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주재 재판관 회의가 예정된 30일 서울 종로구 헌재 모습. 6명의 헌법재판관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외에도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의 절차와 방식 등을 검토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앞선 세 차례 헌정 중단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바로 국회해산이다. 의회는 국민의 대표이며 민주주의의 핵심 기관이다. 대한민국 헌법의 순서만 봐도 알 수 있다. 제1장은 총강이며, 제2장은 국민의 권리와 의무, 제3장에 바로 국회가 나온다. 대통령이 속하는 정부에 대한 규정은 제4장이 되어서야 나온다.
헌정 질서를 판단하는 바로미터가 국회이고, 권력자가 독재를 하기 위해 가장 먼저 행하는 조처가 왜 국회 기능 마비나 해산인지를 알게 해주는 헌법 조문의 순서이다. 국민의 뜻을 억압하기 위하여 시도한 핵심적 조처가 국회 권능의 무력화이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내린 비상계엄이 내란인 이유는 그들이 공개적으로 선포한 포고문에 잘 나와 있다. 제1호의 내용에 국회 활동 금지가 들어가 있다. 우리나라 헌법과 법률 그 어디에도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를 정지시킬 권능이 부여되어 있지 않다. 국민의 권리를 도대체 누가 중지시킬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이 바로 헌정 중단을 꾀했다는 명백한 증거이고 그 자체로 위헌이며, 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이 불법적으로 난입한 것과 함께 헌정 중단을 꾀했다는 정황이 된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변론준비기일에 헌법재판관이 포고령 1호의 내용에 대한 사실을 확정 지으려 한 것도 이것이 가장 중요한 위헌의 증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12.3 내란을 제압했다. 우리나라에서 그 어떠한 내란 시도도 종국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첫 내란을 기획한 박정희는 비록 부하의 총탄에 죽었지만, 그 도화선은 부마항쟁이었다. 민중항쟁이 있었기에 독재자는 편안한 마지막을 보낼 수 없었다.
다음 내란 기획자 전두환은 시작부터 국민적 저항에 부딪혔다. 5.18광주민주화운동에 이어 1980년대 내내 국민들은 화염병을 들고 전두환 정권에 저항했다. 1987년의 6월 항쟁은 대통령 직선제라는 아주 소박한 국민적 꿈을 이루게 하였다.
6월 항쟁으로 새롭게 태어난 기관 중 하나가 헌법재판소다. 처음에는 독립된 청사 하나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초라하게 시작했다. 이전 헌법에 헌법위원회가 있었지만 단 한 건의 헌법 심판도 진행되지 않았다. 독재 정권에게는 헌법 재판이란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가 1987년 헌법을 통해 헌법위원회를 대신하여 생겼지만 소장 외에 나머지 재판관들은 독립된 공간도 없이 함께 사무실을 쓰고, 때로는 TV를 보면서 세월을 보내야 할 정도로 유명무실했다.
그러나 6월 항쟁의 힘은 생각보다 강했다. 헌법재판소는 최고 상위법인 헌법을 다루는 기관이었고, 대한민국에 실질적인 법치주의가 자리 잡아감에 따라 그 위상이 날로 커져갔다.
대통령 탄핵과 위헌 정당 해산 등 정치적 사건 외에도 호주제 폐지나 동성동본 금혼 폐지 등 일상에 큰 영향을 끼칠 굵직굵직한 결정이 헌법재판소를 통해 나오면서 국민들은 헌재의 위상에 주목하게 됐다. 독립된 건물 하나 없이 시작한 헌법재판소가 이제는 대한민국 헌법과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가 되었다.
헌법재판소를 무력화하려는 이유
대한민국 헌법 재판 역사에서 최고의 결정으로 5.18특별법에 대한 합헌 결정을 꼽고 싶다. 광주학살 책임자에 대한 합법적 처벌의 길을 연 이 결정은 개인적으로 나치가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 행위인 홀로코스트에 대한 공소시효를 없앤 것만큼이나 역사에 길이 남을 사법적 결단이라 평가한다.
이렇게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함께 성장해 왔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을 심판해야 할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자리에 6명밖에 없다. 단 1명에게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그대로 헌법재판소가 정지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런 판국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헌법에도 존재하지 않는 여야 합의를 내세워 재판관 임명을 거부하였다. 대통령에게도 존재하지 않는,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 거부권을 일개 국무총리가 행사한 꼴이 되었다. 한덕수 총리의 행위는 이것 하나만으로도 탄핵을 당해 마땅하다. 헌법 기관의 설립을 막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헌법재판소를 무력화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6인 체제로 대통령 탄핵을 무산시키거나 아니면 최대한 연기시키려는 술수이다. 도대체 어느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내란 세력의 수괴를 제대로 처단하지 않을 것이며, 다시 최고 통치권자의 자리에 앉힌단 말인가. 그런 가능성을 반헌법적인 방법으로 꾀하는 것만으로도 내란 세력의 일원이 된다고 규정해야 한다.
