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전 대표 축사17일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이 주최하고 환경부와 경상남도가 후원회 '낙동강 녹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전 대표가 축사를 하면서 녹조 문제에 대한 통합적 센터를 주장했다.
이철재
축사에 나선 국민의힘 김기현 전 대표도 녹조 문제에 대해 "통합적 센터가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선 낙동강 하류인 경남에, 그것도 창녕군 남지읍에 꼭 국가녹조대응센터가 설치돼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됐다. 이날 토론회를 끝까지 지켜본 필자는 국가녹조센터 추진에 의문을 들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를 몇 가지 정리한다.
우선 이날 토론회 녹조 진단과 대책은 앞과 뒤가 맞지 않았다. 녹조 현황 분석은 현실 반영에 미흡했고, 녹조 대응 대책은 부실했다. 녹조 문제는 4대강사업 강행에 따른 예견된 환경재난이었다. 이 문제는 현재 사회재난으로 확산하고 있다.
낙동강 흐름을 끊는 8개 콘크리트 구조물이 들어서면서 유속은 평균 10배 느려졌고, 녹조 발생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인 조류경보제 발령 지점과 발령 일수가 크게 늘었다. 평생 낙동강에서 살았던 어민과 주민들은 낙동강을 거대한 녹조 공장이라 지적할 정도다.
마이크로시스틴과 같은 대표적인 녹조(남세균) 독소는 고농도로 강물에서 검출됐다. 시민단체 등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주식인 쌀과 무, 배추 그리고 민물고기 등 농수산물에서, 그리고 수돗물에서도 녹조 독소가 검출됐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 중에서도 검출됐고, 심지어 사람 콧속에서도 유해 남세균 유전자(mcyE)가 나왔다.
미국 마이애미 의대 한 교수는 에어로졸 형태로 공기 중으로 확산하는 녹조 독소에 장기간 노출될 시 치매, 파킨슨병과 같은 질환 유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조용한 살인자(silent killer)라고 불러야 한다"라고도 지적한 바 있다.
금강과 영산강 보 수문을 개방하자 녹조(유해 남조류 세포수)가 거의 0에 가깝게 격감했고, 수달 등 1급수 지표종이 돌아왔다. 이는 환경부가 직접 밝힌 모니터링 결과다. 지난 8월 폭염기 민간 단체 측정 결과도 같은 흐름이었다.
보 수문이 닫힌 낙동강 강정고령보 상류의 총 마이크로시스틴(MCs) 농도는 1만5000ppb로, 미국 환경보호청(EPA) 물놀이 금지 가이드 라인(8ppb)의 1878배에 달했다. 반면 보 수문이 개방된 금강 세종보는 0.48ppb로 양호한 상태를 보였다. 이는 보 수문 개방이 녹조 저감에 있어 검증된 대책이란 걸 의미한다.
따라서 낙동강 8개 보 수문을 개방해 원래 강의 흐름을 되돌리는 것이 가장 확실한 녹조 대책이다. 또 녹조 사회재난 저감을 위한 가장 실효성 높은 대책이다. 그러나 이번 토론회에선 이런 내용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낙동강네트워크, 환경운동연합 등은 낙동강 8개 보 운영과 구조 변경 없는 대책, 다시 말해 녹조 생산 공장을 그대로 방치하는 녹조 대책은 무의미하며 국민 혈세만 낭비할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또 우리 강 자연성 회복이 빠진 국가녹조대응센터 추진은 녹조 문제의 심각성을 은폐하고 왜곡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환경부의 녹조 문제 진단과 대책의 부실함도 확인됐다. 토론자로 참석한 환경부 물환경정책과 과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과 열대야 증가로 자연적 녹조 발생이 증가했지만 축산 퇴비 저감 등 오염원 관리와 정수 시스템 등으로 녹조 발생에 따른 영향이 없다는 요지의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도 국가녹조대응센터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정부 환경부는 '4대강사업으로 수질과 수생태계가 개선됐다'라는 비과학적 몽니를 부렸고, 과학자 등을 동원해 녹조 독소의 환경과 사회적 영향 자체를 부정해 왔다.
환경부 행태를 여러 의문을 들게 한다. 녹조 자체의 독성도 낮고 환경과 사회적 영향이 크지 않은데, 범정부 차원의 녹조 총괄 대책 기구가 왜 필요한가? 환경부 논리대로라면 농림부 등 타 부처와의 관련 업무 조정과 협력이 가능하겠는가? 또 시급성과 중요성이 덜한 사안에 대해 기획재정부와의 예산 편성 협상이 원활하겠는가?
사실 환경부가 국가녹조대응센터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 녹조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스스로 논리적 모순에 빠졌다.
하천 분야 국제적 명성의 독일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는 4대강사업을 두고 "80년 전 독일에서 포기한 (운하) 사업을 왜 한국에서 다시 하려고 하는가?"라며 "4대강사업은 자연에 대한 폭력(rape)이다"라고 지적했다. '자연에 대한 쿠데타'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국가녹조대응센터 토론회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낙동강 녹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
이철재
4대강사업 이후 녹조 문제는 사회적으로 확산했다. 이전 시기 녹조는 특정 지역만의 문제였지만, 16개 보 설치에 따라 전국적 문제가 됐다. 이 녹조 문제를 야기한 집단이 지금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이다. 이명박 정부 환경부 역시 녹조 창궐의 주범이었고, 현 정부 환경부는 우리나라 환경 정책사의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답습하고 있다.
녹조 사회재난이 발생한 낙동강 문제는 부당한 권력 집단의 억지와 정치적 색깔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국가 부처의 비논리적이면서 타당성이 부족한 대책은 더더욱 안 된다. 이것이 바로 국가녹조대응센터 추진을 부당하게 보는 이유다.
녹조 문제 해결은 이념이 아닌 국민 건강과 미래세대, 인간 너머 존재를 위해 시급하다. 낙동강을 흐르게 하는 게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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