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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바꾸고 다시 살아난, 죽을 줄 모르는 댐"

[238일-239일차] 환경부 앞 댐 건설 규탄 목소리... '다시 만날 세계'를 기대하며

등록 2024.12.23 18:24수정 2024.12.24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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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에도 천막은 따뜻하다
겨울에도 천막은 따뜻하다 문성호

"생각보다 따뜻하다!"

세찬 바람을 맞으며 천막 안에 들어서는 이들마다 의외로 따뜻하다면서 한마디씩 한다. 난로가 꺼져 있어도 따뜻한 기운이 안에 잘 머물고 있어 바깥의 바람소리에도 천막은 따뜻하다. 작은 난로 하나에 물을 끓여 안을 데우기도 하고 가끔 밤이나 고구마를 구워먹기도 한다. 이제야 제대로 된 겨울나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어제(22일)는 하루종일 남태령역 앞 전봉준투쟁단들의 시위를 마음 졸이며 지켜보았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남태령역'이 이렇게 뜨거운 장소가 될지 누가 알았을까. 하룻밤을 꼬박 새우며 함께 투쟁해 준 시민들의 모습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우리를 이렇게 역동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마음의 뜨거움일까 생각하게 된다.

겨울의 금강은 어느 때보다 활기차다. 각종 철새들이 쉴 새 없이 강 위에서 먹이를 찾고 산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금강은 따뜻한 풍경으로 가득하다.

기어이 댐 짓겠다는 환경부… 주민들의 날카로운 일갈

 발언하는 김명숙 지천댐반대대책위 공동대표
발언하는 김명숙 지천댐반대대책위 공동대표 정수근

"왜 돈 되는 것은 전부 도시에서 갖고 우리 같이 자연에 의지해서 농사짓는 이들에게 이런 고통을 줍니까!"

23일 환경부 앞에 울려퍼진 지천댐반대대책위원회 김명숙 공동대표의 일갈이다. 도시에 산업용수 대겠다고 지역을 희생시키는 댐 추진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지천댐반대대책위원회를 비롯 의령가례천댐, 사평댐, 감천댐, 순천옥천댐 등 댐 추진을 중단하라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주민들 곁에는 강 유역네트워크,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환경단체들이 함께 서서 졸속으로 추진되는 하천유역 수자원 관리계획 강행을 규탄했다.

문성호 보철거시민행동 공동대표의 여는 발언으로 기자회견을 시작했고, 한강권역을 대표해 김현정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발언을 시작했다. 뒤이어 주민대책위의 강력한 발언도 이어졌다.


 발언하는 이상준 감천댐반대대책위 사무국장
발언하는 이상준 감천댐반대대책위 사무국장 이경호

"저희가 벌써 댐 반대 운동을 한지 10년이 돼 간다. 2015년 대덕댐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다가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면서 감천댐으로 이름만 바뀌어 다시 살아난 '좀비댐'이다. 말 그대로 죽을 줄을 모르는 댐이다."

10년 넘게 댐 반대운동을 하고 있다는 낙동강권역 감천댐반대대책위 이상준 사무국장은 2020년에 취소된 대덕댐이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면서 감천댐이라는 이름으로 또 추진되고 있다고 규탄했다. 과거 댐 반대 활동하면서 귀농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해 폐농했다가 이제 사과농사를 잘 지어보려는데 이렇게 됐다면서 탄식하기도 했다.

 발언하는 배서영 사평댐백지화대책위 집행위원장
발언하는 배서영 사평댐백지화대책위 집행위원장 정수근

"사평댐은 여수하고 광양에 산업용수를 대겠다고 만든다. 하지만 지금 있는 주암댐이 있는데 70km나 먼 사평에 댐을 막아서 줄 이유가 없다. 사평에 사는 어르신이 1000명인데 이유도 없는 댐에 우리가 희생되는 게 말이 되는가."

영산강권역 사평댐백지화대책위원회 배서영 집행위원장은 근거도 부실한 댐 건설 사업에 주민들이 희생될 뿐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지자체가 근거없는 댐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절차를 만들어내고, 주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는 현실을 알리기도 했다.

