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9월 피렌체 두오모 성당 인근 사탕가게. 향기로운 장미꽃잎에 설탕옷을 입힌 캔디가 시선을 끈다.
정세진
사실, 문학 작품이나 전래동화를 읽을 때 음식 묘사까지 세세하게 신경 쓰는 사람은 아마 드물 것이다. 번역가들 역시 독자에게 전체 내용 흐름을 이해시키는 것이 목적이니 등장하는 음식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굳이 공을 들일 일은 아니다.
동화 속 음식들의 실체를 하나씩 알아낼 수 있었던 시기는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2000년대 이후로 기억한다. 궁금했던 '봉봉'이 사탕을 가리키는 프랑스어 일반명사라는 걸 알았을 때엔 살짝 실망한 적도 있지만, 낯선 음식들의 진짜 모습을 알아가는 과정은 꽤 즐거웠다.
색다른 시각으로 보는 문학작품의 세계
물론 낯선 음식 찾아내기를 무슨 대형 프로젝트 마냥 대대적으로 했던 것은 아니다. 어쩌다 우연히 알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읽어온 세계명작들 중 상당수가 일본판 중역이었다는 것에 씁쓸해지기도 했다. 안 그래도 생소한 음식명을 일본어에서 한국어로 바꾸니 더욱 정체가 불분명해진 것.
나의 소소한 탐정놀이에는 뜻밖의 수확도 있었다. 어린이·청소년 권장 도서를 학교에서 꾸역꾸역 읽어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모든 작품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디테일로 등장하는 음식들이 당시의 시대사회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흰 빵과 검은 빵이 빈부격차를 반영한다는 것, 무인도에 표류된 '영국인' 소년들이 생필품도 아닌 차를 발견하고 기뻐했던 것 같은 에피소드들은 문학작품이나 전래동화를 보다 색다른 시점에서 바라보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