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수호를 위해선, 지속적인 풀뿌리 집회가 필요하다

[주장] '12.3 계엄사태'라는 민주주의 위기 극복, 시민들의 동력을 이어가려면

등록 2024.12.23 09:49수정 2024.12.2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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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앞에서 열린 ‘윤석열 파면-처벌, 사회대개혁 촉구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응원봉(탄핵봉), 피켓 등을 들고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앞에서 열린 ‘윤석열 파면-처벌, 사회대개혁 촉구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응원봉(탄핵봉), 피켓 등을 들고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권우성

12.3 계엄사태는 국회 동의 없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한 사건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특히 미국에서도 다양한 비판과 우려가 쏟아졌는데도, 이를 단순히 정치적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엔 그 위법성과 파급력이 지나치게 크다.

계엄령은 국가 비상 상황에서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이번 사태는 절차적 정당성을 완전히 무시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위기'라 불릴 만하다. 국민에게 투표와 집회, 언론 자유가 열려 있다고 해도, 권력이 마음대로 헌법적 원칙을 뒤흔든다면 사실상 민주주의가 무너진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대규모 집회 넘어 풀뿌리로 가야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즉각적인 분노가 대규모 집회로 표출되는 건 자연스럽다. 다만 규모가 큰 집회가 잠시 뜨거운 이슈를 만들더라도, 이후 열기가 식으면 제도나 정책을 변화시키는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 풀뿌리 집회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는 수단이다.

최근 부산에서 매일 열리고 있는 집회나 국회 앞에서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참여하는 항의 활동을 보면, 단순한 '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일상 속에서 꾸준히 민주주의 가치를 되새기도록 한다. 작은 집회가 수시로 열리면 SNS와 지역 언론을 통해 자연스럽게 알려지고, 결국 권력은 이러한 목소리와 공감대가 광범위해질수록 함부로 움직이지 못한다.

세대 간 연대, 어르신들의 정치 성향 바꾸기 쉽지 않지만

민주주의 수호에 있어 청년과 여성의 목소리가 크지만, 어르신들의 참여와 지지도 반드시 필요하다. 6.25 전쟁을 거치며 오랜 시간 특정 정치 성향을 유지해온 어르신 세대는 단순 정보 제공만으로 견해를 바꾸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포기하기보다는, 지역에서 일상적으로 계속되는 풀뿌리 집회를 통해 "왜 이런 집회가 이어지고 있는지"를 반복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어르신들이 마주치는 피켓 한 장, 이웃집 학생이 들고 있는 손팻말 한 장에서 생각이 시작될 수 있다. 처음에는 불편함을 느끼더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대화를 하게 되고, 왜 계엄사태가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인지 알게 될 가능성이 생길 것이다. 즉각적 변화가 쉽지 않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히 설득하는 노력이 민주주의 강화에 필수적인 것이다.

정치적 무관심 넘어서야


정치 자체를 불신하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분위기도 문제다. "정치가 다 그렇지, 뭐"라는 체념이 만연하면, 불법적 권력 행사에 대한 비판이 약해지고, 권력은 더 쉽게 독단을 휘두를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가 썩었다고 고개를 돌리지 말라"는 경고가 여전히 유효한 이유도 여기 있다.

풀뿌리 집회는 작은 규모라도 국민들이 지나가며 접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리 동네에서도 저런 움직임이 있구나"라고 깨닫게 만든다. 그러면서 정치가 실제 내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서서히 정치적 무관심에서 벗어난다. 사람들에게 정치란 '국회와 정부가 알아서 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 일상'이며 '지금 당장 목소리를 내야 하는 사안'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다.

실질적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는 힘

12.3 계엄사태를 둘러싼 불법성과 위기감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사태를 계기로 국민들이 풀뿌리 집회를 통해 민주주의를 재정비하고, 정치권에 현실적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대규모 시위를 통해 문제가 공론화됐다면, 풀뿌리 집회는 열기가 식지 않도록 유지를 도와준다. 지역 의회와 지방정부에 계엄사태 대응 관련 결의안을 제안할 수도 있고, 국회 차원에서 '계엄사태 방지법' 제정이나 '민주주의 수호 특별조항' 마련 같은 법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도록 요구할 수도 있다. 결국 꾸준한 집회가 압력을 만들어내고, 부당한 권력이 다시는 독단을 휘두르지 못하게 견제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본질이다.

12.3 계엄사태는 한국 민주주의에 큰 상처를 남겼지만, 동시에 국민들의 깨어 있는 감시가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시켜 준 사건으로도 기록될 수 있다. 민주주의는 저절로 굴러가지 않는 제도이며, 권력은 언제든 구시대적 전례를 답습하려 한다. 작지만 일상적으로 이어지는 풀뿌리 행동이야말로 이런 잘못된 권력을 감시하고 제어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우리 모두가 끈질긴 참여로 제도와 권력을 바꿔나갈 때, 민주주의는 한층 더 단단해질 것이다.
▣ 제보를 받습니다
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
#계엄 #민주주의 #집회 #세대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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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동대학교 해킹보안학과 교수. 사람이 중심이 되는 정책과 기술을 연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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