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타파>가 입수해 보도한 수원지검의 수사보고서 중 2021년 10월 21일 윤석열-명태균 텔레그램 대화 부분.
뉴스타파
윤석열은 정치에 입문하면서 명태균씨를 통해 자기 확신을 심화했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확인됐다.
2021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위장 당원' 발언, '전두환이 정치는 잘 했다' 발언 등이 큰 반발을 샀지만, 명씨가 발언의 근거를 제공하거나 지지율에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타파, 윤석열-명태균 대화 보도...비공표 여론조사, 보고 확인
<뉴스타파>가 입수해 지난 8일 밤 보도한 창원지검의 수사보고서에는 강혜경씨가 보관하고 있던 명씨의 PC에서 나온 카카오톡 및 텔레그램 대화 갈무리 이미지 파일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 PC에서는 2021년 6월 26일부터 2023년 4월 경까지 명씨가 김건희씨뿐 아니라 윤석열과 나눈 대화도 나왔다.
윤석열이 대통령 출마를 공식 선언한 시기는 2021년 6월 29일로, 명씨는 정치 입문 때부터 윤석열 부부와 의사소통을 해온 셈이다.
보고서에는 2021년 10월 21일 윤석열-명태균 대화 내용이 등장하는데, 명씨가 여론조사결과 보고서를 전달하면서 한 대화다. 명씨는 "10월 21일 오늘 조사한 국민의힘 당내경선 책임당원 안심번호 5044명 여론조사 결과 자료입니다. 비공표 여론조사라 보안유지 부탁드립니다"라고 하면서 pdf 파일을 첨부했다. 윤석열은 "그래요"라고 답했다.
공짜 여론조사의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에게 공천을 준 의혹을 받고 있는 윤석열이 명씨로부터 직접 여론조사 보고서를 받은 것이 확인된 것이다. 보고서 내용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쟁력 문항에서 윤석열이 57.5%로 압도적인 1위. 윤석열-이재명 가상대결에서는 윤석열 72.4% - 이재명 12.1%로 나왔다.
이어진 대화 내용도 의미심장하다. 명씨는 "이재명을 선택한 11%는 이중당적자로 추정됩니다. 최소 6만 명 정도"라고 썼다. 윤석열은 "이놈들이 홍으로 가는 거 아냐?"라고 물었고. 명씨는 "네.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중당적자가 국민의힘 경선에서 홍준표 후보를 찍어 윤석열의 본선 진출을 방해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당시 윤석열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자신이 한 말 때문에 여기저기서 반발을 사고 있던 터였다.
10월 4일 윤석열은 "민주당 정권이 우리 당 경선에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은 "위장 당원은 (국민의힘 경선에) 투표권을 행사하지만, 본선에서는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을, 그런 민주당 지지자를 말하는 것"이라며 "그런 분들이 당원 가입을 했다는 이야기가 많다"고 주장했다.
TV토론회에서 유승민 후보가 위장 당원의 증거가 있느냐고 묻자 윤석열은 "우리 국민의힘 갤러리에도 민주당 친여 성향의 지지자 이런 분들이 상당히 지금 이중 가입을 하면서 언제까지 하면 들어가서 우리가 누구 찍을 수 있냐 이런 (말을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갤러리'는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내 게시판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명씨가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 '이중당적자'가 구체적으로 얼마 있다는 자료를 제시하며 윤석열의 '위장 당원'설에 확신을 심어준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이 조사가 '위장 당원'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라는 윤석열의 지시로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
'전두환 발언' 사과했는데 명태균은 "경선엔 긍정 영향" → 사과는 개나 줘라?

▲ 윤석열 후보의 SNS 계정에 사과를 희화화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진이 연달아 올라왔다.
윤석열 인스타그램
그 다음 대화는 '전두환 대통령 발언' 관련 내용이다 .
윤석열은 2021년 10월 19일 "전두환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며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 역시 여론의 반발을 샀고, 윤석열은 10월 21일 오전 "설명과 비유가 부적절했다는 많은 분들의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며 마지못해 고개를 숙이는 듯한 태도로 사과했다.
명씨가 보고서를 전송한 것이 이날 오후인데, 이 문제와 관련해 명씨는 "전두환 대통령 발언으로 대구, 경북에서 보수후보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켜 경선에서는 긍정적 영향이 조금 더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윤석열은 "ㅇㅋ"(오케이)라고 답했다. 이 대화가 이뤄진 게 오후 8시 34분이다.
이날 늦은 밤 윤석열 캠프가 관리하는 윤석열 부부의 반려견 토리의 인스타그램 계정 토리스타그램에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개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이었다. '사과는 개나 주란 뜻이냐'는 반발이 일었고 이 사진들은 삭제됐다. 윤석열은 또 사과했다.
하지만 '개 사과' 사진이 올라오기 전 윤석열과 명태균의 대화 내용을 보면, 윤석열은 명씨의 보고서를 통해 자신이 한 전두환 찬양 발언이 틀리지 않았고, 정치적으로도 손해 볼 것이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사과는 개나 줘라'고 해석될 여지가 큰 부적절한 메시지를 낸 데에는, 이미 사과를 한 상태지만 '그래도 내가 옳다'는 윤석열의 뜻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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