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와 윤석열 대통령 그리고 민주주의

등록 2024.12.18 09:39수정 2024.12.18 10:42
0
원고료로 응원
우리는 2024년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국회에서 가결시킴으로써 민간독재에서 군사독재가 가미된 아주 타락한 형태의 파국으로 치달을 위기에서 벗어났다. 중고생, 대학생 그리고 젊은층이 대거 참여하는 명랑하면서도 세련된 집회의 모습에서 우리는 미래의 민주주의에 대해 보다 밝게 전망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승리의 기쁜 순간에 두어 가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윤석열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나 가짜뉴스에 빠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는데 어떻게 그렇게 됐냐는 것이고, 둘째, 민주주의의 어떤 속성 때문에 인간 윤석열이 정의와 논리적 사고를 배반하고 궤변과 자기도취에 빠지게 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첫째, 유튜브의 어떤 속성 때문에?

이미 일부 언론에서 짚고 있듯이, 윤석열 대통령이 확증편향적 자기기만에 빠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극우성향의 유튜브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민 3~4천명이 즉시 움직여 계엄군의 국회장악 시도를 차단할 수 있었던 소통방식 역시 유튜브를 비롯한 SNS였다. 과학기술이 지닌 양면적 성격을 다시금 생각케 하는 대목이다.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요 '자유론'의 저자인 J.S. 밀이 기술에 대해 이런 말을 한다.

"기술의 발달이 누군가의 하루치 고생을 덜어주었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기술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감옥 같은 곳에 갇혀 고된 일을 하게 만들었으며, 공장주 같은 사람들에게는 부를 축적하게 만들어 주었다. 기계는 중산층에게 안락함을 안겼다. 그러나 정의로운 제도와 함께, 사려 깊은 선견지명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날 때만 기술은 인간 공통의 자산이 되고 삶을 고양시키는 수단이 된다." (리처드 서스킨드 & 다니엘 서스킨드의 <직업의 미래>에서 재인용).

현재 유튜브의 극우담론이 사회적으로 큰 골치거리가 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브라질의 볼소나로 대통령과, 한 때 부정선거 주장을 하여 지지자들로 하여금 미 국회의사당에 난입하게 만든 트럼프, 그리고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을 들 수 있다. 잠시 브라질 상황을 소개한 <뉴욕타임지> 기사를 참고하면 이렇다.

브라질의 볼소나로는 2016년에 설립한 '브라질 자유운동(Movimento Brasil Livre)' 단체 등이 생산하는 유튜버의 담론을 흡수하다가 스스로 가짜뉴스를 생산했다. 그는 심지어 1964년 브라질의 군사 구테타가 공산주의로부터 국가를 구한 것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 대목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이 생각난다.


브라질은 상황이 꽤나 퇴락하여 10대인 어느 학생이 유튜브 방송을 접하고 '군사통치가 공포 자체였다는 교사들의 가르침이 조작된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이런 환경에서 볼소나로는 브라질 우파의 전용 플랫폼이 되다시피한 유튜브 채널의 스타였다. 그는 단기간에 인기를 등에 업고 대선에서 승리하여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통치했다.

극우 유튜브가 맹위를 떨친 브라질의 상황은 미 하버드 대학의 연구진들을 자극하여 탐구한 결과는 유튜브의 추천 엔진의 기술적 요인이 작용했음을 밝혔다.


"유튜브의 '극우 채널'과 '음모론을 주무기로 한 채널'이 서로 인용하면, 유튜브의 인공지능 추천 알고리즘은 이 두 종류의 영상을 하나로 묶는 방법을 학습한다. 그러면 개별 루머는 효과가 없어 보이지만, 수십 개의 각기 다른 출처에서 동일한 주장을 하면 그것은 시청자들에게 진실로 둔갑하여 받아들여지기 쉽다."(기사제목: "How YouTube Radicalized Brazil". 2019.8.11.)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진 것은, 우선 민주적이고 다양한 가치판단 및 상황인식 능력의 결핍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차로 공교육의 환경이 입시경쟁 일변도여서 문학, 철학, 역사, 정치 등에 대해 폭넓은 독서와 토론이 차단된 환경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이후 공직사회 그 중에서도 검찰조직 내의 상명하복의 전근대적 메커니즘이 사고의 폐쇄성을 더욱 심화시켰을 것이다.

