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에서 속초를 다녀올 일이 있어 읍내 버스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기다리던 중이다. 일흔을 갓 넘겼을 아주머니 두 분이 나누는 대화가 현 시국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 고장에서는 듣기 쉽지 않은 주제였기에, 귀가 솔깃했다. 일흔은 고사하고 쉰만 넘어도, 아니 그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도 이상스러울 만큼 민주당이나 진보정당들에 대해서 아주 혹독한 평가를 내려놓고 그 뒤에 얼마쯤 보수정당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곤 한다. 그런데, 대놓고 "시끄러워 죽겠어. 저딴 걸 도대체 왜 빨리 안 잡아 가두는지 몰라. 저딴 걸 대통령이라고 지켜준다니 그게 말이돼"라고 말하니 놀라웠다. 그래서 말을 걸었다. "혹시 지난 선거 때 이재명에게 투표를 하셨나요?" "아니요. 아저씨 그땐 우린 윤석열이 찍었는데, 검찰총장인가를 하면서 추미애한테 엄청 당했잖아요. 불쌍하기도 하고 국민의힘에서 대통령후보로 나온다기에 윤석열이 찍었어요." 시내버스가 오는 방향을 잠시 확인하고 본격적으로 다가서서 물었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윤석열을 체포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마음을 바꾸셨어요? 이쪽 지역에서는 그러기 쉽지 않잖아요?" "지 마누라가 유명 상표(디올)인 뭐라더라, 그 핸드백을 받았잖아요. 그걸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얼버무리고 넘어가더니 수사를 해야 된다면 막고. 지난번엔 일찍 자느라 몰랐는데 아침에 보니 뭔 말도 안 되는 비상계엄인가를 내렸다고 해서 애들한테 물어보니 국회에서 풀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그 뒤로 마음을 바꾸신 거군요? 체포해서 재판을 받게 하면 찬성이신가요?" "그게 미친놈이지 지금이 어느 땐데 비상계엄을 해요. 옛날에나 그러면 뭔 일이 있는가보다 했지 지금은 뭔 일이 생기면 바로 알잖아요. 아저씨는 근데 어디 살아요? 서울에서 왔우?" "저도 여기 토박이입니다. 전 지난번에도 그렇고 그 이전에도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은 민주당이나 진보당을 선택했습니다. 지역이야 잘 할 사람을 선택해도 되지만 국회의원 정도는 정말 그들이 표를 달라고 할 때처럼 머슴처럼 일을 할 사람이 되게 해야 되잖아요. 여기에선 아주머니들처럼 대통령을 빨리 안 잡아 가두냐고 하는 분들 만나기 힘들어 물어보았습니다." 마침 시내버스가 도착해 버스에 올랐는데 두 분 아주머니는 뭔가 속엣 말을 더 풀어놓고 싶은 눈치였지만 서로 목적지가 다르기에 도중에서 하차하며 헤어졌다. 아주머니들의 말을 듣고 끼어든 남자에 대해 그분들도 궁금하긴 마찬가지겠지만 같은 지역에 산다니 언젠가는 우연한 기회로 다시 만나게 되리라 생각한다. 곰곰이 생각하니 참으로 이상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세상을 살아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끝을 기약할 수 없는 기나긴 터널 속에 여전히 달리기만 하는 건 아닐까 싶다. 내가 사소한 잘못 하나라도 저지른다면, 그들은 거침없이 쇠고랑을 손목에 채우며 '당신은 변호사를'부터 시작해 미란다 원칙이란 걸 떠들어대며 그것만으로 적법절차를 다 거쳤다고 당당하게 짐짝처럼 끌고 가지 않겠는가? 그런데 국민을 대상으로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자는 어떻게 저렇게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으로부터 거둬들인 피 같은 돈으로 호의호식하며 여전히 '세비'란 명목으로 녹을 받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힘써야 할 군과 경찰에 의해 보호를 받으며 버틸 수 있는지 정말 모르겠다. 도리어 그런 자를 위해 그를 영입해 권력을 쥐어준 정당은 발 벗고 나서서 괴상한 주장들을 펼친다. 2009년 1월 20일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에 끔찍한 짓을 벌인 것에 책임이 있는 국회의원은 "일본 자민당 정부는 한국 정권 교체를 바란다"고 하며 "문(재인) 대통령은 간첩 도움으로 대통령 당선"되었다고 떠들어도 괜찮은 세상이라 그런 모양이다. 경찰 고위직으로 종사했던, 또다른 의원은 국가수사본부를 항의 방문해 "훗날을 생각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협박으로 받아들일 발언을 하고도 뻔뻔할 수 있으니 이해하기 어렵다.