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앞에서 열린 ‘윤석열 파면-처벌, 사회대개혁 촉구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응원봉(탄핵봉), 피켓 등을 들고 명동까지 행진하고 있다.
권우성
12.3 계엄령 사태 이후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이 관심이 뜨겁다. TV를 틀면 매일 나오는 '헌법', '민주주의', '주권'이라는 평소 국민에게는 낯선 용어가 이제는 일상어가 되어 버린 느낌이다. 먼 미래의 진화된 민주주의에서나 대중적 언어가 될 것으로 생각했던 단어들이 일상어가 된 현실이 오랫동안 민주시민교육 활동을 해 온 필자에게는 기쁘면서도, 왠지 곧 꺼져버릴 것만 같은 비누 거품이라는 불안감도 엄습한다. 몇 년 전 거대한 촛불 광장과 정권교체 이후 시민의 민주주의가 갑자기 썰물처럼 사라진 지난 과거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권력을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을 무시하는 데 익숙한 정치권에 기가 눌려있어서 그런지, 이제까지 지역에서 민주시민교육은 민주주의의 원리나 가치, 주권과 같이 민주공화정 국민주권의 핵심을 이해하는 정치적 교육보다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이나 절차에 치중하는 시민성 교육이 주를 이루었다. 심지어 이러한 정치교육에 대한 조심스러움은 민주시민교육 시민사회 진영 내에서도 경향성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동안 거짓 자유민주주의 정권에 의해 '민주주의'라는 용어는 립서비스 차원에서는 잘도 사용하면서도 그것이 '주권'이라는 용어와 함께 시민들의 일상에 스며드는 것은 극구 차단당했다. 주권자의 귀를 막고 입을 틀어막는 것은 군부정권이나 다를 바 없었다. 이것이 현 정권 들어서서 그동안 진행됐던 학교, 마을 등 전국적으로 민주시민교육을 전부 없애고 민주시민교육 센터까지도 폐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번 계엄 사태는 '일상'과 '정치'가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바로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생각하는 MZ세대가 자신들이 애지중지하는 응원봉을 들고 평소엔 쳐다보지도 않는 정치의 본산인 국회로 헌법재판소로 매일 나오고 있다.
온 국민은 정치가 무너지면 일상이 무너진다는 것을 실감했다. 시민들은 국가에서 민주주의가 무너지면 개인의 일상과 행복도 무너진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 일상에 파묻혀 살면서 잃어버리고 있다고 생각한 '민주주의'를 이번 내란행위를 저지하면서 다시 찾아온 것이다.
이제 그동안 기피 대상으로 낙인찍었던 정치교육을 국가 권력의 주인인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할 시기가 다가왔다. 일상과 정치는 밀접한 상호관계라는 것을, 대의제를 넘어 민주주의의 원래 단어인 민주정의 원리와 가치, 기능을 민주시민교육의 주된 과목이 될 수 있는 법적 제도화를 추진해야 한다. 그래서 시민의 일상이 되는 헌법과 민주주의가 개인과 공동체 발전의 주춧돌이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
우리는 이번에 기회만 있으면 자유민주주의와 국가와 민족을 말하는 권력의 입으로 무장군인에게 국회 앞으로 돌격 명령을 내리고, 그것을 옹호하는 기가 막힌 사태를 보면서, 보수세력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가 얼마나 허상이고 위선적인지를 똑똑히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주권자인 시민이 주권과 민주주의의 정확한 의미를 깨닫고 민주주의와 개인 삶의 관계를 일상적으로 학습하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민주주의는 이론이나 상아탑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및 행복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말이다.
2024년에 2500 년 전 일상과 민주주의를 최초로 언급한 아테네 페리클레스의 연설을 상기해 보자.
"우리의 정체는 민주주의라고 부릅니다. 아테네에서 각 개인은 자기의 일뿐만 아니라 국가의 일에도 관심을 가집니다. 자신의 일에만 대체로 전념하는 사람들도 정치 일반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특징입니다. 우리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을 자기 일만 신경 쓰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고, 아테네에서 전혀 하는 일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영어의 바보 멍청이라는 뜻의 idiot이라는 뜻은 '정치에 관심이 없고 자기 일에만 신경 쓰는 사람'을 가리키는 것으로 아테네어 이디오테스(ἰδιώτης , idiōtēs)에서 유래되었다. 당시 아테네는 직접민주주의 정치체제로서 전쟁, 재정, 복지 등 모든 정치적 결정권은 민회에 참여한 시민에게 있었다. 이런 단어의 유래를 볼 때 당시 아테네인들에게 시민의 국가 공동체에 무관심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시민이 일상에만 신경 쓰면 공동체도 망하고 개인도 망한다고 인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민이 정치적 문제에 대한 직접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는 사상은 2천 년을 훌쩍 뛰어넘어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루소는 사회계약론에서 "주권은 양도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유로 대표될 수 없다. 주권은 본질적으로 일반의지에 있으며, 의지는 결코 대표되지 않는다. 영국 인민은 자신이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크게 착각하는 것이다. 그들은 오직 선거 때만 자유롭고 선출이 끝나면 다시 쇠사슬의 노예이다. 자유를 가지는 짧은 기간에 그것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그들이 자유를 상실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번에 일상에 파묻혀 살면서 그동안 나의 삶 속에서 잃어버린 '민주주의'를 되찾았다. 헌법, 주권과 민주주의 등 평소 나하고는 관계없다고 생각했던 어려운 개념들이 나의 일상으로 깊숙이 들어온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는 순간 다시 우리는 민주주의로부터 멀어지고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주권을 호시탐탐 노리는 도박꾼들에게 언제 권력을 찬탈 당할지 모른다.
지금도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민주주의는 아직도 주권자인 시민의 손안에 안전하게 놓여있지 않다. 시민의 정치의식을 우습게 보고는 조금만 빨리 더 많은 무장군인을 국회로 투입했다면 크게 대박 날 수 있었을 터라며 땅을 치는 내란범들의 저항도 계속된다. 그래서. 그동안 거짓 자유민주주의인 과두제 권력에 의해 빼앗겼던 시민의 일상이 되어야 하는 민주시민교육을 되찾아와야 한다.
이제 급할 때만 나오는 119 민주주의가 아니라 전국적인 공적 차원의 민주시민교육을 통해 일상적으로 주권과 민주주의를 논의하고 숙의하는 일상 민주주의로 시급히 변화할 때이다.
송 재 영
수원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사회학박사
전국 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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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학 박사
수원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성공회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위원
전국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
민주시민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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