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 청사. 2025. 1. 6
김형호
"과음 자체가 사망 원인 가능성도"
나아가 재판부는 피해자 사망 당시 혈중 알코올농도 0.303%의 고도명정상태(잘 걷지 못하는 등 운동장애가 나타나고 의식수준이 점점 낮아져 혼수에 이르게 됨)였던 것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사망원인이 될 수 있다고도 짚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범행 동기 역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 증거만으로 부친이 피고인 김씨 등에게 성적 학대를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부친 명의로 든 다수의 보험 역시 보험금을 노렸다고 보기에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보험 가입 당시 망자의 직업, 신체 장애 등에 대한 고지 의무를 위반한 것이어서,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상황임을 보험설계사 자격이 있는 김씨가 예측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김씨는 2000년 3월 7일 오전 5시 30분쯤 완도읍 한 버스승강장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부친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같은 해 4월 재판에 넘겨졌다.
2000년 8월 1심에서 검찰 주장이 받아들여져 무기징역이 선고됐고, 같은 해 12월과 2001년 3월 항소심과 상고심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형이 확정됐다.
경찰은 이 사건 발생 하루 만인 2000년 3월 8일 첫째 딸 김신혜(당시 23세)씨를 피의자로 체포했다.
이후 신병을 넘겨 받은 검찰은 딸 김씨가 보험금을 노리고 수면제를 탄 술을 아버지에게 먹여 살해한 뒤 뺑소니 교통사고로 위장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후 수사기관의 영장없는 압수수색, 경찰의 현장검증 강요 등 위법 수사 사실이 드러나면서 2015년 11월 법원은 재심개시를 결정했다.
김씨는 "동생이 아버지를 죽인 것 같다"는 고모부 말을 듣고 동생을 보호하려고 수사 초기 허위 자백을 했다며, 재심을 청구했었다.
재심 개시 결정부터 1심 무죄 선고까지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데는 검찰의 항고와 재항고 등 거듭된 불복이 있었다. 재심이 개시 뒤엔 김씨의 재판부 기피 신청, 변호인 해임·재선임 반복, 그리고 법원 인사에 따른 재판부 변경 등 복합적인 사정이 있었다.
무죄를 선고받은 김씨는 장흥교도소에서 이날 중 석방될 예정이다. 김씨는 이날 선고 재판에는 불출석했다.
▲ '재심 무죄' 25년 만의 석방, 김신혜씨 인터뷰 6일 오후 재심 사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친부 살해' 혐의를 벗은 김신혜(48)씨가 전남 장흥교도소에서 석방된 직후 취재진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김형호

▲광주지방검찰청 해남지청 청사. 2025. 1. 6
김형호
김신혜씨 사건 진행 경과
-2000. 3. 7. 새벽. 김신혜씨 아버지 전남 완도 한 버스 승강장서 변사체로 발견.
-2000. 3. 8. 김신혜씨 완도경찰에 체포.
-2000. 3. 15. '존속살해, 사체유기' 혐의 김신혜씨 광주지검 해남지청 송치(경찰→검찰).
-2000. 4. 1. 존속살해, 사체유기로 재판에 넘겨짐.
-2000. 8. 12. 검사 사형 구형, 김신혜씨 무죄 주장
-2000. 8. 31. 무기징역 선고(1심)
-2000. 12. 28. 항소기각(2심)
-2001. 3. 23. 상고기각(3심, 무기징역 확정)
-2001. 6. 1. sbs 뉴스추적 방송
-2003. 10. 21. mbc 피디수첩 방송
-2014. 8. 2.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2015. 1. 28. 재심청구
-2015. 11. 18. 재심개시결정
-2018. 9. 28. 재심개시확정(대법원)
-2019. 3. 6. 재심 첫 재판(해남지원)
-2022. 10. 18. 재심재판 정지
-2023. 5. 24. 재심재판 재개
-2024. 10. 21. 검사 무기징역 구형, 김신혜씨 무죄 주장
-2025. 1. 6. 재심 1심 판결 무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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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 살해' 무기수 김신혜씨 재심서 무죄... 사건 발생 25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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