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강 홍보관인 다아크에 화려한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정수근
그렇게 녀석들을 열심히 관찰하고 있는데 디아크가 갑자기 빛나기 시작한다. 땅거미가 더 짙어질수록 조명 또한 더욱 짙어졌다. 색깔까지 바뀐다. 빨주노초파남보까지는 아니지만 여러 색의 조명이 시간을 두고 바뀌면서 빛난다. 정말 화려하다.
그러나 이곳은 야생의 영역이 바로 지척인 공간이다. 그렇다면 비록 이곳을 개발해 인간 편의시설을 만들어놨더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차려야 하는 법이다. 즉 야생의 영역 달성습지를 위해서 조명만큼은 삼가야 하는 것이 이른바 '생태 윤리'에 가닿는 것일 터이다.
그러나 이곳에선 최소한의 생태 윤리도 작동하지 않았다. 이른바 빛공해를 유발하면서 노아의 방주를 닮은 디아크를 이용한 홍보쇼를 벌이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이 디아크는 180억을 들여 이명박이 세운 4대강사업 홍보관이다.
4대강사업은 태생적으로 강이란 생태계에서 '생태'를 완전히 들여내버린 토건 삽질이었다. 이명박은 이곳에 그 사업을 홍보하는 화려한 홍보관을 세웠고, 그 홍보관은 화려한 조명을 밝히면서 아직까지 이곳에서 4대강사업을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 대구시는 이런 디아크를 활용하여 화려한 조명시설을 장착한 관광 교량을 세워서 디아크와 그 교량을 연계해 이곳을 관광단지로 만들려는 계획을 세웠고, 그 '삽질'을 이제 막 시작할 시점에 와있다.

▲ 디아크 바로 옆 금호강에 관광교량을 건설할 계획이다. 그 교량이 건설되면 이 일대는 화려한 관광단지가 완성되는 것이다.
정수근

▲ 디아크와 연계된 화려한 관광교량으로 이 일대가 불야성을 이룰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달성습지의 영역이다.
대구시
이것은 홍준표 시장의 대표적 토건 공약인 금호강 르네상스 삽질의 선도사업으로 행해지는 이른바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사업'으로, 300억 원을 들여서 관광 교량을 디아크 바로 앞 금호강에 세우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교량이 완성되면 디아크의 조명과 관광교량의 화려한 불빛이 어우려져 이곳은 완전히 불야성의 관광지가 될 것이고, 대구시는 그것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달성습지의 영역이다. 금호강과 낙동강이 만나 빚은 천혜의 자연습지 "달성습지 바로 코앞에서 화려한 관광단지가 웬말이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대안은 있다... 교량을 뒤로 물리라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가 이곳에서 지난 10월부터 현수막을 내걸고 금호강 르네상스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이유다. 이들은 "달성습지마저 토건 자본에 잠식되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면서 "교량을 정 세워야 한다면 지금 서 있는 대구 4차순환고속도로를 연결하는 교량인 금호대교 뒤로 물리라"는 것이다.

▲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에서 내건 현수막. 금호강 르네상스 삽질을 중단하라
정수근
그렇게 하면 대구시가 주장하는 바인 강정 고령보와 디아크를 찾는 시민들이 강 건너 달성습지와 화원유원지까지 자유롭게 드나드는 교량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충분히 설득력 있는 바람직한 대안이다. 교량의 역활을 충분히 하면서 달성습지에는 생태적 교란 행위를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구시는 입장의 번복 없이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서 국회의원을 통해 초기 예산까지 따냈다면서 홍보까지 하며 공사에 쐐기를 박는 모양새다.
아마도 이 겨울이 지나 새봄이 찾아오면 이곳에 '삽질'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충돌이 불가피하다. 이 사업이 잘못됐다 주장하는 시민들이 있고, 그들의 주장은 타당해 보인다. 그렇다면 토론을 통한 접점을 찾아야 그것이 민주사회일 것인데, 대구에서는 그것이 실종된 것이다.

▲ 수자원공사 자회사가 벌인 오리배와 제트보트 사업도 겨울이라 중단돼 고요한 평화가 찾아왔다.
정수근
홍준표 시정은 그 어떤 토론에도 응하지 않고 그대로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홍준표 시정의 특징이다. 누가 뭐라 하든 내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시정의 대표주자가 바로 홍준표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 홍준표 시장이 최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또 지난 23일 동대구역광장이라는 시민광장을 박정희광장이라 개명하더니, 대구의 수많은 시민사회단체가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그곳에 박정희 동상을 세웠다.
시민광장 '삽질'에 대구의 강 금호강 '삽질'까지 강행한 후 대구를 떠나 중앙무대로 가겠다 하고 있는 것이다. 박정희 동상이나 금호강 르네상스나 결국 대선으로 가기 위한 홍보용 치적 쌓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해주고 있다.
이것은 정치인으로서 도의가 아니다. 이러니 정치가 희화화되고 정치인을 욕하게 되는 이유인 것이다. 정도를 가야 한다. 그래야 정치가 바로 서고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진실로 정치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홍준표 시장은 그런 의미에서 정치조차 망치고 있는 셈이다.
홍준표 시장의 양심에 호소한다

▲ 달성습지 이곳은 새들과 야생동물 그들의 영역이다. 도심의 마지막 남은 그들의 영토다. 이곳마저 내어달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정수근
금호강 르네상스는 이 사업을 반대하는 환경단체와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 토론을 통한 건전한 대안을 수립해 사업을 기획했어야 했다. 도심을 관통하는 금호강은 대구라는 거대도시에서 마지막 남은 야생의 공간으로, 도심에서 겨우겨우 살아가는 야생동물들의 마지막 보금자리인 것이다. 그 마지막 남은 야생의 공간마저 내어놓으라는 것이 금호강 르네상스 삽질인 것이다.
따라서 이곳 달성습지에는 화려한 교량이 필요없다. 정 필요하다면 조금 더 금호강 쪽으로 올려서 건설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시민들 이용 편의도 도모하고 달성습지의 생태 교란 행위도 피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윈윈 전략이다. 홍준표 시장은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정책으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대구를 사랑하는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금호강 르네상스 삽질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해줄 것을 이 지면을 통해 공개적으로 요청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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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기사를 엮은 책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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