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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불평등의 주범인가, 아니면 축소자인가

'같은 출발선 설 수 있게'... 교육 격차 아래 숨은, 환경적 불평등도 고려해야

등록 2024.12.23 12:11수정 2024.12.2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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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학교의 재발견> 표지 <학교의 재발견>은 사회학자 더글러스 다우니(Douglas Downey)가 2020년에 펴낸 <학교가 중요한 이유(How Schools Really Matter)> 한국어 번역본이다. 사회학자 최성수와 교육학자 임영신이 2023년에 함께 옮겼다.
▲책, <학교의 재발견> 표지 <학교의 재발견>은 사회학자 더글러스 다우니(Douglas Downey)가 2020년에 펴낸 <학교가 중요한 이유(How Schools Really Matter)> 한국어 번역본이다. 사회학자 최성수와 교육학자 임영신이 2023년에 함께 옮겼다. 동아시아

<학교의 재발견>은 사회학자 더글러스 다우니(Douglas Downey)가 2020년에 펴낸 <학교가 중요한 이유(How Schools Really Matter)> 한국어 번역본이다. 사회학자 최성수와 교육학자 임영신이 2023년에 함께 옮겼다.

억압적 구조를 가진 학교, 혁신 해야 하지만


"… 학교 교육이 내실화되면 사교육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함의한다. … 학교의 교육력 강화는 학생들의 차이를 반영한 맞춤형 교육으로 시작해야 한다. 학교의 수업이 학생들의 수준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평균적인 수준에 맞추어 진행하다 보니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맞지 않는 상황이다. … 학교의 교육력 강화를 위해서는 수업에서 혁명적 변화가 필요하다." (내일신문, 2024년 3월 11일, 인터넷판, <사교육 정책의 근본은 '교사가 이끄는 교실 혁명'>)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정제영 칼럼 일부이다. 매년 3월 통계청은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결과는 매해 비슷하다. '가정 배경에 따라 사교육비 차이가 크다'라는 결과다. 숫자만 조금씩 차이가 난다. 통계청 발표를 전후해 위 칼럼과 같이 '학교 교육이 사교육에 미치지 못해서 문제'라고 질타하는 글이 줄을 잇는다.

오랫동안 학교는 혁신의 대상이었다. 한때는 '무능한 철밥통 교사 집단'의 소굴로 여겨지기도 했다. 나도 그동안 학교와 교사를 비판하는 글을 몇 차례 썼다. 초점은 주로 학교가 학생을 억압하는 불평등한 구조에 있었다. 학교가 관행을 따르는 문화와 억압적 구조를 가졌다는 점에서, 나는 여전히 학교가 <해리포터>에 나오는 볼드모트(Voldmort)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학습 또는 인지적 측면에서 학교는 어떤 역할을 할까? 대략의 답안은 다음 세 가지다.

A. 학교는 사회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B. 학교는 사회 불평등을 확대하는 역할을 한다.
C. 학교는 사회 불평등을 축소하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 많은 사회학자와 교육학자, 경제학자들이 A라고 대답했다. 대표적인 이들이 아직도 미국에서 활동 중인 경제학자 보울즈와 긴티즈(Bowles and Gintis)이다. 프랑스 사회학자 부르디외(Bourdieu)도 이들과는 다른 측면에서 A라고 주장했다. B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내 주변에서 만난 교사들도 대부분 A라고 답했다.


책 <학교의 재발견>은 다른 답을 준비했다. 사회학자인 글쓴이 다우니(Downey)는 C라고 주장한다. '사회 불평등을 축소하는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학교가 아이들 간 학습 불평등에 미치는 효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니 학교는 해가 되기보다는 도움이 되는 듯하다. 학교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려면 학교가 불평등을 강화시키는 요인들의 효과 크기와 완화하는 요인들의 효과 크기를 저울질해 봐야 한다." (책, 150쪽)

다우니는 "사람들이 학교가 정말로 불평등을 만들어 내기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학교가 불평등을 만들어 낸다는 설명을 원한다"라고 이야기한다(책, 154쪽). 그는 사람들이 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외면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무시무시한 악당'이 존재해야만 그를 마음껏 비난하면서 실제 문제는 해결하지 못해도 일단 안심할 수 있다.


글쓴이는 사람들이 진실에서 멀어지는 사례로 '프리다 소피아' 사례를 들었다(책 152~153쪽, 경향신문 인터넷판, 2017년 9월 22일, <희대의 오보에 멕시코 충격, 잔해서 손 내민 12세 소녀 프리다 소피아는 없었다>). 이야기 줄거리는 이렇다. 2017년 9월 멕시코시티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인근 학교도 무너졌다.

구조 대원이 잔해더미 속에서 한 소녀의 희미한 신음을 들었고, 그녀 이름이 프리다 소피아라는 소식이 보도됐다. 온 나라가 언론 보도와 SNS를 보며 12세 소녀의 생존을 며칠 동안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조사 결과, 프리다 소피아라는 소녀는 없었다. 학교 기록 어디에도 그는 존재하지 않았다.

