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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사러 학교 빠진 아이, 놀라운 광경을 봤다

연차 내고 왔다는 직장인... 아이 덕에 이렇게 또 새로운 경험을 합니다

등록 2024.12.28 11:29수정 2024.12.2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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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아이가 며칠 전 어느날 내게 카톡으로 이미지를 보내왔다. '대전 성심당 딸기시루 선착순 판매 안내장'이었다. 12월 23일 월요일이 시작이었다.

아이는 체험학습을 내고 성심당을 가겠다고 했다. 케이크를 사겠다고 학교를 빠지겠다니, 요새 아이들의 예측못한 발상을 당최 따라갈 수가 없었다.


 아이가 보낸 '딸기시루 선착순 판매 안내장' 이미지, 이걸 사러 가겠다고 학교를 빠진다니!
아이가 보낸 '딸기시루 선착순 판매 안내장' 이미지, 이걸 사러 가겠다고 학교를 빠진다니! 성심당

나는 대전에서 태어났다. 30년 전에도 성심당은 적어도 대전 안에서는 유명했다. 네스카페 캔커피가 600원일 때 성심당 키위주스는 2500원이었다.

그때 나는 일주일 내내 캔커피 마시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가 그 당시 대전의 번화가인 은행동에 나갔다. 계룡문고에서 책을 보다가 출출해지면 성심당으로 향했다. 소보로 빵에 키위주스를 마시는 토요일은 내게 가장 큰 달콤함이었다.

내가 서울에 올라온 후 튀김 소보로가 뜨면서 대전역에 성심당 분점이 생겼다. 단지 튀김소보로를 사러 타지에서 대전역에 가는 사람도 봤다. 너무 일찍, 너무 가까이 성심당을 접한 부작용이었을까. 그런 유행이 유난스러워 보였다. 그랬으니 성심당 가겠다고 학교를 빠진다는 말이 이해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어른의 당연함은 중학생 아이에게 상처가 된다는 걸 지난 몇 번의 전쟁으로 깨달았다. 그 이후로 내 기준으로는 절대 하지 않을 일을, 아이 덕에 몇 번 했다. (관련 기사 : 딸은 하나인데 사위는 세 명이랍니다 https://omn.kr/2bj0k )

그래, 기왕 갈거면 첫날에 가보자. 월요일 오픈런하면 사람이 그렇게까지 많지 않겠지. 일요일 밤에 세종 친정에 가서 자고 오픈 시각에 맞춰 가기로 했다.


완벽하게 틀린 예상

 오픈 전인 지하상가를 빼곡히 매운 성심당 줄
오픈 전인 지하상가를 빼곡히 매운 성심당 줄 최은영

내 예상은 완벽하게 틀렸다. 내 뒷사람은 여기 오느라 연차를 냈다고 했다. 내 앞사람은 경기 수원에서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내 앞뒤로 적어도 다섯 명 이상, 대전 사람은 없었다.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성심당 케익부띠크 바로 아래 지하상가를 한바퀴 돌만큼 줄이 길었다. 덕분에 꼬박 두 시간 동안 줄을 섰다. 나 혼자였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이다.

두 시간 동안 줄을 서면서도 사람들의 얼굴이 설렘으로 반짝이는 게 보였다. 딸기 케이크가 세상에 성심당에만 있는 것도 아닌데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것도 신기했고, 이 많은 사람들의 질서정연함도 감동이었다.

성심당은 '특별한 시간을 굽는 곳'이었다. "가치 있는 기다림"이라는 마케팅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그 공간에 가면 자연스레 느껴진다.

나야 딸아이 덕에 얼떨결에 함께 서게 된 줄이지만, 덕분에 소문난 맛과 겨울 한정 딸기의 특별함, 그리고 그 순간의 열기를 함께 누릴 수 있었다.

뭐든 심드렁한 중학생 딸이 열정을 보이길래 못 이기는 척 떠난 길이었다. 줄이 길다며 투덜거릴 법도 했는데, 아이는 오히려 들뜬 얼굴로 이것저것 이야기를 쏟아냈다. 최근에 학교에서 일어난 얘기, 자기 친구 얘기, 요즘 본 웹툰 얘기까지 이야기가 끝이 없었다. 덕분에 기다림은 생각보다 금방 지나갔다.

삶은 우리가 함께하는 순간들의 총합이라고 한다. 함께 시간을 보내는 평범한 순간이야말로 삶을 아름답게 채우는 가장 귀한 순간이 될 수 있음을 성심당 앞에서 배운다.

 생각보다 훌륭했던 성심당 딸기시루
생각보다 훌륭했던 성심당 딸기시루 최은영

그렇게 줄을 서서 사온 케이크.

부드러운 시트 사이로 퍼지는 딸기의 달콤함과 상큼함이 혀끝에 닿았다. 꽁꽁 언 손을 잡아주는 따뜻한 온기 같았다. 크림은 눈처럼 포근했고 딸기 한 알 한 알은 방금 눈을 밟은 듯한 신선함을 품고 있었다.

딸기 시루는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 피어난 꽃 같은 맛이었다. 그 안에는 추위 속에서 나눈 이야기들과 아이의 설렘, 함께 보낸 시간의 소중함이 담겨 있었다.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그 맛은 단순히 달콤함을 넘어 딸과의 하루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맛이었다.

그날의 딸기 시루는 겨울을 닮아 있었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따뜻한 순간을 품은 특별한 계절의 맛이다. 우리는 함께 그 맛을 음미하며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또 하나의 겨울 풍경을 완성해 본다.
#성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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