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태와 나의 질문, 더 나은 사회를 바라며

우리 각자의 작은 노력이 모여 희망찬 사회를 만들 수 있기를

등록 2024.12.22 14:48수정 2024.12.2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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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겨울,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내란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후 나의 일상은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 매일같이 뉴스를 검색하며 새로운 속보가 나왔는지 자꾸 확인하지 않고는 못 견뎠다.

퇴근 후에도, 자기 전에도, 밤에 잠깐 깼을 때조차 확인하는 버릇이 생겨버린 것이다. 최근에는 탄핵 절차가 지연이 될 것 같은 불안감이 커졌고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신뢰는 이미 바닥을 쳤다.


이러한 불신은 단지 뉴스를 서치하고 누군가의 정치적 의견에 동의하면서 단시간 동안 형성된 것이 아니었다. 어릴 적부터 조금씩 쌓여온 경험과 깨달음이 지금의 생각을 갖게 했다. 사회 생활과 결혼, 출산, 생계와 양육의 책임을 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자연스럽게 우리가 사는 사회가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 것이다.

어릴 적, 어른에게 들은 말

어린 시절, 나를 둘러싼 어른들은 정치와 이념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무척 즐겼다. 유달리 미국을 좋아했고 5.18 광주 민주화항쟁을 북한의 소행이라고 했다. 나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들에게 배운 사고방식이 나에게 해로운 것이 되었다.

특히 기억나는 사건이 하나 있다. 한 번은 TV 토론에서 정쟁을 벌이는 두 사람이 의견 충돌하는 장면을 보고 있었다. 나는 어른에게 말했다.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해 보여요."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쟤는 빨갱이라 절대 받아주면 안돼!"


그 한마디는 강렬하게 내 마음을 때렸다. '빨갱이'라는 단어가 모든 혐오와 분노를 일으키는 대상이자 용납할 수 없는 존재로 인식되었다. 나는 그 단어의 의미와 역사적 맥락에 대해 정작 아는 것이 별로 없었지만 은연중에 내 생각과 태도를 지배했던 것 같다.

성인이 된 후 삶 속에 찾아온 문제 인식

세월이 흘러 근로자로, 아내로, 엄마로 살아가며 점점 더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무엇이 오늘의 나를 살아가게 하는가? 내가 믿어온 가치관들은 과연 옳은 것인가? ' 그러나 어릴 때 내가 보고 배운 방식 안에서 이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을 찾을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내가 싸워야 할 내면의 요소가 많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것은 불공정한 경쟁과 혐오 사상과 같은 것이었다. 어린 시절 가슴에 박혔던 "쟤는 빨갱이라 절대 받아주면 안 돼"라는 한마디가 사람과 문제를 바라보는 내 시각을 왜곡시키고 있었다. 나와 다른 대상을 이해하려는 노력보다 분류하고 차별하는 태도가 내 안에 형성되었던 것이다.

사회적으로도 이러한 문제는 깊이 내재되어 있었다. 사람들을 분류하고 보이지 않는 계급을 형성하여 소위 흙수저, 무수저의 비극과 같은 일을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있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분노와 우울이 넘치는 환경을 만들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길을 막고 있었다.

작은 말 한마디의 힘

예전에 자녀교육 자료에서 본 한 모자의 일화가 생각난다. 한 엄마가 길거리를 청소하고 있는 미화원을 보며 아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얘야 공부 안하고 놀기만 하면 저 아저씨처럼 돼. 그러니까 공부 열심히 해야 돼."

이 한마디가 인생의 방향에 도움을 주었을지 모르지만, 타인을 경쟁자로 보는 시각과 직업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사고방식이 주입되었다. 작은 말 한마디가 연못에 던져진 작은 돌맹이처럼 큰 파장을 일으킨다. 사회의 불평등과 혐오를 당연한 것으로 만드는 작은 돌맹이가 아이의 인생에 던져진 것이다.

바람과 우리가 노력해야 할 것

평소 자녀를 대할 때 잘못된 가치관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나는 올해 겨울, 국정을 운영하는 지도자가 거대한 돌을 던져 사회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상황을 마주하였다. 지도자에 대한 바램과 우리 각자의 노력을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내가 바라는 지도자는 경쟁과 혐오를 조장하는 대신, 갈등을 해소하고 소통과 화합을 이끄는 사람이다. 국민을 존중하고 더 나은 미래를 제시하는 본이 될 수 있는 인물이기를 바란다.

그러한 지도자를 세우기 위해 우리 각자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우리 각자에게 불공정한 경쟁을 비판하고 거부하는 용기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혐오 사상을 부추기는 환경을 분별하고 화합과 존중의 언어로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의 작은 노력이 모인다면 우리 사회는 더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이다.

미화원 아저씨를 보며

끝으로 나는 미화원을 보고 있는 내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얘야 미화원 아저씨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깨끗한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거 아니? 참 감사한 분이야."

이러한 작은 가르침이 모인다면 우리 아이들이 더 살기 좋은 세상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느리미 #계엄사태이후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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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피부관리사, 피부 심신 회복 전문 아로마 테라피스트. '느리미'라는 필명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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