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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자연의 보고, 우포늪이 깨어난다... 우포에 보는 팔현습지

새벽 우포 기행,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야생의 땅 우포에 들다

등록 2024.12.22 15:46수정 2024.12.22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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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포늪의 새벽. 여명이 밝기 전 새들이 울음소리만 가득하다.
우포늪의 새벽. 여명이 밝기 전 새들이 울음소리만 가득하다. 정수근

지난 21일 새벽 찾은 우포늪. 여명이 밝기 전 새벽 우포는 벌써부터 소란했다. 기러기와 고니 등 각종 새들의 울음소리가 어둠을 뚫고 날아왔기 때문이다. 캄캄한 새벽이라 시야엔 아주 가까운 나무만 보일 뿐 칡흑 같은 어둠 속을 새들의 울음소리만 곧장 날아든 것이다.

원시자연의 보고이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창녕 우포늪을 찾다

그래서인가. 그 어둠이 전혀 무섭지 않았다. 보이진 않지만 주변에 많은 야생의 친구들이 있다는 안도감 때문일 것이다. "어서 날이 밝아라, 그럼 녀석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텐데" 하면서 동이 터오기 만을 기다렸다.

날도 춥고 해서 한 자리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서 우포늪을 따라서 왼쪽으로 돌았다. 새들의 울음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아주 가까운 곳에 녀석들이 쉬고 있다는 방증이다. 조금씩 날은 밝아오면서 흐릿하지만 시계에 물체들이 나타난다. 뭔가 물체가 또렷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후다닥 물소리를 내면서 새들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우포늪의 새벽 우포가 깨어난다 원시 자연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야생의 땅 우포늪의 새벽에서부터 아침을 담았습니다. 야생의 소리 가득한 이곳은 완전한 야생의 영역으로 길이 보전되어야 함니다. ⓒ 낙동강 수근수근TV


덩치 큰 겨울철새인 큰기러기들이 쉬고 있다가 낯선 이방인의 발걸음에 놀라 화들짝 달아난 것이다. 그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오히려 필자가 더 놀랄 지경이었다. 이 작은 발걸음에도 반응할 정도로 야생의 존재들은 민감한가 보다. 더 발걸음 소리를 죽이게 되는 이유다.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고 우포늪이 흐하지만 서서히 윤곽이 보이기 시작하고 늪 가운데 곳곳에 자리잡은 새들의 무리도 보인다. 흰뺨검둥오리, 비오리, 알락오리 등 오리류가 보이기 시작하고, 이어 더 멀리 큰고니부터 노랑부리저어새 같은 멸종위기종 조류들도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녀석들을 보면서 조심조심 점점 더 우포의 속살을 향해서 들어가보았다. 가는 곳마다 새들이 포진해 있고, 각각의 특유의 소리로 필자를 반겨준다. 홀로 찾은 낯선 이방인이 밉지는 않은지 그닥 경계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우포늪의 명물 중 하나 오래된 왕버들
우포늪의 명물 중 하나 오래된 왕버들 정수근

길은 점점 핵심보호구역으로 향해 있었고, 시야는 점점 밝아져 물체들이 또렷이 보이기 시작해 사진으로 그 모습을 담기에 바빴다.

특히 오래된 습지인지라 왕버들도 나이가 꽤 든 친구들이 곳곳에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 대표적인 친구를 만났다. 뿌리에서부터 줄기까지 그야말로 왕버들이 생겨난 그대로 자라난 녀석이다. 줄기가 다발로 자라나고 가지는 옆으로 양껏 뻗어서 동글동글하고도 건강한 왕버들 특유의 위용을 뽐내며 홀로 서 있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이쯤 되면 우포늪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질 터. 우포늪에 대해 알아보자. 인터넷백과사전인 나무위키는 우포늪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경상남도 창녕군 유어면, 이방면, 대합면에 걸쳐있는 총면적 2.31㎢의 대한민국 최대의 내륙 습지. 우포늪 권역은 2011년 천연기념물 제524호 '창녕 우포늪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유어면 대대리, 세진리 일원에 걸쳐 있는 우포늪(1.28㎢)과 이방면 안리 일원의 목포늪(0.53㎢), 대합면 주매리 일원의 사지포(0.36㎢), 이방면 옥천리 일원의 쪽지벌(0.14㎢)로 나뉜다. 우포늪은 남한 최대의 자연 호수다.