 발언하는 고진우 의령가례천댐반대대책위 부위원장
발언하는 고진우 의령가례천댐반대대책위 부위원장 이경호

"우리 마을은 20년 전에 이미 상수원 개발한다고 이주한 곳이다. 이주하면서 집을 지을 때 받은 대출금도 다 갚지 못한 이들도 있는데 이번엔 댐 지으면 수위가 11m 오르는데도 그냥 살라고 한다. 주민 이주에 대한 아무 대책도 없는 상황인데 댐 짓는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고진오 의령가례천댐반대대책위 부위원장은 대책없이 추진되는 댐 건설에 반대할 수 밖에 없지 않겠냐며 고령의 어르신들이 추운 겨울을 천막에서 보내고 있다고, 주민들을 기만하고 속이는 환경부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낭독을 통해 "우리는 국가물정책과 물 민주주의를 파탄으로 몰고가는 현 정부의 물 정책을 두고 볼 수 없다"며 "환경부는 신규댐 건설 추진을 전면 중단하고, 물정책 역행을 중단하라. 내란동조, 방조자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당장 직무를 중지하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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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 영상 졸속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강행 규탄 기자회견 ⓒ 박은영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민주주의를 훼손한 윤석열 내각이 아직도 자신이 정당한 양, 책임을 다하는 양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에 분노했다.

정부기관인 환경부가 경찰 앞세우고 주민들 밟아가며 공청회를 진행한 것은 명백한 내란동조 행위다. 김완섭 환경부장관은 절차도 무시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며 진행되고 있는 물정책을 당장 중단하고, 정상화 하려는 노력에 앞서야 한다. 이를 방기한 채 제 권력에 취해 '장관 놀음'에 빠져있는 환경부장관, 은인자중 하는 염치도 없는 환경부는 말 그대로 '내란동조자'다.

멀지 않은 봄… 우리는 '다시 만날 세계'를 기대한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생명이 답이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생명이 답이다! 문성호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천막농성장에 현수막을 새로 걸었다. 산양의 눈이 사람들이 내려오는 길을 바라보도록 설치했다. 산양의 그 눈에는 어떤 욕망도 거짓도 편견도 없다. 사람의 가슴을 찌를 듯 투명한 눈빛이 칼날처럼 심장에 파고드는 듯 하다. '너는 무엇이냐'고 묻는 듯 해, 잠시 멈춰서서 '사람이란 무엇일까' 생각한다.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는 순간, 거리로 끝없이 쏟아져나온 시민들의 터져나오는 함성은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를 확인시켜주는 순간이었다. '함성'은 그간 세상에 덮인 유리 같은 권력의 막을 와장창 깨부쉈고 지금까지도 계속 균열이 이어지고 있다. 권력은 영원하지 않고 결국 '바꾸고자 하는 이들의 의지'에 무릎꿇게 되는 것임을 이제 권력자들은 깨달았을까. 광장에 나온 시민들의 말간 얼굴이 그토록 빛났던 이유는, 그 의지가 산양의 눈처럼 순수했기에 더 날카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권력이라는 얇은 벽을 마치 영원히 허물어지지 않을 것처럼 견고하다 믿는 이들의 어리석음은 여전히 건재하다. 하지만 지금은 몸을 낮출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더 견고하고 강력한 것은 언제든 그것을 부술 수 있는 '결집된 시민들의 의지'라는 것을 지금은 체감할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댐 추진을 반대하는 주민들, 보 재가동을 막고자 하는 이들의 의지 또한 결국 승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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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일에 터진 불꽃 대통령 탄핵일 저녁에 세종 빛 축제를 알리는 불꽃이 터지고 있다 ⓒ 임도훈


'탕~' '타당~'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는 날, 빛 축제를 한다고 이응다리에서 터져올라오는 불꽃을 봤다. 탄핵을 축하하는 건지, 세상이야 어찌됐든 알게 뭐냐는 뜻인지 철없이 올라오는 불꽃은 의도야 어찌됐든 모두에게 꺼져가는 권력을 주저앉힌 것에 대한 축하메세지로 읽혔다.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될 수 있을까 걱정이 들기도 하는 불꽃이기도 했다.

240여 일이 지나고 새해가 지나면 또 봄의 금강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 금강에서 우리는 '우리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계속 질문하고 있다. 여기에 처음 들어왔던 1년 전 4월도 그다지 멀지 않게 느껴진다. 우리는 이 곳에서 여전히 생명의 기운으로 충만하다. 그 기운으로 우리는 2025년을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될 세계'를 말이다.
#기후대응댐 #감천댐 #사평댐 #의령가례천 #지천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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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글쓰는 사람. 남편 포함 아들 셋 키우느라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톡톡 6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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