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선택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대학 대우교수
이영광
- 현재까지는 외교 정책이 바뀌거나 달라진 건 없는 거죠?
"외교의 방향은 대통령이 정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이 직무정지잖아요. 그렇게 되면 직무정지된 대통령의 지침을 그대로 유지할지 등의 부분은 외교부장관이 잘 생각해야 해요. 기존에 대통령 지침이 유효하고 장관도 동의한다면 그대로 수행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나 기존의 대통령 지침이 유효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외교 정책은 변화할 수밖에 없어요.
또 대통령 권한대행이 예민하고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는 함부로 결정하지 말고 다음 대통령이 올 때까지 소극적으로 대응하라고 지침 내리면 어렵겠죠. 그렇게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제시한 외교 정책은 잠정적으로 보류 상태에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봅니다. 이 상태는 새로운 대통령이 올 때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게 문제인 거예요.
말씀드렸던 것처럼 외교를 축구와 비교 하면 대통령은 감독 겸 최전방 공격수 겸하는 사람인데 그 사람이 없어진 거예요. 감독은 그날그날 선발로 출전할 선수, 선수들의 포지션, 전략 결정하는 사람입니다. 매일 변경되는 사안에 대해 결정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선수들은 평소 하던 표준적인 방법에 따라서 반복할 수밖에 없는 거죠. 한국은 대통령이 없는 상태로 이미 한 달이 지났습니다. 때문에 우리 외교는 기능 마비 상황으로 들어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정책 방향에서 우리나라 외교가 지난 2년 반 동안 부분적으로 잘한 것도 있지만 대체로 많은 부분에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직무정지가 되는 바람에 많은 실수가 줄어든 측면도 있습니다."
- 차라리 직무정지된 게 어떻게 면에서는 나은 건가요?
"단순하게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부정적 요소가 있지만, 긍정적 요소도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문제가 있는 감독이라 할지라도 감독에 있는 게 좋을 수 있습니다.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결정을 못 하잖아요. 그러다 보면 상대에 따라 변화가 필요한 부분에서 변화를 못 하니까 100전 100패가 되는 상황이 오는 거죠.
그러나 기존에 2년 반 동안 윤석열 대통령이 외교를 해온 것을 보면 실수가 너무 많았고, 그런 것들이 중단된 부분에 대해서는 국가 이익 차원에서 보면 다행스러운 요소도 있습니다."
- 윤석열 정부의 문제 중 하나는 미국과 일본에 치우친 외교 아닐까 하는데.
"맞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게 미국과 일본에 치우친 외교를 했다는 건데요. 여기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게 미국과 일본을 구분해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 우리가 항상 한미 동맹 중심으로 외교 했고 안보를 의존했기 때문에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것은 진보 진영이든 보수 진영이든 똑같았다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 치우친 외교 하는 것은 대한민국 외교의 상수였고 사람이 바뀐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는 거죠."
- 물론 한미동맹 중요하지만, 미국에 할 말 하는 거와 무조건 미국이 하자는 대로 하는 건 다를 것 같거든요,
"물론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한미 동맹을 중요시하고 한미 동맹 강화를 한다는 말이 미국에 순종한다는 것이냐 아니면 미국과 대등하게 협력한다는 것이냐로 구분할 수는 있어요. 그러나 어느 쪽이든 한미 동맹, 한미 협력 문제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는 미국에 너무 순종적이지 않았나요?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윤 대통령 이전에도 한국 외교는 미국에 치우쳐 있었고, 많은 경우 미국에 순종적이라고 말할 정도로 친미적이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도 그랬고 노무현 대통령도 그랬고 문재인 대통령도 그랬습니다. 그런 상태가 변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다른 점은 뭐냐 하면 미국에 치우친 상황 속에서 남북 관계, 한중 관계, 한러 관계도 같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끌고 가느냐 안 가느냐의 문제였거든요. 미국에 치우친 상태에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관계를 망쳐놓은 게 문제라는 거예요.
또 일본과의 관계는 대통령마다 차이가 있죠. 김대중 대통령의 경우는 한일관계를 잘하려고 노력하셨죠. 결과도 좋았어요. 이명박 대통령은 한일관계를 잘하려고 했지만 결국에는 잘 안 되니까 오히려 한일관계를 파탄에 빠뜨렸어요. 윤 대통령도 이명박 대통령처럼 한일관계를 잘해보려고 엄청난 양보를 했죠. 그렇지만 그 상황이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본인은 탄핵당하고 그 협력을 했던 일본 기시다 총리도 물러났고 그런 모든 것을 요구하고 주도했던 바이든 대통령도 물러나게 됩니다.
그러니까 한일 협력은 한국과 일본의 의지만으로 되는 게 아니고 미국이 요구해야만 성립이 되는 특성이 있어요. 근데 이 한미일 3국 협력 또는 한일 협력을 주도하고 견인했던 세 사람이 지금 퇴장하는 겁니다. 그러니 한미일 협력의 추동력은 제거된 상태입니다. 이러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기 전 상황으로 되돌아가게 되는 거죠."