형성시기는 암반 형성시기는 백악기 중기인 1억4000만년 전이지만 늪이 형성되는 것은 오래 잡아도 신생대 마지막 빙하기 시절 때 홍수가 나면 낙동강물이 우포로 역류하고 평상시에도 배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이 일대는 물이 고여있는 늪이 됐다.

480여종의 식물, 62종의 조류, 28종의 어류, 55종의 곤충류가 서식하고 있다. 때문에 람사르 협약에 의해 보호받는 대표적인 습지이며, 대한민국의 얼마 안되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후보 중 하나다.( 필자 주 - 2024년 7월 우포늪은 창녕 화왕산과 더불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선정됐다. 명실상부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 된 것이다.)

각종 야생동물과 식물의 서식처를 제공하는 생태학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곳이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광활한 늪지에는 수많은 물풀들이 머리를 내밀고 있어서 생태박물관을 보는 것 같으며 호소성 배후습지인 우포늪은 우기나 홍수 때의 과다한 수분을 습지토양 속에 저장하였다가 건기에 지속적으로 주변에 공급하여 지형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수문학적 가치를 지니는 자연환경 보전지역이며, 생태자원, 관광자원으로서도 탁월한 경제성을 지닌 지역으로 평가된다."

 왕버들 군락지. 왕버들이 온전한 모습으로 자라났다.
왕버들 군락지. 왕버들이 온전한 모습으로 자라났다. 정수근

큰기러기가 편대 비행을 하고, 노랑부리저어새가 졸고 있는 우포늪

480여 종 식물계에서는 부생식물로 생이가래, 개구리밥, 부레옥잠 등이 자라고 있고, 부엽식물로는 가시연꽃, 마름, 가래, 수련 등이, 습지식물로는 부들, 줄, 갈대, 억새, 골풀 등이 자라고 있다.

조류는 따오기, 물꿩이 유명하다. 따오기는 국내서 멸종된 것을 복원해 성공해 방사한 지역이고, 물꿩은 열대조류인데 최근 매년 우포를 찾아 유명해진 친구다. 이밖에도 텃새로는 논병아리, 쇠백로, 중대백로, 왜가리, 쇠물닭, 민물가마우지,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물닭, 원앙 등이, 겨울철새로 고방오리, 알락오리, 넓적부리, 홍머리오리, 청머리오리, 쇠오리, 고니 등 총 62종이 우포를 찾는다.

물고기로는 뱀장어, 피라미, 잉어, 붕어, 메기, 가물치, 버들붕어 등 28종이 서식하고, 포유류로는 두더지, 족제비, 너구리, 삵, 고라니, 수달 등이 찾고, 파충류로는 남생이, 자라, 줄장지뱀, 유혈목이 등이 서식한다.

양서류로는 무당개구리, 두꺼비, 청개구리, 참개구리, 황소개구리 등이, 패류로는 논우렁이, 물달팽이, 말조개 등이 함께 살아간다.

 기러기떼가 편대비행을 하면서 우포늪의 하늘을 수놓는다.
기러기떼가 편대비행을 하면서 우포늪의 하늘을 수놓는다. 정수근
 기러기들이 편대비행을 하면서 하늘을 수놓고 있다.
기러기들이 편대비행을 하면서 하늘을 수놓고 있다. 정수근

이렇게 우포늪에 대해 회상하고 있을 무렵 하늘에서도 새떼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이내 편대비행하는 기러기들 30~50마리가 머리 바로 위로 날아 반대편으로 사라진다. 그런데 한 무리만이 아니었다. 한 무리가 지나고 나면 이내 다른 무리가 나타나고 무리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

장관이었다. 우포늪은 기러기떼가 내지르는 소리와 그들이 하늘을 가득 수놓으면서 거대한 풍경화를 완성한다. 아니 자연사 다큐의 한 장면을 완벽히 구현해주었다. 그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서둘러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우포늪 왕버들 군락지 사이로 난 오솔길이 참으로 정겹다.
우포늪 왕버들 군락지 사이로 난 오솔길이 참으로 정겹다. 정수근
 우포늪와 이어진 토평천에 자라난 왕버들군락. 100년은 훌쩍 넘어보이는 왕버들이 군락을 이뤄 자라고 있다.
우포늪와 이어진 토평천에 자라난 왕버들군락. 100년은 훌쩍 넘어보이는 왕버들이 군락을 이뤄 자라고 있다. 정수근

녀석들이 지나간 자리는 우포늪의 원시성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왕버들 군락지로 이곳은 각종 사초류와 갈대와 물억새로 이루어진 그야말로 야생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인공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온전한 야생의 공간이 아닐 수 없다.

