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 치앙라이 '르 메르디앙 호텔' 정원입니다.
박상훈
방을 두 개 얻는다면 안 써도 될 돈을 쓰는 셈이다. 좀 편하자고 방을 두 개 얻으면 당연히 방값으로 두 배나 되는 돈을 지출해야 한다.
사실 방 값이라고 해봐야 크게 비싸지는 않다. 태국 치앙라이는 물가가 싸서 지금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의 경우 방 하나를 한 달 빌리는 데 우리나라 돈으로 20만 원 정도 밖에 하지 않는다. 그 정도 쯤이면 방을 두 개 얻어도 괜찮겠다 싶지만 그래도 가외의 돈이 더 들어간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남편의 제안을 단 칼에 내쳤다.
"무슨 방을 두 개씩이나 얻자고 하는 거야? 왜 쓸데없는 데 돈 쓰려고 해."
그렇게 쏘아 붙였다. 그런데 다시 생각하자 괜찮을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돈'을 더 쓴다는 그 생각을 지우자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은 나만의 공간을 가진다는 게 좋았다. 그래서 남편에게 말했다. '괜찮은 생각 같다'고, '방 두 개 얻는 것 한 번 생각해보자'고 말했다.
부부는 일심동체, 그러나...
세상은 '부부'에게 요구하는 틀이 있다. '부부는 일심동체'여야 한다는 말이 그것이다. 두 사람이 마치 하나의 존재처럼 같이 행동하고 같은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 말이 품고 있는 뜻이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비난의 손가락질을 한다. 부부는 이래야 한다는 정답이 있기라도 한 양 우리 사회는 무언의 압력을 부부에게 가한다.

▲ 치앙라이 생활 체육 시설에서 '우드 볼'을 즐기는 부부. 함께 한 세월만큼 아름다운 노년의 부부입니다.
이승숙
부부는 일심동체인 것처럼 서로를 생각해야 하겠지만 그보다는 각자가 서로 다른 존재임을 자각하는 게 우선이다. 남편의 의견을 무조건적으로 따르기를 요구하던 시대는 갔다. 지금은 서로의 개별성을 존중하는 시대다.
일심동체는 이상적인 관계일 뿐 실제로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개별성이 존중되어야 한다. 그것이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부부상이다. 각자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서로 맞춰 조화롭게 사는 것이 현명한 부부의 모습일 것이다.
서로 존중하며 조화롭게 사는 삶
외국에서 방 하나를 얻어 두세 달 동안 온전히 같이 지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일 수 있다. 각자 바쁘게 지냈던 생활을 접고 고요히 서로에게 집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따로 또 같이 지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함께 할 때는 서로에게 집중하지만 고요히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도 좋을 것 같다.

▲ 큰 나무처럼 서로에게 넉넉하기, 태국 치앙라이에서 배우는 삶입니다.
이승숙
밤이 깊어 사방이 고요하다. 주방의 식탁에 앉아 글을 쓰는 지금 이 시각, 자정을 넘어 01시가 다 되었다. 남편의 숙면에 방해가 될까 봐 노트북의 자판을 조심스럽게 누른다. 그래도 새어나가는 불빛은 막을 수가 없다.
방을 두 개 얻자고 말은 했지만 실제로는 그럴 생각이 없었는지 남편은 그 후로는 별 말이 없다. 대신 내가 그 점에 대해 생각하고 숙고한다. 방을 두 개 얻을 것인가 말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면 두 개 얻는 게 좋을 것도 같고 또 저렇게 생각하면 괜한 짓을 하는 것 같이도 느껴진다.
새해가 된 지도 이틀이 지났다. 자정이 넘었으니 새로운 날이 시작되었다. 지난 3일은 우리가 부부의 연을 맺은 지 38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 긴 날들을 우리는 잘 맞춰가며 살았구나. 새삼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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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두 개 얻자" 남편의 제안에 깊어지는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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