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부추기는 허술한 민간임대주택제도

[전세, 어떻게 개혁해야 하나 ④] : 임대사업자 제도 개선

등록 2025.01.02 11:44수정 2025.01.0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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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 발생한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피해로 전세 제도의 문제점과 위험성이 확인되면서 전세보증금의 일정 금액을 제3의 기관 등에 예치하는 에스크로 제도 도입, 전세보증·대출 강화, 전세가율 규제, 심지어는 전세 폐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도 개선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전세안심앱 배포, 국세·지방세 사전 확인, 전세보증 비율 상향 등 일부 개선 대책을 내놓았지만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문제 예방에는 역부족입니다. 오히려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과 주거비 부담을 높이는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 임대료인상률상한제) 폐지, 단기임대사업자 제도 재도입, 기업형 임대사업자 활성화 등 정책을 추진하여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한국도시연구소를 비롯한 시민사회, 전문가, 학자들은 <전세 개혁 연구회>를 구성하고 2024년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에 걸쳐 전세 개혁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연구회는 지난 10월 8일, 논의 결과를 토대로 마련한 '안전한 전세 만들기, 4대 개혁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참여연대는 정부와 국회에 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안전한 전세,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하시죠?
그 네 번째, 임대사업자 제도 개선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2024. 8. 29. 인천 미추홀구 남씨 일당에 대한 검찰 상고 촉구 긴급 기자회견
2024. 8. 29. 인천 미추홀구 남씨 일당에 대한 검찰 상고 촉구 긴급 기자회견 참여연대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 대규모 전세사기 행각을 벌인 소위 '건축왕' 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전세사기를 일으킨 임대인의 상당수가 임대사업자로 등록되어 있다는 사실, 들어보셨나요. 이들은 임대사업자가 보증금 반환 보증에 가입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안전한 계약'이라며 임차인들을 모집하였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고, 자기 자본 없이 수십, 수백 채의 주택을 구입한 뒤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를 양산했습니다. 또, 임대사업자에게 주어지는 각종 세금 감면 혜택까지 받아갔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참여연대의 깡통전세·전세사기 피해 공익감사청구로 진행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살펴보면 그 이유가 드러납니다.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임대차계약 신고, 임대보증 가입 등 임대사업자의 의무 이행 여부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감사원에서 3개구를 표본으로 3년치 임대차계약 신고 내역을 점검한 결과, 13,777건 중 74%에 달하는 10,135건이 임대보증금 반환 보증에 가입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과태료 부과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 결과, 민간임대시장의 안정을 꾀하고 세입자들의 주거불안을 완화하겠다는 임대사업자 제도의 취지는 무색해졌고, 일부 전세사기꾼들이 이 제도를 전세사기에 악용한 셈입니다.

한편,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면 임대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행정이 뒷받침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뉴욕시는 '임대차 안정화 규정(Rent Stabilization Code)'의 적용을 받는 임대주택(전체의 60% 이상)의 경우 임대료 연혁, 임대주택의 세대수 및 주거설비 등 다양한 정보를 등록하여야 합니다. 덕분에 임차인은 계약 체결 시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만일 임대인이 관련한 등록을 늦게할 경우 법정 규제임대료의 인상분을 적용받을 수 없도록 하는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등록 정보 늘리고, 관리·점검 위한 기반 넓히고" 안전한 민간임대 만들기

반면 우리나라는 등록 임대주택과 임대사업자의 범위가 아주 협소합니다. 현행 민간임대주택법에서 임대사업자 등록은 의무가 아닌 신청 사항입니다. 또, 부동산거래신고법에 따라 보증금이 6천만 원을 초과하거나 월 차임이 30만 원을 초과하는 주택이면 그 임대차계약을 신고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정작 이를 위반해도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과태료 부과 조치를 계속 유예하고 있어 임대차 거래 신고제도 또한 유명무실화되어 있습니다.


전체적인 민간임대주택 관리 및 감독 체계를 구축하려면 무엇보다도 임대차를 등록하고 임대사업자와 임대주택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합니다. 뉴욕시의 사례와 유사하게 잉글랜드, 웨일즈도 5명 이상이 거주하고 욕실, 화장실, 부엌 등의 시설을 공유하는 큰 규모의 다인거주주택(Houses in multiple occupation)의 등록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역시 모든 민간임대주택 또는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여 임대차 관리행정의 기반을 형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함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임대차 관리행정을 안정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관련 인력 보강, 통합관리시스템 구축이 이뤄져야 합니다. 주기적으로 임대차 정보 등록 내용을 확인하고, 위반사항을 점검할 수 있게끔 하는 행정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계약갱신 횟수 확대, 신규 임대료 제한 등 민간임대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도 병행해야 합니다. 임차인 보호 장치는 부족한 반면 임대사업자에게만 의무에 비해 과도한 혜택을 부여하는 기울어진 임대차 정책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합니다.

 ‘안전한 전세 만들기’ 전세 개혁 방안
‘안전한 전세 만들기’ 전세 개혁 방안 참여연대

한편 지난 8월 28일, 정부는 민간임대시장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야기되었다며, 기업형 민간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 완화 및 세제 혜택 강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사실상 박근혜 정부의 뉴스테이 시즌2와 다름 없습니다.

전국을 강타한 전세사기·깡통전세 사태로 기존의 전세 대출·보증, 주택임대차보호법, 임대사업자 제도 등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가 다시 한 번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과거 실패한 규제 완화 정책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문제 해결을 더 요원하게 합니다. 이제 정부와 국회는 안전한 전세 만들기를 위한 진짜 '개혁'을 시작해야 합니다.
#전세사기 #전세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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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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