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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 살해' 무기수 김신혜씨 재심서 무죄... 사건 발생 25년 만

법원 "범죄 사실 증명 없다"... 장흥교도소 수감 김씨 곧 석방

등록 2025.01.06 15:19수정 2025.01.08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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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부 살해 사건 무기수 김신혜(오른쪽 녹색 수의)씨가 2015년 11월 18일 재심 개시 여부를 가리기 위한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5. 11. 18
친부 살해 사건 무기수 김신혜(오른쪽 녹색 수의)씨가 2015년 11월 18일 재심 개시 여부를 가리기 위한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5. 11. 18박상규

친부 살해 혐의가 유죄로 확정돼 복역 중이던 무기수 김신혜(48)씨가 재심 사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2000년 3월 사건이 전남 완도에서 발생한 지 25년 만이자, 2015년 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한 지 10년 만이다.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 형사1부(재판장 박현수 지원장)는 6일 오후 존속살해 및 사체유기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김신혜씨 사건 재심 선고 공판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 사실의 증명이 없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정 검사석을 향해선 "판결에 불복할 경우 1주일 이내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줄곧 무죄를 주장하고, 경찰 수사 과정에서 고문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도 밝혀왔는데, 이날 재판부는 과거 경찰이 김씨를 수사하는 과정에 '강압이 있었다'는 점도 짚었다.

또한 재판부는 김씨 주거지에서 발견된 노트 등 압수물 일부는 경찰이 영장 없이 압수한 것으로 영장주의에 위반한 위법수집 증거에 해당한다며, 재심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경찰 피의자 신문조서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고,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 역시 진술대로 기재돼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 역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수사기관에서 김씨가 자백한 것으로 알려진 진술 역시 당시 상황에 비추어보면, 허위 자백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마찬가지로 김씨의 친척과 경찰관들의 진술 역시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다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봤다.

검찰 공소사실에 의하면 숨진 부친은 김씨로부터 수면유도제인 독실아민 30알을 술과 함께 복용하고 그로 인해 사망했다는 것인데, 부검 당시 피해자 위장에서는 가루 형태든 알약 형태든 많은 약을 복용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도 재판부는 지적했다.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 청사. 2025. 1. 6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 청사. 2025. 1. 6김형호

"과음 자체가 사망 원인 가능성도"

나아가 재판부는 피해자 사망 당시 혈중 알코올농도 0.303%의 고도명정상태(잘 걷지 못하는 등 운동장애가 나타나고 의식수준이 점점 낮아져 혼수에 이르게 됨)였던 것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사망원인이 될 수 있다고도 짚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범행 동기 역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 증거만으로 부친이 피고인 김씨 등에게 성적 학대를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부친 명의로 든 다수의 보험 역시 보험금을 노렸다고 보기에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보험 가입 당시 망자의 직업, 신체 장애 등에 대한 고지 의무를 위반한 것이어서,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상황임을 보험설계사 자격이 있는 김씨가 예측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김씨는 2000년 3월 7일 오전 5시 30분쯤 완도읍 한 버스승강장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부친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같은 해 4월 재판에 넘겨졌다.

2000년 8월 1심에서 검찰 주장이 받아들여져 무기징역이 선고됐고, 같은 해 12월과 2001년 3월 항소심과 상고심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형이 확정됐다.

경찰은 이 사건 발생 하루 만인 2000년 3월 8일 첫째 딸 김신혜(당시 23세)씨를 피의자로 체포했다.

이후 신병을 넘겨 받은 검찰은 딸 김씨가 보험금을 노리고 수면제를 탄 술을 아버지에게 먹여 살해한 뒤 뺑소니 교통사고로 위장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후 수사기관의 영장없는 압수수색, 경찰의 현장검증 강요 등 위법 수사 사실이 드러나면서 2015년 11월 법원은 재심개시를 결정했다.

김씨는 "동생이 아버지를 죽인 것 같다"는 고모부 말을 듣고 동생을 보호하려고 수사 초기 허위 자백을 했다며, 재심을 청구했었다.

재심 개시 결정부터 1심 무죄 선고까지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데는 검찰의 항고와 재항고 등 거듭된 불복이 있었다. 재심이 개시 뒤엔 김씨의 재판부 기피 신청, 변호인 해임·재선임 반복, 그리고 법원 인사에 따른 재판부 변경 등 복합적인 사정이 있었다.

무죄를 선고받은 김씨는 장흥교도소에서 이날 중 석방될 예정이다. 김씨는 이날 선고 재판에는 불출석했다.

'재심 무죄' 25년 만의 석방, 김신혜씨 인터뷰 6일 오후 재심 사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친부 살해' 혐의를 벗은 김신혜(48)씨가 전남 장흥교도소에서 석방된 직후 취재진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김형호


 광주지방검찰청 해남지청 청사. 2025. 1. 6
광주지방검찰청 해남지청 청사. 2025. 1. 6김형호

김신혜씨 사건 진행 경과

-2000. 3. 7. 새벽. 김신혜씨 아버지 전남 완도 한 버스 승강장서 변사체로 발견.
-2000. 3. 8. 김신혜씨 완도경찰에 체포.
-2000. 3. 15. '존속살해, 사체유기' 혐의 김신혜씨 광주지검 해남지청 송치(경찰→검찰).
-2000. 4. 1. 존속살해, 사체유기로 재판에 넘겨짐.
-2000. 8. 12. 검사 사형 구형, 김신혜씨 무죄 주장
-2000. 8. 31. 무기징역 선고(1심)
-2000. 12. 28. 항소기각(2심)
-2001. 3. 23. 상고기각(3심, 무기징역 확정)
-2001. 6. 1. sbs 뉴스추적 방송
-2003. 10. 21. mbc 피디수첩 방송
-2014. 8. 2.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2015. 1. 28. 재심청구
-2015. 11. 18. 재심개시결정
-2018. 9. 28. 재심개시확정(대법원)
-2019. 3. 6. 재심 첫 재판(해남지원)
-2022. 10. 18. 재심재판 정지
-2023. 5. 24. 재심재판 재개
-2024. 10. 21. 검사 무기징역 구형, 김신혜씨 무죄 주장
-2025. 1. 6. 재심 1심 판결 무죄 선고

[관련기사]
'25년 수감 끝 무죄 석방' 김신혜씨 "그때 바로잡았으면 좋았을 텐데..." https://omn.kr/2brf8

[관련 연재기사]
그녀는 정말 아버지를 죽였나 https://omn.kr/1py0n

#부친살해 #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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