을 주지 않는 경우가 있고, 이러한 이유로 영정 사진도 없이 장례가 치러지기도 한다.

개인정보보호법상의 개인정보란 '살아있는' 개인의 정보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망한 이의 정보는 원칙적으로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망자에 대한 정보라 하더라도 유족과의 관계를 알 수 있는 정보인 경우에는 유족의 개인정보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항 3호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법령 등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수집 범위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즉 망인의 정보는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고, 설령 유족의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공영장례조례에 명시된 부고 업무의 수행을 위한 경우에는 제3자에게 제공이 가능한 것이다. 다만 지자체별로 조례가 다르기 때문에 장례의식에 필요한 구체적 행정 지원을 위해서는 부고에 관한 규정이 법에 명문화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를 운영하는 행정의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

공영장례 사진 공영장례 후 유택동산에 놓인 위패와 유골함
▲공영장례 사진 공영장례 후 유택동산에 놓인 위패와 유골함 나눔과나눔

공존할 권리의 보장, 무연사에서 존엄생으로

홈리스의 죽음이 매년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여전히 무연고 사망자, 홈리스의 죽음에 대해 공식적 통계를 마련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2022년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의료급여 1종 자격을 가진 홈리스 중 15.6%가 사망했고, 2024년 한국역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2005년 기준 비홈리스 대비 홈리스 사망률이 1.3배에서 2020년 1.8배로 더욱 격차가 벌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홈리스의 때 이른 죽음은 죽음 이전의 빈곤한 삶에서 비롯되며 우리 사회의 방치로 더욱 심화되고 있다. 더 이상 이와 같은 홈리스의 죽음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들의 죽음을 직시하고 사회 현상으로 규정하며, 죽음 이전에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지원 정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공영장례 개선은 사망자의 애도 받을 권리와 사별자의 애도할 권리 보장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사후약방문처럼 죽음 이후의 장례절차 개선을 통한 존엄성 회복을 논하기에 앞서 불평등이 개선되어 누구나 존엄성이 보장되는 인간다운 삶을 살게 된다면 이들의 죽음은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존엄한 마무리가 될 수 있다. 무연사가 아닌 존엄생을 위해 홈리스도 우리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공존할 권리 보장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2024홈리스추모제 2024년 12월 20일(금), 동짓날을 하루 앞 둔 이날, 서울역 광장에서 홈리스추모제가 열린다.
▲2024홈리스추모제 2024년 12월 20일(금), 동짓날을 하루 앞 둔 이날, 서울역 광장에서 홈리스추모제가 열린다. 2024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
[2024홈리스추모주간 일정]
[12월 2일(월)]
■.2024 홈리스 추모행동 선포 기자회견, 서울역 광장/14:00

[12월 12일(목)]
■.동자동 쪽방촌 다크투어Ⅰ,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일대/1차=13:30, 2차=14:30

[12월 16일(월)]
■.거리 홈리스 퇴거·형벌화 조치의 역사를 다룬 거리사진전, 서울역 앞 지하보도(지하철 서울역 지하보도와 서울스퀘어 사이)/15:00~21:00

[12월 17일(화)]
■.동자동 쪽방촌 다크투어Ⅱ,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일대/1차=13:30, 2차=14:30
* 참여신청

[12월 18일(수)]
■.동자동 쪽방 주민에 대한 '주민등록 전입신고 수리거부 처분 취소' 항소심 선고 기자회견, 서울고등법원 정문(서문삼거리)/15:00
■.청소년홈리스 낭독극 <모두에게> 공연, 아랫마을/19:00
* 참여신청
■.홈리스 기억의 계단Ⅰ, 서울역 광장/14:00~17:00

[12월 19일(목)]
■.고시원 거주자의 취약한 주거실태 고발 및 정책 개선 권고를 위한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 국가인권위/11:00
■.홈리스 기억의 계단Ⅱ, 서울역 광장/14:00~17:00

[12월 20일(금)]
■.2024 홈리스추모제 사전마당, 서울역 광장/14:00~17:00
■.2024 홈리스추모문화제, 서울역 광장/19:00~20:30(*추모문화제 후 추모행진)

[홈리스 월동프로젝트]
<홈리스 월동프로젝트>는 점점 추워지는 겨울, 거리, 쪽방 등 열악한 거처에서 생활하는 홈리스 당사자가 조금 더 안전하게 겨울을 나고, 긴급한 필요를 해결할 수 있는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모금입니다. * 참여하기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홍유진씨는 변호사(화우공익재단)입니다.
#홈리스 #홈리스추모제 #노숙 #무연고 #사망
댓글

홈리스행동은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약칭,노실사)'에서 전환, 2010년 출범한 단체입니다. 홈리스행동에서는 노숙,쪽방 등 홈리스 상태에 처한 이들과 함께 아랫마을 홈리스야학 인권지킴이, 미디어매체활동 등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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