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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은 학생들이 '마을 손주' 되는 날입니다

첫날 들은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송악마을 <동네 손주 왔어유> 이야기

등록 2024.12.30 17:30수정 2024.12.3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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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로 뚝 떨어지는 날씨의 연속이다. 2024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현재 고등학생으로 이제 3학년을 준비하고 있다. 몸도, 마음도 추운 12월 어느 날 따뜻했던 나의 과거를 돌아보다 문득 나눔과 공감, 그리고 누군가의 따스함이 사라진 요즘 사회에서 우리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녹여줄 초등학생, 중학생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졌다.

어르신들의 추위를 함께 나눔으로 이겨내고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공감으로 치유하는 이 프로그램은 충청남도 아산시 송악면 이야기이다.


2021년부터 시작해서 2024년 현재까지 4년째 꾸준히 진행되어오고 있는 <동네 손주 왔어유> 라는 활동이 그 주인공이다. 이 활동은 원래 마을에 있는 송악교회에서 시작한 '오병이어 반찬배달' 프로그램이었다. 마을 독거노인분들에게 학생들이 반찬을 배달하는 일이다.

이 이야기를 더 자세하게 풀기 위해 <동네 손주 왔어유>를 처음 계획한 당시 송남중학교 교장 선생님이자 내가 중학생 시절 따뜻한 마음과 손길로 학생들을 달래주고 응원해 주었던 송남중학교 전 교장선생님, 유재흥 교장선생님을 지난 27일 이메일로 인터뷰하였다.

"마을이 학생들을 마을 시민으로 함께 키워야"

<동네 손주 왔어유> 첫날 송악교회에서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유재흥 교장 선생님 코로나가 유행하던 시절 <동네 손주 왔어유>가 처음 시작하는 날 아이들과 함께 마스크를 쓰고 프로그램의 목적과 방역 수칙등을 설명하고 있다.
▲<동네 손주 왔어유> 첫날 송악교회에서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유재흥 교장 선생님 코로나가 유행하던 시절 <동네 손주 왔어유>가 처음 시작하는 날 아이들과 함께 마스크를 쓰고 프로그램의 목적과 방역 수칙등을 설명하고 있다. 송남중 학부모회 제공

- 교회에서 하는 봉사프로그램과 학교 프로그램을 엮어야 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교회의 몇 분이 주말마다 고생하시는 것과 학생은 의미 없는 봉사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교회와 마을, 학교가 역할을 나누어 함께하면 서로의 부담을 덜어주면서도 봉사활동의 의미가 커지겠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동네 손주 왔어유>를 추진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을까요?

"참여할 학생들을 모으고 학부모보호자님들을 연결하는 일, 개인 사정으로 갑작스럽게 빠지게 되는 학부모보호자님이 생기는 일이 힘들었어요."


- 선생님께서 생각하는 <동네 손주 왔어유>의 장점이 무엇인가요?

"학생들과 학부모 보호자님들이 함께한다는 점과 마을 안에서 일회성 봉사활동이 아니라 마을 속에서 지속적으로 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동네 손주 왔어유>를 진행하면서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나요?

"참여 학생들이 노인분들과 관계를 더해가고 송악마을에 대하여 더 많이 이해하게 되는 모습을 보게 될 때가 가장 뿌듯하고 인상깊었습니다."

- 이 프로그램이 청소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으면 하나요?

"사람과 마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봉사활동의 기쁨을 깨닫고 누렸으면 좋겠어요."

- 이 프로그램이 유지되고 다른 지역까지 확장시키기 위해서 시민으로서 해야할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마을이 학생들을 마을 시민으로 함께 키운다는 공동체의식, 그리고 이 활동의 가치와 의미를 충분히 인식하고 책임지고 참여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반찬통을 들고 학부모와 함께 어르신 분들의 집으로 이동하려는 아이들 반찬통의 무개는 매우 무겁다. 큰 개를 가방에 넣고 다니는 느낌이 느껴지는 무게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반찬통을 들고 학부모와 함께 어르신 분들의 집으로 이동하려는 아이들 반찬통의 무개는 매우 무겁다. 큰 개를 가방에 넣고 다니는 느낌이 느껴지는 무게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송남중 학부모회

글쓴이인 나 역시 지난 2021~2022년 6~9월 동안 이 봉사활동에 여러 차례 참여한 적이 있다. 처음 반찬통을 어깨에 메었을 때가 기억이 난다. 한여름에 무거운 반찬통을 매고 이 집 저 집 다닐 생각에 걱정부터 되었었다. 그리고 첫 번째 집을 방문했는데 걷기도 불편하신 어르신분이 지팡이를 짚으며 문을 열어주셨다.

당시 어르신께서 나를 보면서 활짝 웃으시며 하시는 첫마디, "왔쇼?" 그런데 이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녹아내렸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어깨에 맨 이 반찬 가방이 맛있는 음식만 들어있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행복이 들어있다는 것을.

방에 들어와 반찬을 냉장고에 넣어드리고 어르신과 이런저런 대화들을 나누고 다리도 주물러드렸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생각해 보면 그때는 못 느꼈던 따스함 들이 있는 것 같다.

남편이 일찍 돌아가시고 손주들은 집을 나가 행방을 모르는 어르신을 만나면서는 왠지 모를 외로움이 느껴졌고, 우리가 올 때만을 손꼽아 기다리다 그새를 못 참으시고 회관에 가신 어르신을 뵐 때면 좀 더 빨리 오지 못한 데 대한 죄송함을 느꼈다.

학생들이 쓴 봉사일지 봉사가 끝나면 수거한 반찬통을 교회에 반납하고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모여 봉사 활동에서 있었던 일을 서로 공유한다.
▲학생들이 쓴 봉사일지 봉사가 끝나면 수거한 반찬통을 교회에 반납하고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모여 봉사 활동에서 있었던 일을 서로 공유한다. 송남중 학부모회

<동네 손주 왔어유>는 3년 넘게 진행되고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학생들이 매일매일 시간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혹시나 부득이하게 참여하지 못한 학생이 있다면 그 자리를 마을 사람들, 혹은 시간이 남는 다른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그 자리를 대신해 준다.

또한 송악 마을에 초등학교, 중학교의 학생들과 학부모들, 때로는 선생님들 그리고 송악 마을 사람들 모두가 함께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송악 마을의 마을 공동체 의식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시간을 내서 독거노인분들을 위해 날씨 가리지 않고 무거운 반찬통을 메고 돌아다니는 아이들의 마음에서 따뜻함과 위로를 느낄 수 있다.

마을이라는 곳은 단순히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일부가 아니라 내가 앞으로 이끌어야 할, 챙겨야 할 가족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 프로그램은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것 같다. 추운 겨울, 독자들도 이 글을 통해 잠시나마 따뜻함과 감동을 느꼈을 수 있기를 바란다.





#마을 #청소년 #나눔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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