- 일본과 관계에서 과거사 문제가 빠질 수 없잖아요, 강제동원 문제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있는데 어떻게 될까요?
"두 문제는 세심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 과도하게 과거사 문제를 무시했고 우리 대한민국 국익을 양보했어요. 그렇지만 잘못된 합의라고 해도 국가와 국가가 맺은 외교적인 약속이나 합의는 곧바로 취소할 수 없습니다. 곧바로 취소할 경우에는 굉장한 후과가 따르기 때문에 곧바로 취소할 수 없다는 점을 현실적으로 이해를 해야 되고요. 그리고 강제징용 문제나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질적인 변화가 있었어요.
강제징용 문제는 여전히 불씨는 살아 있지만 이미 많은 절차가 진행됐기 때문에 앞으로 한일 간에 충돌하는 중대 현안으로 떠오를 것 같지 않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역시 이미 오염수를 방출한 지도 시간이 오래 지났고, 과학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얘기는 아직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이거를 문제 삼아서 일본과 외교적 갈등을 조성한다고 하면 오히려 우리나라가 외교적으로 어려움에 빠질 수 있습니다.
다만 한일 관계는 윤석열 집권 이전으로 돌아가고, 한일 간에는 과거사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갈등과 긴장 관계가 부각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현재로서는 사도 광산 문제에서 드러난 것처럼 세계유산 등록 문제가 앞으로 불거질 수 있습니다. 또 해마다 교과서 문제, 특히 독도 문제 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어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한일 관계에서 구체적으로 충돌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트럼프 행정부 대북정책 방향은?

▲2023년 12월 7일 미국 뉴욕 맨해튼 자치구의 뉴욕주 대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도널드 트럼프가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트럼프 정부가 출범할 경우 대북 정책으로 어떤 게 나올지도 관심일 것 같은데.
"트럼프 대통령 1기 행정부 때를 돌이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에서 일단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우호적인 관계에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아니면은 상호 소통을 시도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이 북미회담은 트럼프가 결정한다고 성사되는 게 아닙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동의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에 동의할지 저는 회의적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현재 신냉전 구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협력하고 연대하고 중국과의 협력도 더 강화해서 반미 국가 연대를 만든다는 구상입니다. 그런 노력을 지금 3년 동안 해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들어왔다고 해서 정상회담에 즉각 응한다면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봅니다.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2018년 2019년 당시에 북미 정상회담하고 북미 정상 간에 협력했던 우호적인 관계를 맺은 배경에는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와줬기 때문입니다. 근데 한국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도와준다고 하는 것은 한국이 미국과도 소통하고 북한과도 소통하는 특수한 지위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북한이 남한과의 관계를 통째로 끊어버린 상태입니다. 남한의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서 미국과 대화할 것을 제안하거나 권유하거나 지원할 수가 없어요. 지금 이런 상태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이 이루어질 수 있는 요소 중대 요소들이 빠진 상태입니다. 그래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저는 부정적으로 보고 있죠."
- 지금 북한이 러시아와 관계를 유지하는 건 미국이 안 받아주니까 하는 거고 미국이 받아주면 미국으로 갈 거란 이야기도 있는데.
"그런 부분이 있죠. 그러나 그런 시각이 전체 그림을 다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많은 요소가 있죠. 그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러시아와 협력을 급격하게 증진시킨 배경 중에서 가장 큰 것은 저는 윤석열 정부의 등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서 북한에 대해서 적대적인 입장을 강조했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 한국과의 협력은 기대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또 한국이 협력하지 않을 경우 미국과의 협력도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중국에 대한 의존이나 러시아와의 협력을 증진시키는 길밖에 없다고 보는 거죠. 그렇게 보면 미국이 안 받아주니까 북한이 러시아로 간 게 아니고 한국의 협력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러시아와의 협력이 증대됐다고 판단합니다.
또 2019년 트럼프 대통령과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상당히 기대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으로 협상이 무산된 적이 있잖아요. 이런 아픈 기억이 있어서 김정은 위원장도 미국과의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국에서 차기 정부가 들어서고 북한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전하면 상황은 달라질 것입니다. 그런 상태 속에서 다시 한반도 주변 외교 환경이 재편되면서 국면을 변경시킬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소추안이 인용되어서 대선이 열리고 정권 교체가 된다면 한반도도 달라질 동력이 마련될까요?
"크게 보면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남북 간에 관계도 지금 거의 통째로 단절이 된 상태고요. 북한이 핵무기 역량을 계속 증강시켰기 때문에 우리로서도 용납할 수 없는 협박을 너무 많이 했고요. 그리고 중국에 대한 의존이라든가 러시아에 대한 협력이 우리로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는 거고요.
그랬을 때 북한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는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 조성된 책임 중의 일부는 윤석열 정부의 불필요한 대북 강경 일변도 정책도 있고. 정권 교체를 통해 그런 부분은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랬을 때 외교·안보 환경 변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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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직무정지가 외교에 다행인 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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