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발공약의 정치경제' 강연 PPT 자료. 양양국제공항은 경비행기 연습비행장으로 활용되다가 플라이강원이 설립돼 매일 제주를 오갔으나 그마저 파산해 말 그대로 ‘유령공항’이 됐다.
이봉수
제주에 사는 나는 육지 강연을 다니느라 1년에 편도 기준으로 40여 차례 비행기를 타는데 탈 때마다 불안을 느낀다. 제주-김포 노선은 세계에서도 가장 붐비는 노선이며 밀릴 때는 1분 42초마다 비행기가 뜨거나 내린다고 한다.
공중대기를 뜻하는 '홀딩 패턴'(holding pattern)도 자주 걸린다. 비행기 창문 밖으로 한라산이 보였다가 바다가 보였다가 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홀딩 패턴에 걸린 건데, 안내 방송도 없어 더 불안해진다. 아는 게 병이라고, 나는 백령도와 백아도 해군 레이더기지에 복무할 때 전방항공기유도(FAC: Forward Air Control) 장교 훈련을 받았는데, 공항이 붐비면 사고위험은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주공항의 만성 체증 현상은 제주를 다녀가는 비행기가 일정에 쫓기는 결과를 빚어 정비 불량 등으로 이어진다. 사고기도 참사가 나기 직전 48시간 동안 13차례 운항했는데, 무안·제주·인천 국내 3개 공항과 중국·태국·말레이시아 등 5개국의 5개 공항을 오갔다고 알려졌다.
제주공항은 동서활주로여서 겨울에 북풍이 불면 옆에서 불어 닥치는 측풍을 받게 되는데, 제일 위험한 바람이 이것이다. 또 풍향이나 풍속이 급격히 바뀌는 윈드시어(wind shear)는 비행기를 추락시킬 힘이 있다. 제주공항에는 3180m 동서 활주로가 있고, 남북 활주로도 있지만 1900m 밖에 안 돼 이륙만 가능하고 비상시 보조활주로 구실만 한다.

▲ 제주공항은 3180m 길이 동서 활주로가 있고, 남북 활주로도 있지만 길이가 1900m로 짧고 두 활주로가 교차하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거의 쓸모가 없다.
네이버 지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로 은퇴한 뒤 저가항공에서도 5년간 조종간을 잡은 고교동창생은 윈드시어 등이 위험하고 공항이 복잡해 일본 항공사들은 몇 차례 체크 비행을 한 뒤 제주 취항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사고가 난 무안공항도 새떼가 많이 출몰해 착륙하기 싫은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고기와 같은 기종을 몰고 무안공항에도 여러 번 이착륙해 봤다. 아침과 저녁에만 몇 대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데 무슨 국제공항이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주공항과 무안공항을 합쳐야 한다, 항공사 직원들이 두 공항을 왔다 갔다 하며 근무하는데 제대로 대비가 되겠나"라고 주장했다.
사고가 난 뒤 밝혀졌지만 참사 당시 무안공항 조류퇴치팀은 팀이랄 것도 없이 1명의 인원이 근무하고 있었다고 한다. 사고 현지에서는 제자들 10여 명이 취재하고 있는데 <경향신문> 기자가 되기 전 한미리스쿨에 와서 한 달 개인지도를 받은 제자 오동욱이 사고 현장 위로 마침 새떼가 날아가는 사진을 찍어 르포 기사를 썼길래 "사진을 한 장 줄 수 있냐"고 부탁했더니 보내주었다.
사고 난 시간에 새떼 이동하는 데 퇴치 요원은 1인
오 기자와 동반한 주용기 생태문화연구소장은 철새들이 아침저녁에 먹이활동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비행시간과 겹친다고 말했다. 오 기자는 그 자신이 아마추어 조류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2021년 여름 한 달을 공주 금강변에서 잠복하며 물떼새가 알을 깨고 나와 날기까지 과정을 관찰한 자연 다큐 <물떼새, 날다>를 출품해 KBS에 방영되고 시청자미디어재단에서 환경 주제 영상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 <경향신문> 오동욱 기자가 보내준 오리떼 사진. 30일 오전 8시 30분쯤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 위로 가창오리떼가 날아가고 있다.
오동욱
국내 저비용항공사는 2005년 제주항공 출범 이래 정부의 무더기 허가로 9개까지 늘었는데, 이 숫자는 국토 면적이 98배인 미국과 같다. 건실한 곳도 있지만 과당경쟁이 벌어지면서 상당수 항공사는 정비 분야 노동자를 줄이거나 처우를 박하게 해 결국 안전비용을 줄여 손실을 메우는 형국이다. 항공기 월 평균 운항시간은 제주항공이 418시간으로 가장 길고, 티웨이 386시간, 진에어 371시간 등으로 저비용 항공사 비행기들이 혹사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규제 완화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콴타스항공은 안전을 상표로 내세워 성공했다. '2013년 안전한 항공사 순위'에서도 1위를 한 콴타스는 1951년 이래 사망사고가 없었다. 콴타스는 비행기 평균연령을 6~7년 정도로 유지한다. 아직 제주항공 참사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기계적 결함에 의한 사고의 경우는 헌 비행기를 사거나 빌려 간 데서 나기 십상이다. 항공데이터업체 시리움에 따르면 이번 사고 비행기는 15년 됐으며, 2017년에 유럽 저비용항공사인 라이언에어에서 임대한 것이다.
세월호 침몰도 규제 완화가 주요한 요인이었다. 일본은 선박 내구연한이 20년으로 돼있는데 한국은 20년에서 30년으로 늘려주었으니, 폐선을 들여와 페인트 칠해 다시 운영하다가 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안전·환경·인권·노사 등에 관한 규제는 더 엄격히 적용하는 추세인데, 우리는 안전 등 공익을 희생해 사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역행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퇴행을 막아야 할 언론이 대부분 규제 완화를 금과옥조로 여긴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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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조천읍에 배롱서원 북스테이를 열어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한미리스쿨)을 무료 기숙학교로 운영하며, 서울에선 MBC저널리즘스쿨 교수(초대 디렉터)로 일합니다. 조선일보 기자, 한겨레 경제부장,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초대원장(2008~2019), 한겨레/경향 시민편집인, KBS 미디어포커스/저널리즘토크쇼J 자문위원, 연합뉴스수용자권익위원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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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비보... 항공사와 공항, 이대론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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