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쉼센터에서 나눈 과의존 척도 청소년용 설문지.
김지영
그러나 아쉽게도 그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훨씬 더 높았다. 예전엔 종이로 받던 가정통신문은 이제 스마트폰 통신문으로 대체되었고, 학생과 선생님 간의 알림도 모두 스마트폰을 통해 이루어졌다.
심지어 학교에서 진행하는 방과 후 수업도, 스마트폰 앱을 다운로드해 학생이 직접 신청해야 했다. 학교와 관련된 모든 것이 스마트폰 없이는 불가능한 시스템으로 바뀌어 있는 현실을 마주하며,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렵게 느껴졌다. 이 문제는 단순한 의지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임을 절실히 느꼈다.
그 와중에 접한 내 친구이자 엄마인 유아무개의 이야기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얼마 전 그녀 역시 수업 시간에 아이와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수업 중 아니니?"라는 엄마의 물음에 아이는 "수업 중 맞는데요"라며 당당하게 답했다고 한다.
학교에서는 학생의 인권을 이유로 스마트폰을 따로 수거하지 않는다고 했다. 덕분에 수업 시간에도 아이와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며 친구는 다소 어이없다는 미소를 지었다.
의견은 다를 수 있겠지만, 친구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이미 통제불능의 상황에 직면했음을 실감했다. 우리가 어렸을 적, 수업 시간에 몰래 만화책을 보던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스마트폰'과 'SNS'라는 더 강력하고 즉각적인 중독의 위험이 교실 안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또 다른 친구 엄마 또한 조심스럽게 자기 이야기를 꺼냈다. 얼마 전, 학교에 찾아가 선생님들에게 눈물로 사과를 했다고 한다.
사건의 발단은 인스타그램에서 시작된 오해와 갈등 탓이었다. 학교 축제를 앞두고 아이들이 소품 제작을 위해 학교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학원 수업으로 뒤늦게 도착한 아이와 먼저 왔던 아이 사이에 인스타 사진으로 인한 오해가 불거졌기 때문이라는 거였다. 아이들 사이 욕설이 오가면서 문제가 커졌단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 아이들이 SNS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얼마나 취약한 존재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들은 아직 감정을 제어하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만큼 성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SNS는 그들에게 성인과 동일한 수준의 자유와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청소년기는 자아정체성이 형성되는 결정적 시기다. 하지만 끊임없이 남의 생활을 보게하는 SNS는,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독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 41개 주가 메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만큼 SNS가 10대들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 마치 블랙홀처럼 아이들을 빨아들이는 SNS의 힘 앞에서 부모들은 무력하기만 하다.
학업은 또 어떠한가? 끊임없이 울리는 알림음에 집중력은 깨지기 일쑤다. "화장실 간다"며 스마트폰 들고 움직이는 아이들, 수업 중에도 마음은 이미 SNS에 가 있는 셈이다.
'청소년 SNS 사용 제한'은 세계적 추세... 규제 아닌 '안전망'
이제 전 세계가 청소년 SNS 사용 제한이라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이는 단순한 규제가 아닌,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안전망 구축이라고 생각한다.

▲ 인스타그램 로고(자료사진).
boliviainteligente on Unsplash
지난 2023년, 미국 유타주는 이미 청소년 SNS 규제법을 통과시켰고, 뉴욕주는 미성년자에 대한 알고리즘 노출을 금지했다고 한다. 호주는 더 나아가 연내 SNS 연령 제한법 도입을 준비 중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은 우연이 아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를 기본권 침해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나와 친구들은 묻고 싶다. 술, 담배에 대한 청소년 접근 제한을 기본권 침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SNS 중독이 가져오는 폐해는 이에 못지 않다고 생각한다.
인스타그램의 '10대 계정' 정책은, 단순한 규제를 넘어선 섬세한 보호 장치라 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초보 운전자를 위한 연습용 운전면허처럼, 디지털 세상을 배워가는 아이들을 위한 훈련의 장이 될 것이다.
하루 1시간이라는 시간 제한은 처음엔 불편할 수 있지만, 결국 균형 잡힌 삶으로 이끄는 나침반이 돼 주리라 믿는다. 유해 콘텐츠 차단 기능은 아이들을 디지털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방패다. 성적 · 폭력적 콘텐츠는 물론, 미용 시술과 같은 왜곡된 신체 이미지를 조장하는 콘텐츠까지 차단된다. 이는 건강한 가치관 형성을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고 부모인 나는 생각한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때다. 우리는 아이들이 디지털 세상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들이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이 세상을 탐험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인스타그램의 10대 계정 정책은 그 첫 시작이 될 것이다. 아이들이 SNS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되는 그날까지, 이러한 보호장치는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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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인스타 제한' 도입 소식에 환호한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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