12월 3일 이후 대한민국은 평온함을 잃었다. 윤석열 정부의 국무위원들은 이제라도 국민 앞에 사과하는 마음으로 모든 헌법 질서를 정상으로 돌리는데 최선을 다해야할 책무가 있다. 12.3 비상계엄을 막지 못한 국무위원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하고,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과를 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경제 핑계를 대며 국무총리 탄핵을 반대하다니 역사의식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한덕수 총리는 김대중 정부에서 고위직에 발탁되어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를 하고 윤석열 정부에서도 총리를 하는 등 행정의 달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한덕수 총리가 역사의 짐에서 벗어나기 위해 셀프 탄핵을 당했다는 시선도 있다. 사실 여부는 본인만 알겠지만, 명확한 것은 헌정 질서가 매우 위태로운 상황에서 이를 가중시키는 최악의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한덕수 총리의 탄핵으로 이제 공은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넘어갔다. 최상목 장관 역시 행정고시에 합격해 기획재정부에서 오래도록 일해온 정통 관료이다.
1960년 허정의 길과 1979년 최규하의 길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하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대한민국은 아시아에서는 보기 드물게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의 과제를 모두 완수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칭송받는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 있다. 4월 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6월 항쟁에 이르는 강력한 민주화 스토리와 함께 민주주의의 위기 앞에서 촛불을 들고 평화적으로 정권을 심판한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역사 교과서에 쓰여 있는 마지막 대규모 항쟁인 6월 항쟁은 독재 타도, 호헌 철폐였다. 올바른 헌법을 만들기 위하여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받다 죽었고,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에 맞아 산화하였다. 이렇게 만든 헌법이 대한민국 헌법이며, 그 어떤 권력자도 헌법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것이 대한민국 민주화의 역사에 아로새겨져 있다.
6월 항쟁 이후로 대한민국 국민은 화염병을 촛불로, 촛불을 응원봉으로 진화시키면서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세대를 넘고 역사를 넘어 보편의 경지에 오르도록 만들었다. 선거를 통해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뤘고 민주주의를 공고화시켰다. 국민들은 같은 탄핵이어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에는 촛불로써 대통령을 지켰고, 박근혜 대통령 때는 촛불로써 탄핵을 완성하였다.
이번에 네 번째 헌정 중단 시도를 대한민국 국민은 항쟁으로 막았고, 세 번째 대통령 탄핵소추를 완성하였다. 그러나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증명해 온 국민의 민주적 역량에 비하여 관료의 역할은 미미할뿐더러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서울의 봄>에 묘사된 1979년 12월 12일 최규하의 행적은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서 결정적으로 안타까운 장면 중 하나다. 12.12군사반란 직전인 12월 6일 간접선거로 대통령에 당선되어 반란 당시에는 권한대행 꼬리표를 갓 뗀 상태였던 최규하는 최소한의 책무마저 저버리며 반란 세력에 무릎을 꿇었다.
이제 최상목 권한대행 앞에는 두 개의 선택지가 있다. 1960년 허정의 길과 1979년 최규하의 길이다. 4.19 때도 독재 세력은 국가 기관의 무력화 자체는 막았으며, 허정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무위원을 임명하는 등 최소한의 헌법 질서가 작동되도록 하였다. 이승만의 망명을 기획했다는 부정적 평가도 있지만, 헌법 질서를 무력화하는 후안무치는 없었다. 현 정부의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이런 최소한의 역할마저 방기하는 역사의 죄악을 범하였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허정 장관이 그랬던 것처럼 최소한의 헌법적 책무를 다해 주길 바란다. 적어도 국무위원이라면 이 땅의 헌법 질서를 수호할 숭고한 의무가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수호하겠다는 의지 그것 하나만 있다면 지금 이 순간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는 명약관화하다.
이 기사의 처음을 헌법 조항으로 시작하였듯이 마지막도 헌법 조항으로 끝내고자 한다.
"제7조 ①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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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고등어 사전(메디치미디어)>, <나의 권리를 말한다(뜨인돌)>, <세상을 보는 경제(인포더북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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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사람을 주목하라... 최상목 앞에 놓인 두 개의 선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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