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엄마의 고물상≫의 실제 주인공, 현지영 작가 어머니 주옥순 씨(94)현소영
- <엄마의 고물상>에서 글과 그림 모두를 작업하셨는데, 그림 작업을 위해 특별히 신경 쓰신 점은 무엇인가요?
"첫 그림책이라 정식으로 배우지는 못했지만 다른 작품들을 통해 독학했습니다. 먼저 이야기의 큰 줄기를 잡고 세부 이야기를 만들면서 떠오르는 장면들을 스케치했죠. 스토리보드를 만들며 자료도 많이 모았고요. 70년대 초반 고물상의 느낌을 따뜻하게 표현하고 싶어서 일반 스케치북에 색연필을 사용했습니다. 온갖 잡동사니와 흙바닥, 동물들, 금이 간 담장을 섬세하게 표현했죠. 42장의 그림을 하나의 작품으로 생각하며 작업했습니다."
- 그림이 따뜻해요. 그림으로 독자들에게 특별히 전달하고 싶으셨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5개월간의 채색 작업 전에 이치구 아저씨, 금순이 언니 등 습작을 많이 그렸어요. 사실 고물상은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이 아닙니다. 위험한 물건도 많고 좋지 않은 사람들도 드나들었죠. 하지만 엄마가 계셨기에 그곳이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공간이 되었어요. 가난하고 더럽고 위험할지라도, 엄마의 사랑이 있는 곳은 아이들에게 가장 안전하고 깨끗하게 느껴진다는 걸 전하고 싶었습니다."
- 글과 그림을 동시에 작업하며 느끼신 도전이나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그림책은 어린이책이라기보다 수준 높은 예술의 한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해주는 역할도 하고요. 저는 권정생 선생님의 <무명저고리와 엄마>와 <강아지똥>을 통해 치유를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저의 작업이 글과 그림을 동심으로 엮어 하나의 예술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되길 바랐고, 나아가 타인을 위한 치유가 되길 희망했습니다."
- 독자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기를 바라는 점이 있으신지요?
"요즘 청년들과 아이들이 많이 아픕니다. 소통이 어렵고, 때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죠. <엄마의 고물상> 속 엄마는 혼자서 오남매를 키워내야 했지만, 지금도 그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하십니다. 94세인 어머니의 말씀처럼, 저도 그때가 제일 즐거웠어요. 우리 아이들과 청년들에게 필요한 건 대신 고생해주는 게 아니라, 고난을 이겨낼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것이 아닐까요? 씩씩한 힘과 즐거움을 발견하길 바라며, 저도 창작활동에 매진하겠습니다."
전업 작가로 나설 생각은 없느냐고, 물으니 작가는 정색을 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부산시 공공 디자인 관련 일이고 자신이 그림책 그리듯 실제 일에 접목시키니 재미있고 보람도 있다고 한다. 또한 공무원으로서 겪는 수많은 경험이 그림책 그리는데 중요한 자극이 된다고 한다. 그림책에 대한 직장 동료들의 반응도 그래서 좋다고 한다.
이 그림책이 2025년 볼로냐 국제도서전 출품작으로 뽑힌 이유가 아마도 가장 한국적인 그림을 세계인들이 누구나 공감하는 그림으로 그려서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