우포에서 금호강 팔현습지를 생각한다

그래서인가. 이 완벽한 야생에 깃들어 살 수밖에 없는 들쥐나 두더지 같은 녀석들을 잡아먹고 사는 수리부엉이 한 녀석이 낮은 절벽임에도 지난밤 사냥이 고단했던지 그 늠름한 위용을 뽐내면서 눈을 지그시 감고는 잠을 청하고 있다.

먹이가 풍부한 이곳의 생태를 증명이라도 하듯 살이 통통 오른 모습이다. 팔현습지에 살고 있는 수리부엉이 부부 중 암컷인 '현이'를 그대로 닮은 살이 포동포동 오른 녀석을 한참을 지켜보게 된다. 그러나 녀석은 미동도 않고 잠을 청한다. 그 모습이 전형적인 맹금류의 위상이다.

 우포늪 수리부엉이의 늠름한 위용. 맹금류다운 포스가 흐른다.
우포늪 수리부엉이의 늠름한 위용. 맹금류다운 포스가 흐른다. 정수근

토평천과 만나는 곳에 형성된 왕버들 군락지를 끝으로 다시 길을 되짚어 나왔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까는 눈에 띄지 않았던 녀석들이 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 큰고니가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무리지어 유영하고 있고, 가까운 곳에서는 노랑부리저어새가 무리지어 잠을 청하고 있다. 시간이 오전 9시가 가까워 오는데도 잠을 청하고 있다니, 게으름뱅이 친구들이다.

그러나 한쪽에는 마치 "다 그런 건 아니여" 하며 일군의 노랑부리저어새는 큰기러기 무리와 함께 열심히 강바닥을 휘저으며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좌우로 부리를 흔들어야 해서 그 모습이 좀 소란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 너무나 평화로운 모습이다.

 노랑부리저어새가 잠을 하고 있는 그 앞을 기러기들이 조용히 지나간다.
노랑부리저어새가 잠을 하고 있는 그 앞을 기러기들이 조용히 지나간다.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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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부리저어새 물고기 잡다 우포늪의 노랑부리저어새가 부리를 좌우로 휘져으며 물고기를 잡고 있다. ⓒ 정수근


우포늪이 완벽하고도 온전한 야생의 모습에 가깝기에 보일 수 있는 풍경인 거 같아 너무 반가웠다. 이러하기에 올 7월 우포늪은 화왕산과 더불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얻은 것이리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우포늪에서 금호강 팔현습지를 생각해본다. 팔현습지는 도심 속 야생의 공간이다. 도시의 개발과 더불어 쫓겨난 야생의 존재들이 마지막 피난처로 삼아 오밀조밀 살고 있는 도심 속 그들의 마지막 영토다. 야생의 존재들의 '숨은 서석처' 팔현습지에 19종에 이르는 법정보호종이 살고 있는 이유다.

그런데 그러한 마지막 야생의 공간마저 인간 편의시설로 채우려 하고 있다. 환경부발 삽질인 보도교 공사를 통해 야생의 질서를 교란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팔현습지가 하루속히 국가습지로 지정돼야 하는 이유고, 국가습지를 넘어 우포늪처럼 람사르습지로 지정돼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그 가치가 적지 않다.

 큰고니가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유영하고 있다 .
큰고니가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유영하고 있다 . 정수근

온전한 야생의 공간 우포늪이 그 모습 그대로 지켜져야 하는 것처럼 대구 도심 속 마지막 남은 야생의 공간 팔현습지 또한 온전히 지켜져 인간과 야생이 진정으로 공존할 수 있다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현장이 되었음 한다.

우포와 그 안의 뭇 생명들의 평화를 위해 기도해본다. 아울러 금호강 팔현습지의 평화도 빌어본다. 간절히.

팔현습지의 일출 팔현습지가 국가습지로 지정돼 온전한 모습으로 보전되기를 기원해본다.
▲팔현습지의 일출 팔현습지가 국가습지로 지정돼 온전한 모습으로 보전되기를 기원해본다. 정수근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지난 15년 이상 우리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싸우고 있다 .
#우포늪 #팔현습지 #수리부엉이 #기러기 #왕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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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기사를 엮은 책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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