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4일,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여의도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형형색색의 100만 개 불빛 속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그날 대구 동성로를 가득 메운 수만의 인파 속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윤석열을 탄핵하라, 국힘당을 해체하라, 청년들의 함성, 시민들의 외침…… 독재자를 끌어내리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모두의 얼굴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서도원, 도예종, 송상진, 하재완, 우홍선, 김용원, 이수병, 여정남 ……
1972년 10월 17일, 박정희가 계엄을 선포하고 유신독재를 단행했을 때, 당신들은 독재자의 잔혹한 통치에 맞서 모든 걸 걸고 싸웠습니다. 서슬 퍼런 박정희 유신독재에 맞선다는 것은 죽음을 각오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두려워하지도 물러서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당신들을 박정희는 민청학련과 인혁당 사건을 조작하고 목숨을 빼앗았습니다.
1975년 4월 9일 새벽이었습니다.
당신들의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혀내는 데 32년이나 걸렸습니다. 재심을 통해 2007년 1월 23일, 마침내 무죄판결을 받아 명예를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투쟁으로 이루어낸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은 반쪽에 불과했습니다. 당신들을 죽인 자들은 단 한 명도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사건의 조작과 고문에 가담했던 중앙정보부, 경찰과 검찰, 사형을 선고했던 판사들까지 누구 하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대구 경북에서는 독재자 박정희가 구국의 지도자로 부활했습니다. 박정희 광장을 만들고, 박정희 동상을 세우며 독재자를 추앙하고 있습니다.
거짓된 역사를 바로잡지 못하면 독재의 망령은 다시 살아납니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의 내란 시도가 그것입니다. 윤석열은 국회를 해산하고 야당과 민주 인사들을 체포한 뒤, 영구집권을 획책했습니다. 박정희의 부활을 꿈꾸었습니다. 제2의 박정희가 되고자 했습니다. 내란 수괴 윤석열의 망상은 박정희의 유신독재가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똬리 틀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50년 전 독재에 맞선 당신들을 기다린 건 죽음이었습니다. 그때의 우리는 당신들을 지켜내지 못했습니다. 독재의 총칼에 맞서기에는 우리들의 힘이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패배한 것은 아닙니다. 역사에서 패배는 순간일 뿐입니다. 승리의 기록은 영원합니다. 독재자 박정희는 18년 만에 심판을 받았고, 죽음으로 민주주의를 지킨 당신들은 영원한 승리자로 기억될 것입니다.
우리는 윤석열을 탄핵한 민중의 힘을 통해 당신들이 지켜낸 민주주의의 승리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이곳 대구 경북에서도 수구 기득권의 50년 콘크리트를 부숴버리기 시작했습니다.
독재의 역사 앞에 부끄러움과 죄스러움을 느껴온 'TK의 딸들'이 앞장섰습니다. 독재의 망령이 지배해온 대구 경북을 바꾸어내려는 청년들을 보면서 우리는 50년 전 유신독재에 맞선 당신들을 떠올렸습니다.
2025년 4월 9일은 여덟 분의 인혁당 열사들이 희생당한 지 50년이 되는 날입니다.
우리는 이날을 함께 모여 추모만 하지 않을 것입니다. 독재의 망령을 끊어내고 새로운 민주개혁의 출발점으로 삼겠습니다. 윤석열과 국민의힘, 박정희로부터 전두환으로 이어진 독재의 후예들을 완전히 청산하고, 인혁당 열사들이 염원했던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의 세상을 결의하는 대동의 마당을 열겠습니다.
노동과 인권, 기후 위기 해결과 젠더평등 실현을 통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연대의 장을 만들겠습니다. 형형색색 응원봉을 흔들며 민주주의를 지켜낸 청년들과 함께 새로운 광장의 축제를 만들겠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오늘 4.9인혁열사 50주기 행사위원회를 결성하고 연대의 첫발을 내딛습니다. 대구 경북의 민주진보단체들과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2024년 12월 21일 4.9통일열사 50주기 행사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