그의 이러한 성향은 이미 한국의 이른바 '일베'와 같은 극우 유튜버들의 담론이 먹혀 들어 가기 쉬운 환경에 노출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인공지능으로 장착된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이 만들어내는 기술에 의해 마치 출구를 찾기 어려운 이른바 '토끼굴'에 빠져든 형국이라 할 수 있겠다.

둘째, 민주주의의 어떤 속성 때문에?

그동안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에서 민주주의의 범속성을, 탄핵 과정에서 보여준 시민들의 집회와 야당 의원들의 모습에서 민주주의 탁월성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 민주주의 지속성과 견고함을 낙관하기에는 때가 이른 듯하다.

니체의 캐릭터 니체를 만화로 그린 캐릭터
▲니체의 캐릭터 니체를 만화로 그린 캐릭터 Open-Clipart. Pixabay.

철학자 니체는 민주주의를 이렇게 비판한다.

"(무리동물의 믿음과) 다른 믿음을 가진 우리는 민주주의 운동을 단순히 정치조직의 타락 형식으로만 여기지 않고 인간의 타락 형식이며 왜소화의 형식, 그리고 인간의 평준화와 가치의 낮춤이라고 여긴다." (김진석, <니체는 왜 민주주의에 반대했는가>에서 재인용).

즉 니체는 쇠락한 민주제를 염두에 두고 있는 바, 무리동물의 부화뇌동하는 속성, 이기적 파벌주의, 의식의 평균화 등을 민주주의의 한계로 지적하고 있다. 위 니체의 캐릭터도 왠지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듯하다.

반면, 1800년대 유럽의 상황을 놓고 사고했던 니체는 민주주의의 강점도 놓치지 않는다. 동시에 퇴락한 민주제 하에서 독재자가 배출된다는 점도 간파한다.

"민주주의에서는 특별하고 예외적으로 더 강한 인간, 더 풍부한 인간이 생겨난다. 이는 주로 편견 없는 교육, 엄청나게 다양한 훈련 덕분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유럽의 민주화는 동시에 전제적인 지배자를 배양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니체, <선악의 저편>, 영문판(2002)에서).

이미 우리는 현대사에서 민간독재, 군사독재, 검찰독재를 경험해 왔다. 이제는 범속한 정치인과 정당의 출현을 원천 차단하고, 살얼음판 위의 민주주의가 견고한 토양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다. 최근 탄핵을 위한 광장의 집회만큼 살아있는 민주시민교육이 어디 있을까? 또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민주시민교육을 제도화시킬 절호의 기회가 지금 말고 또 있을까?

이에 이번 집회 때 응원봉을 든 학생과 시민들의 염원인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말자!"에 대한 신뢰할 만한 응답은, 무기경쟁 같은 한국의 교육경쟁, 입시경쟁을 완화하고 선진 민주시민교육을 정착시키는 것이라 생각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교육전문 매체 '더 에듀'에도 실립니다.

▣ 제보를 받습니다
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
#유튜브 #윤석열 #민주주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육칼럼니스트. 좋은세상연구소 운영위원.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중3 아들 통장에 매일 찍히는 여자 이름, 그 의심의 결과 중3 아들 통장에 매일 찍히는 여자 이름, 그 의심의 결과
  2. 2 '로비자금'으로 전락한 13조 원...농협의 해묵은 악습에 충격 '로비자금'으로 전락한 13조 원...농협의 해묵은 악습에 충격
  3. 3 윤석열 마크맨의 소감 "인수위 해단식 때 그 냄새, 90%는 맞았지만..." 윤석열 마크맨의 소감 "인수위 해단식 때 그 냄새, 90%는 맞았지만..."
  4. 4 식당 하는 내가 '흑백요리사2'에서 계속 돌려본 장면 식당 하는 내가 '흑백요리사2'에서 계속 돌려본 장면
  5. 5 집에서 쫓겨난 노인, 지역에서 쫓겨난 주민 집에서 쫓겨난 노인,  지역에서 쫓겨난 주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