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과 북한의 주체공업 추구

등록 2025.01.13 10:01수정 2025.01.1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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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 변동과 제철산업

국제적인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겪는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원유와 천연가스(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등), 구리와 니켈(전기차 배터리 구성), 리튬과 팔라듐(친환경 소재 수요), 고철(탄소중립) 등이 이러한 원자재 인플레이션을 선도하는 것으로 꼽힌다. 모든 국가가 산업발전에 필요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것이 아니기에 원자재 가격의 등락은 전세계적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특히 철강분야의 경우 글로벌 경기회복시에는 철강수요 증가와 건설경기 회복으로 인한 철근 품귀현상으로 가격이 급등하기도 하였으나 최근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 아래 철강제품이 덤핑으로 과잉공급 됨에 따라 포스코, 현대제철과 같은 국내 일부 공장들이 셧다운에 들어가는 등 국내 철강기업들이 고사 위기를 맞고 있기도 하다.

또한 과도한 탄소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철방식 전환 이슈로 인해 한때 고철가격이 급등하기도 하였다. 일반적으로 철을 생산하는 방법은 용광로에 석탄과 철광석을 넣어 쇳물을 만드는 고로 방식과 전기로에 고철을 넣고 녹이는 방식이 있는데 석탄을 사용하지 않는 전기로 방식이 고로 방식에 비해 탄소배출량이 25% 수준이다. 따라서 향후에도 전기로 방식에 따른 고철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 예상된다.

북한의 제철산업과 주체철 개발 노력

한편 한국에 비해 다양하고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북한 역시 이러한 원자재 부족 현상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2012년 이후 주거 및 상업시설 등의 건설붐이 일어나고 있으며, 공장 등 시설을 갱신해야 하는 문제로 인해 철강재에 대한 북한내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북한은 세계 9위의 풍부한 철광석 매장량에도 불구하고 제철기술의 부족으로 철강생산에 곤란을 겪어왔다.

전통적으로 계획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북한은 사전에 추산한 인민경제 수요에 따라 각 산업별 생산목표가 제시되고 각각의 생산지표가 연계되어 서로 영향을 미친다. 만일 계획된 철강생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군수공업을 포함한 금속과 기계와 같은 중공업뿐만 아니라 생필품을 생산하는 일반 경공업 공장의 생산목표 달성에까지 여파를 미친다.


이에 따라 북한은 '인민경제 4대 선행부문'이라 불리는 전력, 석탄, 금속, 철도 분야를 '사회주의 경제건설의 생명선'으로 규정하고, 이 중에서 금속부문에 속하는 철강산업을 사회주의 중공업 우선정책의 핵심산업으로 육성해 왔다. 과거 김일성은 "철과 기계는 공업의 왕(1958.9,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9월 전원회의)" 이라고 주창했고 김정일도 "강재(鋼材)가 나와야 쌀도 나오고 기계도 나온다(2010.1.1., 북한 신년공동사설)"고 하면서 철강생산을 독려한 바 있다. 특히 북한은 10월 9일을 금속노동절로 지정하고 있다. 이날은 1945년 10월 9일 김일성이 해방 후 만경대 고향집보다 천리마운동의 발상지인 강선제강소(현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를 우선 방문한 것을 기념한 것이다.

다소 특이한 것은 북한이 김일성 시기부터 일반적인 철생산 방식인 코크스 제철법 보다 그들만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철생산 공정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지만 북한에서는 생산되지 않는 코크스를 구소련 등에서 수입하지 않고도 북한에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갈탄, 무연탄 등으로 이를 대체하고자 해왔다. 북한의 지도자들은 제철소를 현지지도할 때마다 과학자와 기술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무연탄에 의한 철 생산방법을 연구할 것을 지시하였다. 또한 현실적으로 코크스 사용을 절감하기 위한 선진기술을 공정에 적용하거나 국내원료와의 배합비율을 높일 것을 구체적으로 지시하였다. 이를 위해 북한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철 생산기술을 발전시켜 왔는데 이렇게 생산된 철을 '주체철'이라 칭하고 있다.


과거 김일성은 "공업에서의 자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원료와 연료의 70% 이상은 국내에서 생산보장하여야 한다"거나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사람은 주체철을 해야 한다"고 교시를 내리기도 했다.

수십년간 대북제재를 겪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 코크스 수입이 중단된다면 국가경제 전반에 치명적 악순환이 발생한다. 또한 국제시세의 급변동은 외화부족에 시달리는 북한에 있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수입단가의 급변동은 제철소 운영에 있어 제품생산비를 초과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등 소위 '경제적인 실리'가 맞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코크스를 사용하지 않는 제철법을 완성하는 것은 북한의 오랜 염원이라 할 수 있다. 김정은 시기의 북한 역시 자체의 원료와 기술, 기술자들에 의해 생산된 철을 생산하는 것이 선대지도자들의 유훈을 받드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북한에서 '주체철'은 '우리식 사회주의'의 신념을 고취시키는 상징물로 역할하고 있다.