다우니는 이런 말도 안 되는 현상이 일어난 원인 가운데 하나로 많은 사람의 '바램'을 들었다. 지진으로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다. 이런 상황에서 어린 소녀의 생환은 한 줄기 '희망의 빛'이었을 것이다. 모두가 그렇게 믿고 싶었으리라. 나라도 그랬을 듯하다. 하지만 그 강한 바람은 '판단' 능력을 잃게 했다.

학교와 불평등 재생산 관계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도 비슷하다고 글쓴이는 말한다. 최근 다우니와 비슷한 주장을 사회학자와 교육학자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매우 논쟁적인 주장이다. 하지만, 그의 설명과 연구 결과를 헛소리로 넘기지 않고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학교가 불평등 재생산 도구라고 하면, 당장 없애버려도 상관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많은 돈을 들여 교사를 채용하고 교육비를 지출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미 지나온 수십 년의 설명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으니, 더구나 해결 노력도 소용이 없을 것이므로.

학교와 불평등의 관계

교육 불평등은 실상 취학 전부터 시작된다. 3~4세 때부터 고액 영어 학원을 보내고,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 자녀를 의대에 보낼 생각하는 보호자들이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그 격차는 특히 더욱 심하다. 서울대 입학자 수의 거주지 비율,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문화 자본의 차이 등 많은 자료와 연구 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학교는 불평등을 낳는 곳이라기보다는 불평등이 드러나는 곳이다. 학교는 불평등을 만들어 내기보다 반영하는 측면이 더 많다." (책, 108쪽)

불평등이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것과 불평등을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물론 학교는 교사와 학교 문화의 차이로 인해 학생들 사이의 불평등을 확대하거나 재생산할 수도 있다. 그런데 다우니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 그림과 같다.

학교의 역할 저자에 따르면, 학교는 교육 불평등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학교의 역할 저자에 따르면, 학교는 교육 불평등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다우니(Downey)

'혜택받은 학교'는 흔히 말하는 '좋은 학교'다. 우리나라로 보면, 과학고나 외국어고가 해당할 수 있다. 이들 학교는 학생 성장을 돕는 곳이라 단언하긴 어렵다. 처음부터 학업성취가 높은 학생들을 받았기 때문에 졸업할 때 학업성취도가 높은 것이라 말할 수도 있다.

학교가 학생들을 입학 시기보다 얼마나 학업성취를 높였는지, 대부분 사람들은 묻지 않는다. 위 그림의 왼쪽 부분은 무시한 채 오른쪽만 보려고 한다.

그림 왼쪽, 즉 태어난 가정의 부유함 여부는 어쩔 수 없는 영역으로 치부한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나타나는 격차를 줄이지 못한다면, 혹은 줄이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다면, 학교 개혁을 통해 교육 불평등을 줄이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대부분 실패할 수밖에 없다.

"해마다 반복되는 학교 개혁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빈곤한 지역 내 학교가 문제가 아니다. 실패 원인은 그 학교에 다니는 가난한 아이들이다. 학교는 완벽해서 문제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 아이들이 학교 밖에서 맞닥뜨리는 열악한 환경이 나아지지 않는 이상 이 아이들이 학교에서 지속 가능한 학업적 성과를 보여주기란 정말 어렵다." (책, 184~185쪽)

어쩌면 미국보다 우리는 조건이 좋은 편이다. 교사의 질이 높고 고른 편이다. 국가교육과정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표준화돼 있다. 지역 범위와 인구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경제력은 강한 편이다.

물론 모든 면에서 미국보다 형편이 나은 건 아니다. 한국의 경우 교육열이 지나치게 높은 편이고, 직업 차별도 심하다. 특정 학벌이 거의 모든 권력 기관을 장악하고 있다. 학벌 엘리트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권한을 주었다.

특정 엘리트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이번 12.3일 내란 사태 '쿠데타'에서 보듯 다양성 부족에서 오는 '비정상적' 결정을 막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국민의 생각과 처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정책 결정 가능성을 높인다. 이는 당연히 매우 위험하다.

"학교 개혁을 통해 격차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애초에 큰 격차가 생기지 않도록 개선하는 데 하는 편이 더 합리적이다. …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있게 해야 한다." (책, 192쪽)

출발선의 불평등은 공정하지 않다. 부모와 가정환경을 골라서 태어나는 사람은 없고, 전적으로 '운'에 달렸기 때문이다. 개인이 선택하지 않은 부분까지 책임지라고 할 수는 없다. 그 책임은 전적으로 나라가 져야 한다. 다우니의 말은 너무 당연해서 시시하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그 당연함을 우리는 아직 이루지 못했다.

다음은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보도자료에서 한 말이다. 골자는, 여전히 학교만 잘하면 교육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얘기다. 그러나 '복지 축소'와 '작은 정부'를 선호하는 그의 가치관부터 바꾸지 않으면, 교육 불평등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앞둔 지금은 디지털 기술을 지혜롭게 사용하여 잠자는 교실을 깨울 때이다."
(교육부, 2024년 11월 28일 보도자료, <2025년, 교실에서 마주할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모두를 위한 맞춤 교육을 실현> 일부)

학교의 재발견 - 학교가 불평등의 주범이라는 착각

더글러스 다우니 (지은이), 최성수, 임영신 (옮긴이),
동아시아, 2023


#학교의재발견 #다우니 #최성수임영신 #교육불평등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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