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현습지 현장에서 24년 마지막 미사가 봉헌되고 있다.
정수근
팔현습지와 뭇 생명들을 향한 기도행동, 팔현습지 생명평화미사
팔현습지와 금호강은 산업화를 거치면서 거의 죽은 하천이었고, 망가진 공간이었다. 그런 금호강과 팔현습지가 그동안 민관의 노력으로 기적적으로 되살아나 우리 앞에 아름답게 돌아와 있는데 이곳에 또다시 '삽질'을 가하겠다 하고 있어서, 이들은 올 한해 동안을 매달 미사를 봉헌하면서 팔현습지를 지키기 위한 '기도 행동'을 벌인 것이다.
미사를 통해 팔현습지에 보도교 공사라는 '삽질'을 하겠다는 이들의 어리석은 마음을 돌리려 노력해온 것이다.
어쨌든 이들의 노력은 값을 충분히 했다. 공기상 원래는 공사가 올해 초 착공됐어야 했는데, 올 한해 공사를 전혀 진행되지 못 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팔현습지 생명평화미사를 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미사의 의미가 적지 않다.

▲ 팔현습지 생명평화미사에서 강론을 펼치고 있는 천주교 대구대교구 생명평화위원회 위원장 임성호 신부
정수근
미사 강론에서 임성호 신부 또한 올 한해 동안의 팔현습지 생명평화미사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오늘 팔현습지에서 생명평화미사 한해 마지막 미사를 봉헌하게 되었습니다. 저로서도 처음 경험한 일이라 '우리도 이렇게 할 수 있구나'라는 신앙의 또 다른 새 지평을 체험한 듯하여 아주 기쁘게 느껴집니다.
이곳 팔현습지에서 우리는 새가 되어서 새처럼 세상을 향하여 이야기하고 또 나무처럼 나무의 말을 이야기하고 또 부엉이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자라고 말씀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올해 1월 달부터 오늘 12월 달까지 이렇게 이 자리에 왔습니다. 감회가 남다르게 느껴졌던 것은 아마도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이 자연을 우리가 함께 진심으로 느끼게 되는, 가장 순수한 우리 내면의 영적인 감정 감흥이 아닐까, 그것이 또 큰 축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또 오늘이 '죄 없이 죽은 어린이들의 축일'이라 소개하면서 그 비극의 비유를 통해서 팔현습지를 개발하려는 이들의 탐욕에 대해서 묻고 또 그 탐욕적 개발 행위를 막기 위한 행동으로서의 팔현습지 생명평화미사의 의의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 임성호 신부가 팔현습지 생명평화미사에서 강론을 펼치고 있다.
정수근
"지금 현재 이 팔현습지를 개발하고자 하는 이들의 마음이 무엇일까요? 똑같은 마음 아니겠습니까. 70년대 80년대 90년대 살아오면서 지식도 얻고 자리도 얻고 돈도 생기고 했을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면서 이제 욕심에 크기를 더 넓혀서 이곳에 보도교를 만들어서 그들의 삶의 욕구를 더 확장시키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생각들에 대해서 예수님은 다른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늘나라는 그런 것이 아니다' 오늘 이 팔현습지의 미사는 바로 그러한 예수님의 그 외침이 필요한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의 욕심에 대해서 우리는 이렇게 한 해 동안 수고로움과 기도와 또 노력을 해온 것 같다. 참으로 감사드리고 수고 많으셨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탐욕의 편이 아니라 생명에 편에 선 이들의 간절함

▲ 큰기러기떼가 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그 하늘 위를 날아가며 미사를 축복하고 있다.
정수근
이러한 미사 강론에 금호강과 팔현습지가 화답하는 걸까. 미사 도중 갑자기 큰기러기 100여 마리가 서쪽 하늘에서부터 '끼룩끼룩 끼룩끼룩' 큰 울음을 울면서 날아와 금호강을 따라 하류로 내려갔다. 갑자기 나타나 외치듯 울음 우는 그 모습이 마치 "이곳 금호강 팔현습지를 위해서 한 해 동안 정말 수고했어. 고마워" 하는 듯했다.
이렇게 한해 마지막 미사를 마무리하면서 팔현습지 생몀평화미사를 봉헌하면서 각자 그간 느낀 바를 잠시 나누었다. 한 참가자는 다음과 같이 팔현습지 미사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주었다.
"처음에는 우리가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하는 마음이 많았는데 자꾸 이곳 팔현습지에 와서 미사에 참여하면서부터는 '아 이렇게 함께 기도하면 되겠구나' 하는 확신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참 좋았다."

