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평 강하면 한 마을도서관 2층에서 ‘전통춤 놀이’(초등생 대상) 특강(2024년 10월).
이송
사회문화적 가치는 없고 '떡고물'만
'춤은 생명'이라 한 이는 이사도라 던컨. 120여년 전 독일 베를린에 춤 학교를 설립하며 한 말이다. 전통춤으로는 감성을 다 드러낼 수 없다며 토슈즈와 튀튀를 벗어던지고 자신만의 옷차림과 맨발로 춤을 췄다. 짜르(황제)에게 빵을 요구하다 살해된 노동자 장례식(1차 러시아혁명 시작)을 보고 마음을 굳힌 것. 로댕 등 파리 문예인들은 그의 춤에 '프랑스 대혁명'이 보인다고 했다. '자유 춤'(현대무용)의 시작이었다. 이송 문화기획가의 '탈출'이 만만치 않았음을 짐작게 한다.
그의 '소금' 찾기는 쉽지 않았다. 지역축제 현장을 다녀봐도, 지역문화 관련 사업(공모 등)에 참여하면서도 늘 아쉬운 건 그 '소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떡고물' 관심뿐이었다. 여기저기 '생활문화예술가'가 넘쳐나는데, 하나 같이 '이거 하면 얼마나(어떤 지원) 주나요?' 물음뿐.
"문화(예술)기획가로 변신했죠. 예술에 가치를 입히고 문화화하는 일엔 춤꾼보다 수월할 거라 생각했어요. 무대에 지역춤을 올리고, 극장 대본 만들기와 기존작품 갱신(업그레이드) 등 콘텐츠에 매달렸죠. 그러다 또 하나의 벽에 부딪혔어요. 그걸 봐줄 사람이 있느냐는 것이죠."
콘텐츠의 고급화, 관객의 확대를 고민하던 시간이었다. 문화기획 '예감'(2020년부터) 활동과 동국대 대학원 강의(2018년부터)를 해왔다. 경기문화재단 이사, 국립극장진흥재단 이사, 예술경영지원센터 이사, 정동극장 전문위원,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연구원, 국립중앙극장 총무, 민족미학연구소 연구위원 등을 역임했다.
<알고 보면 재미있는 춤 이야기>(2005년), <거장과의 대화>(2004년) 등 3편의 책을 펴냈다. <춘향연가>(2009년 정동극장), <미소2-신국의 땅 신라>(2011~2013년 정동극장) 등의 대본작가로 활동했다. <퇴계연가-매향>(2016년)과 <안녕, 모란을 만나다>(2021년) 연출을 맡기도 했다.
"비상계엄이 발표되던 날이었어요. 네이버 검색창에 제 이름을 쳤다 놀랐죠. 2012년 전국연합모의고사 시험문제 지문(4문제)으로 <알고 보면...> 책이 활용된 거예요. '검무'의 '연풍대'(바람을 일으키며 몸을 돌리는 춤사위) 문제였어요. 한 도서관 베스트셀러(시험 지문 때문)로 떴고요. 남편에게 소리 질렀다, 계엄정국에 웬 호들갑이냐는 소리만 들었지만요."
양평엔 2014년 이주했다. 아버지의 단월 땅에 텃밭 가꾸러 오곤 했는데, 마침 대본상(찬기파랑가, 2011년)으로 3000만 원을 받아 남편(문화기획, 실학박물관장)에게 준 게 계기. 밥 한번 제대로 차려준 적이 없어 미안한 맘에 '밥값'이라고 건넨 것. 땅을 소개받아 구매했고, 집 짓고, 가족이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내려왔다.
"1년만 살아보려 했죠. 가족 모두 만족했어요. 큰애(아들, 군복무)는 용문초교(전교생 100명 미만) 플로어볼(하키 일종) 선수를 하며 전국 준우승을 여러 차례 했어요. 그 애가 꽃과 나무를 좋아해 시골로 온 거거든요. 시골아이로 크기를 바랐고요. 둘째(딸, 고교생)는 용문역에서 집까지 1시간 30분여를 걸어올 정도로 흑천 뚝방길이 좋대요."

▲ 양평 용문면 주민자치위 주최 ‘춤 화첩’(전통춤 인문학) 공연. 용문면다목적청사 3층 대강당.(2024년 9월)
이송
작은 일탈 속 창조, 그 구태 벗기
그의 지역사랑은 커갔다. 양평 나루터문화복원(2021년, 공동연구), '양평푸드, 맛의 달인을 찾아서'(2023년, 총괄기획) 사업 때 12개 읍면 278개 리를 찾아다니며 조사활동을 벌였다. 무엇보다 공들인 건 한국문화예술위 공모 '인생나눔교실'(멘토 교육 2027년). 원주민, 홀몸노인, 홀부모, 갱년기여성, 며느리(3대동거) 등 49명 멘티에게 10명 멘토를 붙여 121개 멘토링 활동을 했다.
"홀몸노인 멘토교육을 15회 했는데, 해외 가족여행 때문에 1명이 두차례 빠진 거 빼고 불참자가 없었어요. 한번은 프로그램을 쉬고 밥 먹으러 가자니 '이런 시간 언제 또 오겠냐'며 밥은 나중에 먹자 하더라고요. 아이들 모임에서는 서울구경, 국립극장 공연과 대학로 뮤지컬(김민기) 관람 등을 했는데 좋아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해요."
루바토(rubato)라는 말이 있다. 음악 빠르기(템포) 중 하나인데, 조금 늘이거나 당겨 리듬에 변화를 주는 기법. 훔치다는 뜻의 이탈리아어.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리스트는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움직임이라 했다. 인간 욕망으로 견주면 아주 작은 일탈, 거기서 시작된 작은 창조 쯤. 틀을 벗으려고 전통춤을 뛰어넘은 문화기획가의 발버둥이라 해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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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예술 스며드는 문화, 탈출과 발버둥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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