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이 "듣기 거북하다"고 할 정도로 적절하지 못한 말 아닌가. 이제 이곳에서도 자신이 선택한 대통령에 대한 마음을 거두는 모습을 만나니 반갑다. 더구나 이곳과는 다르게 많은 눈이 내린 밤을 꼬박 한남도 도로에 앉아 한마음으로 새날을 염원한 이들이 있다니… 마음은 한남동으로하늘도 미안했던 모양이다강추위 마다않고 등신불처럼스스로 등신불처럼 맨바닥에 앉은 그들에게저리도 보드랍게 튼 솜뭉치솜뭉치 하염없이 덮는 걸 보면사형선고가 아니라사형언도가 아니라사형집행도 아까운 자(者)들아 보았느냐보고도 믿기지 않을 이 콧날 시큰한 염원하늘도 움직인 조용한 염원을겨울 갈대도 서로 의지하여 겨울을 넘기는데서로 몸 부비며 이겨내는데그리하여 새봄 초록의 싹을 틔우는데그런 한 마음으로 겨울밤을 이겨냈으니저들, 저 사형집행도 아까운 자(者)들한몫에 지워버릴 조용한 파도 아니랴 이렇게 그들의 모습에 대한 시로 마음을 함께 하는데, 같은 마음이었지 싶다. 여태명 서예가도 '한남동돌부처'란 제목으로 두 점의 작품을 그리고, 공개했다. 많은 이들이 함께 만나면 좋겠기에 허락을 받고 소개한다. 큰사진보기 ▲한남동돌부처 148x34.5cm 화선지에 먹/이천이십오년일월칠일 새밝여태명그리고쓰다 여태명 작품엔 위의 설명 외에 다음의 글이 담겼다. 폭설이 내리는 날 밤한남동 대통령관저 앞도로의 수많은 돌부처이렇게 춥고 차가운아스팔트 위눈발 속에서도흔들리지 않는 몸그들의 마음에 깃든정의와 상식은오늘 새벽을 여는횃불이어라 큰사진보기 ▲한남동돌부처 여태명 서예가께서 한남동에서 눈내리는 밤을 지킨 이들의 모습을 담으신 작품 여태명 이 작품엔 다음의 내용이 담겼다. <'공수처(公搜處)인가? 공수처(空手處)인가?' 102x34.5cm 화선지에 먹/이천이십오년일월칠일 한남동돌부처 새밝여태명작>▣ 제보를 받습니다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한남동돌부처 #여태명 #윤석열내란 #공수처 #윤석열체포 추천9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정덕수 (osaekri) 내방 구독하기 트위터 솔가지위 나풀거리는 눈송이 / 가지를 부러뜨리네. // 내가 하는 말 한 마디 / 저 눈송이인 줄 아네. 이 기자의 최신기사 냄비를 새까맣게 태웠지만 건강은 지켰습니다 구독하기 연재 12·3 윤석열 내란 사태 다음글 1320화 "처음 본 분에게 울컥..." 윤석열퇴진집회 사회자의 특별한 경험 현재글 1319화 "지금이 어느 땐데 계엄을..." 70대 노인들도 윤석열에게 등 돌렸다 이전글 1318화 [단독] "우리 군인 안내, 월담 막아, 국힘 당사로"... 그날밤 '치하'한 경찰 추천 연재 ESG 세상 스님 4명이 세운 전력회사, 어떻게 70위권 기업이 됐나 배우들끼리 독서클럽 매달 300만 원 줄테니 책 읽어달라는 노인의 진짜 속내 퇴직 후 새 인생 개척한 소시민 이야기 "연봉 3600에 65세 정년" 55세 조기 퇴직자가 만족한 직장 이상한 아이들 여행지에서 사 온 선물 챙겨 갔는데... 담임 교사가 한 뜻밖의 말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박근혜 휩쓸고 간 대구, '찐민심' 들어보니..."내 이 말하면 칼 맞는다" 대구에 보내는 김부겸의 작별 인사 "제 개인의 패배, 대구 시민 패배 아냐" "아부지 도와주이소!" 결국 울어버린 김부겸, 작년 떠난 선친 향한 '사부곡'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여행지에서 사 온 선물 챙겨 갔는데... 담임 교사가 한 뜻밖의 말 2 초간편 여름 밥도둑 반찬, 이만한 게 없습니다 3 곧게 솟은 장대 끝 '작은 새'... 의미를 알고는 감동이 밀려왔다 4 대기업 본사를 지방으로 옮겼더니 생긴 일 5 망고와 바나나 맛이 나는 과일, 서산 산속에서 자랍니다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지금이 어느 땐데 계엄을..." 70대 노인들도 윤석열에게 등 돌렸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이 연재의 다른 글 1321화국힘 지도부의 이중잣대...김상욱은 안되고, 인간방패는 OK? 1320화"처음 본 분에게 울컥..." 윤석열퇴진집회 사회자의 특별한 경험 1319화"지금이 어느 땐데 계엄을..." 70대 노인들도 윤석열에게 등 돌렸다 1318화[단독] "우리 군인 안내, 월담 막아, 국힘 당사로"... 그날밤 '치하'한 경찰 1317화윤석열 지키겠다며 '백골단'까지 조직한 지지자들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구독PICK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톡톡60초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전체기사 연재 포토 스포츠 방송·연예 영화 음악 공연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소개 후원하기 10만인기자 10만인편지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