북한이 주체철과 주체철 생산체계의 완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음에도 국내외적 환경과 기술적 요인으로 인해 큰 성과를 보지는 못하였다. 이는 갈탄, 무연탄 등 북한내 연료가 본질적으로 코크스의 기본성질을 대신할 수 없었던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북한은 주체철 생산방식을 과학기술적으로 발전시키고 보다 합리적인 생산방법을 탐구한다는 목표로 2010년 내각의 금속공업성과 과학기술자들로 구성된 '주체철학회'를 설립한 바 있다. 이밖에 김책공대에 설립된 '주체철연구소'는 주체철 생산체계의 완성도를 높여 철강산업의 주체화를 실현하기 위해 주체철 100%인 강철생산 연구를 진행중이다.

한편, 북한은 김정일 시기부터 소위 '파철수집의 날'을 제정하고 전국에 방치되어 있는 고철 등을 수집하여, 이를 각지의 제철·제강소에 재(再)자원화를 위한 원료로 제공하고 있다.[1] 북한의 파철수집운동은 김정일이 1999년 3월 김책제철연합기업소를 시찰하고 철강재 증산을 지시하면서 '전군중적 운동'으로 더욱 확산되었다. 당시 김정일은 '철강재 생산을 늘리자면 파철모으는 사업을 전군중적 운동으로 힘있게 벌려 제철·제강소에 파철을 많이 보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2009년 제정된 '흑색금속법'에는 파철수집과 관리에 관한 규정(제34조∼제50조)을 두고 있다. 이러한 파철수집운동에 대해 북한 매체들은 전군중적 차원의 수집활동과 전달성과를 연중 보도하고 경쟁적인 파철 수집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실제 이 운동은 북한 내각은 물론 공장과 기업소, 학교별로 매년 연중무휴로 진행되고 있으며 평양과 지방에서 광범위하게 추진되고 있다. 특히, 단위별로 실적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사회주의 경쟁'을 조직하거나 집중수집의 날을 설정하여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일례로 파철수집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내각의 금속공업성, 수산성, 채취공업성 등에서는 일꾼들을 산하 단위들에 파견하여 낡거나 못쓰게 된 설비들을 대담하게 폐기시키도록 하여 여분의 파철을 찾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학생들과 인민반 주민들, 직장인을 동원한 북한의 파철모으기 방식이 부족한 철강생산량 늘리기라는 성과를 얻기에는 현실적인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2009년 12월 북한이 성진제강련합기업소에서 코크스를 전혀 쓰지 않고 무연탄만으로 철(선철)을 생산하는 공법을 최초로 완성하였다고 공식 발표한 이후 북한 보도매체들은 정기적으로 주체철 개발과 생산에 대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품질과 생산원가, 설비의 현대화·자동화 등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철강생산을 위한 과도한 에너지 투입 대비 낮은 생산량으로 인해 경쟁력이 낮다.

남북한 산업협력을 통한 해법마련

이러한 점들을 감안할 때 북한은 공업에서의 자력갱생 방식을 벗어나 북한내 풍부한 철광석, 무연탄 자원과 남한의 친환경 제철기술을 결합하여 남북한간 산업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남한의 제철기업인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파이넥스(FINEX) 공법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 공법은 기존 소결, 코크스 공정을 생략하고 곧바로 가루 철광석과 일반탄을 넣어 쇳물을 뽑아내는 신제철공업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예비공정이 생략되면서 원가도 절감되고 예비공정상 발생하던 공해물질이 발생하지 않아 미래의 친환경 제철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북한이 이 공법을 도입하면 코크스를 생산하기 위해 고급 유연탄을 수입할 필요가 없고 대신 북한내에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고 가격이 20% 저렴한 무연탄(45억t 매장)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파이넥스공법 채택을 통해 북한은 풍부한 저품위 철광석(50억t)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 내에서 생산되는 자원을 활용하여 자체의 기술로 개발한다는 기존 주체공업 노선과의 절충점을 도출하는 정책논리를 개발하는 것이 요구된다.

[1] 북한의 파철수집운동은 김정일이 1999년 3월 김책제철연합기업소를
시찰하고 철강재 증산을 지시하면서 '전군중적 운동'으로 더욱 확산되었다. 당시 김정일은 '철강재 생산을 늘리자면 파철모으는 사업을 전군중적 운동으로 힘있게 벌려 제철·제강소에 파철을 많이 보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코리아연구원 현안진단에도 실립니다.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과 북한의 주체공업 추구를 작성한 장영주 북한학 박사는 코리아연구원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체철 #원자재 #원자재가격 #주체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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