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 디즈니랜드 최고의 인기존인 겨울왕국
권유정
대신 생각보다 빠르게 원하는 놀이기구를 모두 탄 데다 식당 등 실내는 사람이 가득해 쉴 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아서 이후 일정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해졌다. 본래 계획하기로는 오늘 하루는 온종일 디즈니랜드에서 보내기로 한 날이었지만 디즈니랜드를 두 바퀴씩 돌고 나자 먼저 나가서 저녁식사를 밖에서 하자는 의견들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반면 디즈니랜드의 꽃이라는 불꽃놀이까지 꼭 보고 가야 한다는 굳건파도 있었다. 모든 아이들의 의견을 종합한 끝에 1/3은 디즈니랜드에 남고, 나머지 2/3는 숙소로 복귀해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나는 불꽃놀이 팀과 함께 했다. 전날 레이저쇼에 대한 실망감이 슬쩍 고개를 들었지만 디즈니랜드는 다를 거라 믿으며. 디즈니랜드는 딱히 맛집이 있지 않아서 새로운 식당에 도전하기보다는 점심에 그룹별로 먹었던 식당 중 평이 나쁘지 않았던 로열 뱅킷홀에서 다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로열 뱅킷홀은 푸드코트처럼 여러 식당이 있고, 원하는 메뉴를 골라 줄을 서서 음식을 먼저 받은 후 나오며 결제를 하는 시스템이다. 로스트치킨, 피자, 스테이크 등 우리 입맛에도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많고 가격도 적당한 편이었다.
각자 음식을 받고 자리로 돌아오는데, 학생 하나가 계산대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무언가 문제가 생긴 것 같아 다가가보니... 카드를 못 찾겠단다.... 맙소사. 하필 첫날 남의 캐리어를 잘못 갖고 나왔던 J였다.
일단 대신 계산을 해주고 자리로 돌아와 카드의 행방을 추적했다. 가방과 옷 구석구석을 뒤져도 나오지 않는 게 어디서 잃어버린 것이 확실했다. 혈압이 급격하게 치솟으려 했지만 혼을 내서 해결될 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마음을 다스렸다.
분실이 확실하니 트래블월렛 어플을 열어 마지막 결제내역을 확인했다. 다행히 누가 습득해 사용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우선 카드를 off 해 비활성화시켰다. 트래블월렛 카드는 어플로 간단하게 사용을 잠글 수 있어 이럴 때 편리하다.
결제내역 정보를 바탕으로 J와 동행한 교사에게 확인해 보니 입구 기념품숍에서 기념품을 사고, 이후로 카드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 식사 후 기념품숍에 다시 가보기로 하고 일단 저녁을 먹었다. 마음이 급했는지 부지런히 식사를 마친 J는 옆자리에 앉아 초조하게 말했다.
"카드를 못 찾으면 어떻게 하죠? 누나가 제니쿠키 사 오라고 했는데..."
누나 선물보다는 자기가 돈을 못 쓰는 것이 더 신경 쓰이는 게 분명했는데, 차마 그렇게 말하기에는 저도 양심이 찔렸는지 계속 다른 가족들 선물을 거론했다. 사실 카드가 없어도 트래블월렛 어플에서 친구 간 송금이나 N빵 결제는 이용할 수 있으니 크게 문제가 되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번번이 자기 물건을 잘 챙기지 못하는 J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덩달아 심각한 얼굴을 했다.
"그러게. 이제 카드 없어서 밥도 못 먹고 쇼핑도 못 할 텐데 어쩌냐. 큰일났다, 너."
J는 한시라도 빨리 카드를 찾고 싶은지 연신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그렇지만 아직 식사를 하고 있는 우리를 닦달하지 못하고 눈을 감더니 손을 꼭 모았다.
"하나님, 제발 카드를 다시 찾게 해 주세요."
화가 나고 어이가 없지만 동시에 또 웃기고 귀여운 광경이었다. 어찌어찌 식사를 마치고 기념품숍에 찾아가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자 직원은 놀이공원 입구에 있는 고객센터에 가보라고 안내를 해주었다. 그리고 고객센터에서 다시 똑같은 설명을 반복하자 직원은 카드정보를 적어달라고 하더니 메모를 들고 어디론가 들어갔다.
J는 또다시 간절하게 기도했다. 몇 분 후 카운터 안쪽 문을 열고 직원이 비닐팩에 든 카드 하나를 들고 나왔다. J의 카드였다. 손에 들린 비닐팩이 가히 빛처럼 눈부셨다.
J는 격하게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그리고 이제 진짜 소지품을 잘 챙기겠다며 다짐했다. 말뿐만은 아니었는지, 나머지 일정동안 J는 수시로 소지품을 잘 챙겨야 한다고 되뇌며 더 이상의 분실 없이 여행을 잘 마쳤다.
사실 우리가 홍콩여행 중 잃어버린 건 J의 캐리어와 카드만이 아니었다. 디즈니랜드에서만 두 명이 휴대폰을 분실했고, 카드를 잃어버린 아이도 또 생겼다. 심지어 지하철에서 학생을 잃어버리기도 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빠짐없이 모두 되찾았다. 휴대폰은 미리 아이쉐어링 어플을 깔아 위치추적이 가능하게 하고 간 터라 찾을 수 있었고, 길을 잃었을 때를 대비해 위치를 공유하고 영상통화를 하는 등 연습도 사전에 하고 간 덕분이었다. 물론 운이 좋았음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는 최대한 문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만전을 기하지만 모든 문제상황을 예방할 수 없으며, 문제가 두려워 보호만을 최우선으로 해서는 아무것도 시도할 수 없다. 실수하고,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성장하고, 오늘의 실패는 내일의 나에게 귀한 스승이 될 것이다.

▲ 매일 밤 펼쳐지는 디즈니랜드의 하이라이트, 불꽃놀이
권유정
카드를 되찾고 구경한 디즈니랜드의 불꽃놀이는 가히 환상적이었다. 먼저 돌아간 아이들을 다시 불러오고 싶을 만큼. 디즈니 영화의 수많은 장면들이 음악에 맞춰 성에 형형색색으로 비치고, 하늘에는 불꽃이 쏘아지던 모습은, 고되었던 하루만큼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은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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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들과 여행하는 특수교사. 여행을 통해 교실을 벗어나 길 위에서 보다 실제적인 삶을 가르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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