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대령 무죄!중앙지역군사법원이 9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군 형법상 항명 및 상관명예 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해병대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정훈 대령이 선고공판에 들어가기에 앞서 응원나온 시민들의 응원말을 듣고 있다.
이정민
군사법원이 전 해병대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시종일관 수사외압의 정점에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던 박 대령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외압설에 대한 수사 필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수사 외압의 배경에 윤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중앙지역 군사법원은 지난 9일 선고 공판에서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은 피고인(박정훈 대령)에게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령을 개별·구체적으로 명확하게 했다기보다 피고인 등 사령부 부하들과 함께 기록 이첩 시기와 방법에 대한 회의와 토의를 주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명확한 이첩 보류 명령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이 이첩 당일 '중단 명령'을 내린 것에 대해서는 '정당하지 않은 명령'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군사경찰은 군사법원에 재판권이 없는 범죄를 인지한 경우, 관련 기관에 지체 없이 이첩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김 전 사령관에게 특별한 이유 없이 이첩을 중단하라고 명령할 권한이 없어 '정당한 명령'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개정 군사법원법이 시행된 이후 군사법원에 재판권이 없는 채 상병 사건의 경우 민간 수사기관에 조사기록을 지체 없이 이첩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김 전 사령관이 특별한 이유 없이 수사단에 이첩 중단을 명령하는 것은 권한을 넘어선 일이라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다만 재판부는 박정훈 대령이 주장해온 'VIP 격노설'에 대해서는 "기록 이첩 보류 명령이 정당한 명령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수처, 1년 5개월 넘도록 결론 못 내려
이와 관련해 박정훈 대령의 변호를 맡은 김정민 변호사는 "VIP 격노설에 대한 직접적인 판단은 없었지만, 위법한 명령이 내려진 이유를 밝혀야 한다는 점이 판결문에 암시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또 "대통령의 개입 여부와 관련된 수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진상 규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정훈 대령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의 이첩 보류 지시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채 상병 사건 관련 책임자들을 축소하기 위한 일종의 수사 외압이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임 전 사단장 등 해병대 간부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수사 결과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자, 2023년 7월 31일 오전 열렸던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격노했다는 것이다. 대통령 격노가 전해진 직후 이미 계획되었던 국회 설명회와 기자 브리핑이 갑자기 취소되었고, 민간 경찰 이첩도 보류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설명이다.
박정훈 대령의 항명 혐의는 윤 대통령 격노로 상징되는 부당 수사 외압 의혹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이번 군사법원 판결은 윤 대통령에게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힐 도화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지난 2023년 8월 박정훈 대령 측으로부터 외압 의혹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중인 공수처는 1년 5개월이 넘도록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공수처가 12.3 내란 수사에 모든 역량을 투여하면서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은 사실상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의혹 규명 위해선 채상병 특검법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