▲ 미사에 참여한 이들이 올 한해 팔현습지 생명평화미사에 대한 소감을 나누고 있다.
정수근
시민사회를 대표해서 참가한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대위' 박호석 대표 또한 다음과 같이 이 미사의 의의에 대해서 소회를 밝혔다.
"매번 이 미사에 참여할 때마다 하느님의 섭리 같은 것이 느껴진다. 이곳 아름다운 팔현습지에서 미사를 드림으로써 공사도 지연시키고 또 우리가 이렇게 하면 공사를 막을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진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이 미사가 참으로 귀하게 느껴진다."
그렇다. 팔현습지에 불고 있는 개발 바람은 분명히 거세다. 이미 공사비도 확보돼 있고, 설계도 끝이 난 상황으로 언제 착공을 해도 그만인 사업이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정비사업'이란 이름을 단 팔현습지 보도교 공사다.
그런데 이 공사가 2024년 12월 28일 현재까지도 착공도 못한 상태이고 그로 인해 팔현습지는 지금 아직 여전히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이 미사의 여파로 혹은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팔현습지의 생태적 문화적 역사적 가치는 점점 더 널리 알려지고 있다.

▲ 팔현습지에 환경부가 건설하려는 보도교. 이 공사는 팔현습지의 핵심 생태구간인 이곳 멸종위기종들의 숨은 서식처를 관통하게 된다. 따라서 더이상 멸종위기종들의 마지막 서식처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 이 공사를 반대하는 이유다.
환경부
하여 쉽게 보도교 공사가 강행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 사업을 행하는 주체가 환경부이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팔현습지에서 가장 민감한 생태구간 즉 팔현습지에 거주하는 19종의 법정보호종 야생동물의 '숨은 서식처' 바로 앞으로 길을 냄으로써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마지막 서식처를 망치는 우를 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도 이런 민간의 노력과 우려를 충분히 알고 있기에 쉽사리 공사를 착공하지 못하고 연말까지 넘어온 것일 터이다. 따라서 누가 더 절실하냐의 싸움일 것이다. 탐욕의 편에 선 자들이 절실함이 더 세냐, 아니면 생명의 편에 선 이들이 절심함이 더 세냐 하는 싸움으로 보여진다.

▲ 수리부엉이 집 팔현습지 하식애에서 수리부엉이 부부가 내려다보는 가운데 미사가 봉헌되고 있다.
정수근

▲ 임성호 신부의 주례로 팔현습지 생명평화미사가 봉헌되고 있다.
정수근
팔현습지 생명평화미사는 그 생명의 편에 선 이들의 간절함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는 의식이다. 한겨울 추위에도 불구하고 팔현습지에 올 수밖에 없는 그 마음의 절실함일 것이다. 따라서 팔현습지 보도교 삽질은 정말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탐욕의 편은 소수일 수밖에 없고, 생명의 편은 절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생명의 편에 선 이들의 간절한 기도로서 팔현습지 생명평화미사는 이렇게 큰 의미를 남기고 올 한해를 마무리했다.

▲ 미사를 마치고 모두 함께 외치고 있다. "팔현습지를 국가습지로!"
정수근

▲ 팔현습지의 깃대종이자 이곳의 수호신 수리부엉이 '팔이'가 팔현습지 하식애에서 지긋이 눈을 감은 채 팔현습지 생명평화미사 현장을 굽어 살펴보고 있다.
정수근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기사를 엮은 책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출간했습니다.
공유하기
올해 팔현습지 마지막 미사... 그 간절함에 기러기떼도 축복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