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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셀 유족이 본 제주항공 참사... 너무 닮았습니다

무안공항 찾아간 아리셀 유가족 "아리셀과 데자뷰"... 안전불감증, 방만 운영, 자본 탐욕을 봤습니다

등록 2025.01.10 11:05수정 2025.01.1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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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안국제공항 내에 마련된 제주항공 합동분향소.
무안국제공항 내에 마련된 제주항공 합동분향소.충북인뉴스

미처 몰랐습니다. 유가족의 이름으로 또 다른 참사 현장을 이렇게 빨리 방문하게 될 줄 말입니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유가족들은 지난 7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을 방문했습니다. 아리셀 참사가 난 후 6개월여 동안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받았던 우리는 무려 179명이 돌아가신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소식을 접하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무엇이라도 해야만 했습니다.

먹지도, 자지도, 듣지도, 심지어 울지도 못했던 우리들에게 많은 이들이 손을 내밀어줬습니다. 그들 덕에 우리는 살 수 있었습니다. 우리와 똑같이 아파하고 있을 유가족들에게 우리도 손을 내밀어 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 모습.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 모습.충북인뉴스

물론 두렵기도 했습니다. 폭발 화재 사고 현장의 참담함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발 전부터 참사 현장을, 또 조문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두려웠습니다. 언론을 통해 본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과 시커먼 재로 변한 아리셀 공장이 겹쳐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자동차로 꼬박 3시간을 달려 무안에 도착했습니다. 무안국제공항IC에서부터 황량함이 느껴졌고, 공항이 가까워질수록 가슴이 쿵쾅거렸습니다.

공항 근처에 다다르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수십 장의 현수막이 펄럭였고, 수백 개에 근조화환 행렬, 천주교 장로교를 비롯해 종교단체의 자원봉사 부스, 유가족 통합지원센터의 위치를 알리는 표지판, 유가족들의 심리지원을 한다는 안내 문구, 고인을 추모하는 쪽지, 유가족 구호 물품의 종류까지...


저는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6개월 전 화성시청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아리셀 데자뷰'였습니다. 지난 6월 화성시청의 풍경을 무안국제공항으로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었습니다.

 무안국제공항 건물 입구에 근조화환이 설치되어 있다.
무안국제공항 건물 입구에 근조화환이 설치되어 있다.충북인뉴스

 고인을 추모하는 내용의 포스트잇이 공항 내 계단에 붙어 있다.
고인을 추모하는 내용의 포스트잇이 공항 내 계단에 붙어 있다.충북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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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같이 밝았고, 예뻤던... 영정 속 희생자들


분향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영정 사진 속 고인들은 하나같이 너무나 밝았고 예뻤습니다. 고인을 추모하는 국화꽃과 함께 고인이 평소 좋아하던 간식들, 장난감 그리움이 절절히 묻어 있는 편지글마저도, 어찌 이렇게 닮을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비행기가 폭발한 참사 현장에선 온몸이 떨리기까지 했습니다. 시커먼 재로 변한 비행기는 아리셀 공장을 연상케 했고, 주변을 수색하는 경찰·군인의 모습도 그랬습니다. 이곳에도 아리셀과 마찬가지로 온전한 시신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소름이 돋았습니다.

세월호부터 이태원, 오송, 아리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까지 유가족들과 함께했던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양한웅 위원장 또한 아리셀과 너무나 닮았다고 하더군요.

언론을 보니 제주항공 참사의 원인도 아리셀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직 명확한 사고의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현재 제기되는 사고의 원인은 안전불감증, 방만한 운영, 자본가들의 탐욕 등으로 요약되는 인상입니다.

▲작동되지 않는 랜딩기어(바퀴) ▲연료방출 기능 미작동 ▲타 항공사와 비교해 월등히 많은 여객기 가동시간 ▲점검 시간 불충분 ▲흔하게 볼 수 없는 활주로 내 단단한 둔턱 등 자본가는 돈을 벌기 위해 무리하게 운항을 했고, 비행기를 제대로 점검할 시간조차 없었다는 증언도 나옵니다.

닮은꼴 참사는 왜 반복되는 걸까요

참담합니다. 추모, 애도, 유가족을 지원하는 방식, 원인마저 닮아 있는 참사는 우리사회에서 왜 이렇게 반복되는 걸까요? 어찌해야 이 치떨리는 참사의 반복을 끊어낼 수 있을까요?

우리는 한창 장례를 치르는 유가족들을 직접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경험상으로 말하자면, 앞으로 제주항공 유가족들은 참사의 철저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합당한 배·보상을 외치겠죠. 우리들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이를 조롱하는 댓글이 이어질 것이고, 정부에서는 이들에게 상담 등을 권유하며 '이제 그만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안내할 것입니다.

이제는 제발 끊어내고 싶습니다. 같은 풍경을 이제는 정말이지 다시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

돌아오는 길 내내 마음이 참으로 무거웠습니다. 고인들은 이제 영원히 돌아오지 못합니다. 우리들 또한 참사 전의 삶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고인과의 추억을 곱씹으며 우리는 더 치열하게, 더 좋은 세상을 위해 애쓸 것입니다. 우리 후손들은 절대로 이같은 아픔을 겪어선 안 되기 때문입니다. 다시 기회가 된다면 제주항공 유가족들을 직접 만나 손을 꼭 잡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제주항공 #참사 #아리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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