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운전자 근무를 하고 있는 오균창 지회장(우)와 모범운전자의 모습이다.
오균창씨 제공
모범운전자에 큰 자부심을 느끼는 오 지회장이지만 보람 가득한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교통 통제를 하는데 가는 길을 막는다고 욕설을 하거나, 화를 내는 시민과 마주할 때의 난처한 기억 때문이다. 모든 이들의 안전을 위해 하는 일인데 욕설이 들려올 때면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통 통제를 하다 차로 밀려 위협당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는 오 지회장은 "당시는 무섭기도 했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한 일이라 몸으로 차를 막아서기도 했다"며 경험을 털어놓았다.
도로에서 사라지는 모범운전자들
시민들의 부정적인 반응보다 오 지회장이 더 걱정하는 것은 모범운전자의 감소와 노령화다. 오 지회장은 "하려는 사람도 점차 줄어들고, 그나마 있는 회원도 점점 나이를 먹으며 은퇴하고 있다"며 "이제 모범운전자는 갈수록 사라질 것 같다"고 비관적인 미래를 내놓았다. 그에 따르면 모범운전자연합회 남양주북부 지회의 올해 신입 회원은 2명, 그마저도 모두 70대 후반이다.
실제로 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 2만 5570명이던 모범운전자는 2022년 2만 4956명으로 감소가 시작돼 2024년 6월 기준으로 2만 1750명까지 줄어들었다. 2020년부터 약 4년간 3820명, 15%가 감소한 것이다.
![한림대학교 앞에서 한 모범운전자가 교통을 통제하고 있다.](https://ojsfile.ohmynews.com/STD_IMG_FILE/2024/1219/IE003394350_STD.jpg)
▲한림대학교 앞에서 한 모범운전자가 교통을 통제하고 있다.
안디모데
오 지회장은 모범운전자 회원이 줄어드는 이유로 택시 운전사라는 직업 자체에 대한 기피를 꼽는다. 버스 기사·배송 기사 등도 모범운전자인 경우가 있지만 이들은 일 자체가 시간에 쫓기다 보니 상대적으로 시간이 자유로운 택시 기사들이 많은데 택시 운전자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옛날 같으면 택시 운전만 해서 자녀들 대학까지 보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역부족인 상황이다. 누가 택시 운전을 하고 싶어 하겠는가"라며 운수업계의 현실을 전했다. 실제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법인택시 운전사 수는 2018년 10만 4천여 명에서 지난 10월 7만1천여 명으로 3만 명 이상 감소했다. 이는 30% 가량 감소한 수치다.
수입 감소도 한 요인이다. 오 지회장은 "택시는 돈을 벌겠다고 욕심을 부릴 수도 없다. 밤낮없이 일하다 보면 과로로 병원 신세가 되기 십상"이라며 "아는 택시 운전사도 3년간 열심히 하다가 과로로 병원에 입원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업시간을 할애하는 모범운전자 봉사는 택시 기사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와 관련, 오 지회장은 "시 등의 관공서에서 공사 등을 진행할 때 시공사가 모범운전자들을 임시로 고용해 임금을 지급하는 유상근무가 존재하긴 하지만 그 수가 한정돼 있고, '봉사직'이라는 특성상 돈을 바라지는 않지만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모범운전자들에게 가해지는 부담은 지방일수록 더 심각하다. 오씨는 "현재 남양주 북부 모범운전자는 총 67명이지만 서울의 경우 수백명에 달한다"며 "그에 반해 관할 하는 지역 범위는 비슷하니 상대적으로 인원이 적은 지방 모범운전자들은 더욱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교통 경찰·신호등과 함께 도로교통의 원활한 소통에 보이지 않는 기여를 해오던 모범운전자들이 사라지고 있다.
안디모데 대학생기자
![안디모데 대학생기자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대학생기자가 취재한 것으로, 스쿨 뉴스플랫폼 한림미디어랩 The H에도 게재됩니다. (www.hallymmedialab.com)](https://ojsfile.ohmynews.com/STD_IMG_FILE/2024/1219/IE003394356_STD.jpg)
▲안디모데 대학생기자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대학생기자가 취재한 것으로, 스쿨 뉴스플랫폼 한림미디어랩 The H에도 게재됩니다. (www.hallymmedia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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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교통 정리해주던 '모범운전자'가 사라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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