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에밀> 표지 루소가 쓴 책 <에밀> 표지이다.
한길사
"고전은 누구나 읽고 싶어 하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다."
1900년 마크 트웨인(Mark Twain)이 토마스 윈스터(Thomas Winchester)의 말을 인용하면서 유명해진 문장이다. 마크 트웨인은 단테(Dante)의 <실락원(Paradise Lost)>을 두고 이야기했다. 우리 주변엔 이 문장에 어울리는 수많은 고전이 있다.
위대한 교육 이론가로 알려진 장 자크 루소. 교육 분야 고전은 비유와 실제 면에서 루소(Rousseau)가 쓴 <에밀(Emile)>을 빼놓을 수 없다. '아동 중심' 현대교육의 출발이며, 교육을 다루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대강의 '줄거리'는 알고 있는, 그야말로 고전 중의 고전이다.
그런데 교육전문가라고 주장하는 사람 가운데 생각보다 <에밀>을 제대로 읽어 본 사람이 드물다. 몹시 부끄러운 말이지만, 교사 생활을 제법 오래 한 나도 작년 말에야 먼지를 친구삼던 <에밀>을 꺼내 들었다.
<에밀>은 260여 년 전인 1762년 세상에 나왔다. 서문과 5부로 구성된 소설이다. 책은 '에밀'이라는 아이의 발달 단계에 따른 교육을 다룬다.
소설책 1부는 유아기의 에밀을 다룬다. 2부는 다섯 살부터 열두 살까지 아동기 교육에 관한 내용이다. 3부는 열두 살에서 열다섯 살까지 소년기 에밀의 교육을 다룬다. 4부는 열다섯 살부터 스무 살까지 청년기 에밀을 위한 교육 부분이다. 마지막 5부는 스무 살이 넘은, 어른이 된 에밀에게 '소피'라는 여성을 만나게 하고 결혼시키는 내용이다.
"나는 가상의 한 학생을 선정하여, 그를 교육하기에 알맞은 나이와 건강과 지식, 그리고 모든 재능을 내가 갖추고 있다고 가정하고, 그가 태어난 때부터 어른이 되어 자기 이외의 아무런 안내자도 필요하지 않을 때까지 이 교육을 행할 결심을 했다."
(책, 86쪽)
루소의 여성관을 보여주는 마지막 5부는 4부까지 내용과 사뭇 다르다.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성차별적 사고가 확연하다. 마지막 부분을 빼고 읽는 것이 낫다는 게 내 생각이다.
<에밀>은 유명한 다음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 문장은 루소를 '성선설' 주장자로 자리매김하는 근거로 사용되곤 한다.
"모든 것은 창조자의 수중에서 나올 때는 선한데 인간의 수중에서 모두 타락한다." (책, 61쪽)
이외에도 교육과 관련해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말들이 많이 나온다. 일부만 옮겨 본다. 혁신학교에서 유행하던 목공 교육도 루소가 이미 <에밀>에서 강조했던 것이기도 하다(책, 359쪽).
"교훈을 미리 제시하지 말고, 학생 스스로 그것을 발견해내도록 해야 한다." (책, 88쪽)
"허약한 신체는 영혼을 약화시킨다." (92쪽)
"아이들이 들어도 좋은 유일한 버릇은 어떤 버릇도 들이지 않는 것이다."(책, 109쪽)
"우리는 두 번 세상에 태어난다. 한 번은 존재하기 위해서이며, 다른 한 번은 살기 위해서이다." (책, 377쪽)
자녀들 고아원에 보낸 루소... 참회록에 가까운 책
루소가 살던 18세기 유럽 사람들에게 '어린이'나 '청소년'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어른들에게 어린이와 청소년은 그저 유흥과 여가를 즐기는 데 방해가 되는 존재일 뿐이었다. 18세기 중엽 파리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어린이가 버려지거나 보호소로 보내졌다는 통계도 있다. 루소도 다섯 아이를 고아원에 보냈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게 보면 <에밀>은 루소의 참회록에 가깝다.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이렇게 할 것이라는 반성문으로 읽히기도 한다. 오랫동안 루소는 자신의 주장과 과거 행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다. 대표적인 비판자는 볼테르(Voltaire)였다.
루소는 '어린이의 발견자'라고 불린다. 그것은 바로 그가 성인 중심의 아동관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최초로 아동을 성인의 축소판이 아닌 그 자체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루소는 아동, 청소년의 지위와 가치를 새롭게 찾아낸 사람이다. '아동 중심 교육'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 루소는 '아동 중심 교육'의 거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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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 교육의 또 하나의 특징은 '자연주의 교육'이다. 여기서 자연은 두 가지 의미를 함께 가진다. 선한 인간 본성 자체와 타락한 사회 관습과 제도에 물들지 않은 자연이다.
교육은 자유롭고 사회적 제약을 벗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이미 악습으로 가득 찬 사회를 고려하면, 루소의 자연은 새로운 사회를 구성해야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초기의 교육은 소극적이어야 한다. 그것은 미덕이나 진리를 가르치는 데 있지 않고 마음을 악습으로부터, 정신을 오류로부터 지켜주는 데 있다. 만일 당신이 아무것도 시키지 않거나 방임하지 않고, 설령 당신의 학생이 왼손 오른손도 구별할 줄 모르는 상태이지만 그를 건강하고 튼튼하게 열두 살까지 길러낼 수 있다면, 당신의 최초의 가르침이 시작되자마자 그의 오성의 눈은 이성을 향해 열릴 것이다." (책, 163~164쪽)
루소는 '자연', '인간성'에 바탕을 둔 보편교육을 처음으로 내세웠다. 그가 이야기한 '아동 중심', '소극적 교육'은 지금도 우리 교육에 필요한 부분이다.
한국의 가정과 학교에서는 아직도 아동, 청소년들에 관한 '과잉 개입'이 진행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의대 정원 증원 이슈가 생기자마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의대 진학 학원이 인기라는 뉴스를 루소가 만났다면 무엇이라고 했을까?
책을 읽고 느낀 점, 기성세대는 아직도 '어린이', '청소년'에게 더 많이 배워야 한다는 것. 우리는 아직도 그들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당신의 학생들을 더 잘 연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라. 확신하건대 당신은 그들을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책, 55쪽)
에밀
장 자크 루소 (지은이), 김중현 (옮긴이),
한길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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