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의료대란, 시민의 힘으로 끝내자

[계엄 때문에 가려진 우리의 일상 : 1주차]

등록 2025.01.06 13:56수정 2025.01.0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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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서울시당 청년위원회는 앞으로 매주 1번 "계엄 때문에 가려진 우리의 일상"을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계엄 이후로도 이어지고 있는, 또는 그 전부터 이어져온 수많은 일상들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고자 합니다. 가능한 다양한 필자를 모심으로써, 다채로운 목소리를 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혹시 글을 전하고 싶다면, 익명도 좋으니 언제든 연락 부탁드립니다.
더불어, 개별 필자의 의견이 본 위원회의 입장을 대변하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글쓴이는 혜움 필명으로 활동하는 정의당원으로, 차별없는 평등한 의료를 지향하는 의대생입니다.[기자말]

 정의당 서울시당 청년위원회 계엄 때문에 가려진 우리의 일상 1주차: 답답한 의료대란, 시민의 힘으로 끝내자
정의당 서울시당 청년위원회 계엄 때문에 가려진 우리의 일상 1주차: 답답한 의료대란, 시민의 힘으로 끝내자 정의당 서울시당 청년위원회

11개월.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소위 말하는 '의료대란'이 진행된 기간이다. 이 11개월의 기간 동안, 의대생으로 살아가면서 귀가 닳도록 들은 질문이 있다. "OO아, 이 상황 언제 끝날 것 같냐?" 그럴 때마다 나는 "학교 교수님들도, 심지어 대통령도 모르는데 저도 알 길이 없죠"라는 식으로 답을 해왔다.

내란 시도가 저지된 이후로는 "그래도 대통령이 곧 바뀔 것 같으니 타협의 길이 조금 더 열리지 않을까요?"라는 개인적인 희망을 담은 설명을 덧붙이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런 막연하고 모호한 답과 설명 밖에 내놓을 수 없다는 점에서도 드러나듯, 지난 11개월은 한 명의 의대생에게는 많이 답답한 시간이었다. 의료계와 정부 간의 갈등 한가운데 놓여있으면서도 이 상황에 대한 발언권은 전무하니 말이다.

그 답답함은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도 향해 있고, 의료계에 대해서도 향해 있다. 아무래도 자강두천(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대결)이라는 단어가 이 상황을 가장 적확하게 묘사하는 것만 같다.

윤석열 정부의 실책이 더 크게 부각되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단적으로, 어떤 사전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2000명을 늘리겠다는 엄포는 매우 큰 어려움을 불러왔다. 2000명이라는 숫자만으로는 잘 감이 안 올 수도 있을 텐데, 학교에 따라서 세 배의 인원이 늘어난 학교도 있다.

처음부터 20~30명을 수용하는 정도로 강의실 및 교원 규모를 설정했고, 카데바 등을 포함한 실습 시설이 준비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세 배가 넘는 인원을 증원하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어려움이다. 나아가, 그 어려움을 어떻게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그렇다면 그에 대한 대응책도 정부가 같이 마련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무턱대고 2000명을 늘리겠다는 선언만이 존재했을 뿐이다.

또, 윤석열 정부는 지역의료를 살린다는 목적을 명분으로 내걸며 증원을 추진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실제로 추진한 정책 패키지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려워보인다. 지역의료 확충이라는 정책 목표가 단순히 '지방대 증원'만으로 달성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 것이다. 수도권-비수도권 간의 인프라 차이가 극도로 심한 상황에서 비수도권 의과대학의 인원을 늘린다고 해서 비수도권의 의사가 유의미하게 많아질 거라는 건 굉장히 안일한 시장방임주의적 사고에 불과하다. 차라리, 지역의 공공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이 해당 지역에서 특정 기간 동안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지역의사제가 훨씬 나은 정책이며, 그 외에도 지역의료를 정말 실효성 있게 살리기 위한 여러 정책 방안들이 이미 여럿 제시되어 있는 상황이다.

답답하기는 의사와 의대생 집단도 매한가지이다. 의협과 대한전공의협회는 단 한 명의 증원도 안된다며, 오히려 한국에 의사가 지나치게 많다는, 객관적 통계를 부정하는 이야기를 한다. 이런 비객관적이고 배타적인 태도는, 마찬가지로 무슨 일이 있어도 2000명을 꼭 늘려야겠다는 정부의 비타협적 태도와 맞물려, 출구 없는 극한 대립을 만들고 있다.


나아가, 사회경제적으로 동질적인 편이고 선후배 간의 위계가 존재하는 의사/의대생 사회 내에서 이러한 잘못된 논리는 끝없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나와 동기, 선후배들을 강의실에 모아 놓고 '단 한 명의 증원도 막아야 한다'며 '단일대오를 유지해야 이길 수 있다'고 열변을 토하던 학생회 부원들은 졸업 후 내가 자교병원에서 근무한다면 높은 확률로 직장 동료 또는 선후배가 될 사람들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의사 익명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수업거부/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그들의 표현으로는 '부역'한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내밀한 사생활 정보를 포함한 명단을 생산하여 공유하는 일이 있기도 했다.


이 심각한 찍어내기 시도에도 의과대학생협의회나 대한전공의협회는 그저 침묵을 지켰다. 이런 상황 속에서 소신껏 집단행동을 거부하거나,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자연히 의사/의대생 사회는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철저한 단일대오를 유지하는 것처럼 비치고, 그는 강력한 파괴력을 가지며 정부와 이들이 극한대립을 이어가게 하는 동력이 된다.

이런 진퇴양난의 상황 속에서 믿을 수 있는 건, 퇴진광장에서 확인되는 시민들의 힘과 연대가, 의료문제로까지 확장되는 일 뿐이다. 실제로 최근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의료 민영화'가 2위로 올라오는 일이 있었다. 퇴진 집회에서도 관련된 언급이 이어지고 있다. 희귀병에 걸린 한 시민분이 의료비 때문에 매일 걱정하는 당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하는 의료 민영화를 막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발언을 했고, 공공병원 설립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의사 한 분은 아픈 시민들에게 도덕적 해이의 낙인을 씌우면서 부자감세를 추진하는 정부의 이중성을 비판했다.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열기가 의료 개혁까지 이어져, 윤석열이 원하는 의료개악이 아닌, 의협이 원하는 기득권 유지가 아닌, 시민들이 원하는 의료개혁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그래야만, 내년에는 학교에 간다는 나의 개인적 바람도 이뤄질 수 있으리라.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정의당 서울시당 청년위원회 블로그(https://justice21youthseoul.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의대증원 #의료대란 #의료민영화 #의사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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