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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것만으로도 내 삶을 응원 받는 기분

[2025년 내가 응원하는 작가] 쓰면서 삶을 이겨내는 정지우 작가

등록 2025.01.29 19:11수정 2025.01.29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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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가 2024년 10월, 국내 역사상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고 환호하는 많은 독자들이 있었는데요. 그 열기가 다른 국내 작가들에게도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민기자들이 직접 '2025년 내가 응원하고 싶은 작가'를 써봤습니다.[기자말]
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 이후로, 내가 읽는 책의 방향도 많이 달라졌다. 전에는 에세이를 주로 읽었는데, 최근에는 소설을 주로 읽고 있다. 더군다나 고전소설을 많이 읽게 되면서 어쩐 일인지 에세이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는데, 나도 모르게 그렇게 변했다. 마치 사랑이 변하듯 내가 좋아하는 책의 취향이 바뀌었고, 그로 인해 좋아하던 작가도 에세이 작가에서 고전문학 작가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가끔 신간이 나오면 일부러 찾아서 읽는 에세이 작가가 몇 명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정지우 작가다.

나에게 좋은 책이란

정지우 작가는 변호사로 일하며 소설로 공모전에 입상도 했고, 20여 권의 책도 출간했다. 정지우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책이 아니라 강의였다. <대리사회>를 쓴 김민섭 작가와 같이하는 콜라보 강의였고, 온라인으로 한 강의였다.

강의도 참 좋았지만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린 아이를 무릎에 재우며 강의를 한 것이었다. 편안하게 아빠의 무릎에서 잠든 아이를 보며 그가 어떤 아빠인지를 대번에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편안한 아빠의 모습만큼이나 편안한 강의였고, 진정성 있는 강의였다. 그 뒤로 그의 책을 찾아서 읽었다.

나에게 좋은 책이란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을 깨우쳐주거나 내게 어떤 행동을 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예를 들면 책을 덮고 당장 글을 쓰고 싶게 만들거나 누군가에게 이 책에 나온 내용을 소개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그의 책을 읽다보면 손가락과 입이 근질거린다. 얼른 글쓰기 모임 친구들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블로그 이웃들에게 말해주고 싶다고,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이 이 책 안에 들어있다고, 말이다.


 정지우 작가(자료사진).
정지우 작가(자료사진).정지우

내가 정지우 작가에게 반한 것은 성실함이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장문의 글을 올리고 있다. 인스타그램이 어떤 곳인가. 짧고 강렬한 릴스로 사람의 시선의 강탈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이라 일컬어지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그는 파란색 바탕화면에 짧은 제목과 긴 문장의 글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블로그에 꾸준히 기록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그의 행보는 나에게 위로가 되곤 했다. 울창한 나무 숲속에서 헤매는데, 어딘가 나의 친구가 있다는 그런 안도감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블로그도 영상의 시대에 발 맞춰 짧은 영상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다. 긴 서사와 텍스트로 된 정보는 뒤로 밀리는 느낌이다. 그나마도 있는 텍스트 정보는 알고리즘을 노리기 위한 글이라 비슷한 정보들로 무장한 글이 많다. 검색 한번이면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지만, 비슷한 콘텐츠가 많다보니 조금 더 자극적이고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중이다.

그런 곳에서 나는 알고리즘과는 무관한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주로 일상을 기록하고 있는데, 수익화 혹은 마케팅을 목적으로 한 블로그 강의를 들을 때마다 '누가 당신의 일상을 궁금해 하느냐, 일기는 일기장에, 블로그에는 정보를 담아라'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 강의를 들을 때마다 나는 움츠러들곤 했다. '그러게, 나는 왜 일기를 블로그에 쓰고 있는 걸까? 그것도 공개적으로.' 나 스스로도 적당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블로그에 한동안 글을 쓰지 못한 적도 있었다.

블로그 강의를 들었던 이유는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블로그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강한 유혹이었다. 블로그에 광고를 붙여서 나오는 몇 만 원의 돈이, 때로는 몇 십 만 원의 돈이, 좋았다. 가난한 시절을 통과해온 사람에게 돈은, 쉽게 뿌리칠 수 있는 유혹이 아니었다. 그 유혹에 내 글의 정체성은 매번 흔들렸다.

그 흔들리는 정체성을 잡아준 것은 매일글쓰기 모임이었다. 온라인에 일상을 꾸준히 기록하고 싶은 사람은 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혼자만 쓰면 외로우니 같이 쓰자는 콘셉트였지만, 이 안에서 우리는 깨달아간다. 매일 쓰는 습관이 우리를 달라지게 한다는 것을. 그리고 최근 내가 생각하던 것을 정지우 작가의 책에서 만났다.

내가 알기로 마음을 진정으로 이기게 해주는 것은 매일의 습관이다. 매일 아침이 오듯 책을 읽고, 매일 밤이 오듯 글을 쓰면, 이 삶을 이겨낼 수 있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 59p.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 - 세상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는 나라는 세계를 만드는 법, 정지우(지은이)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 - 세상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는 나라는 세계를 만드는 법, 정지우(지은이)마름모

내가 응원 받는 느낌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워킹맘으로 살면서 일상에 치이기 시작하던 때였다. 직장일도, 육아도, 결혼생활도, 어느 것 하나 편하지 않던 때였다. 우울증 상담치료를 받으며 간신히 직장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고, 어딘가 기댈 곳이 필요했던 때였다. 나도 모르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회사도, 집도, 내가 마음대로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내가 유일하게 쉴 수 있고,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공간이 온라인이었다.

글을 쓸 때만큼은 내 마음대로 내 인생을 살고 있다는 만족감을 느껴졌다. 누구의 엄마도, 아내도, 직장인도 아닌, 오로지 '나'였다. 힘든 시간을 글을 쓰며 버텨냈고, 그 과정에서 나와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만남은 모임으로 이어져 매일글쓰기가 되었고, 새벽글방이 되었다(매일글쓰기는 7년째, 새벽글방은 3년째다).

글쓰기 모임의 운영방식은 다소 느슨하다. 자신의 글을 공유할 때 이외에는 모임 단톡방은 대부분 조용하다. 글은 대부분 자신의 일상을 담는다. 누군가 이 모임은 대단히 독특하다고 했다. 느슨한 연대라고, 그럼에도 계속 참여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고.

 사람을 남기는 사람 - 삶을 재구성하는 관계의 법칙, 정지우(지은이)
사람을 남기는 사람 - 삶을 재구성하는 관계의 법칙, 정지우(지은이)마름모

나는 그것이 모인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제로 쓰게 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을 보면서 동기부여를 받는다. 누군가 삶을 이겨낸 흔적을 보며, 스스로 쓰게 만든다. 나 또한 이 모임에서 동기부여를 받고, 삶을 이겨낼 힘을 받곤 하니까. 이런 느슨한 연대에서 누군가는 공모전에서 상을 타기도 하고, 누군가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삶이란 온통 완벽함을 가장하는 타인들 속에서, 서로에게 여린 사람들 간의 연대를 만들어나가는 일이다. 그런 연대 속으로 진입할수록, 약해질수록 사람은 강해진다. 이미 약함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삶은 쉽게 부서지지도 않는다. - <사람을 남기는 사람> 102p.

정지우 작가,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내가 응원 받는 느낌이다. 당신이 옳다고, 그 길로 계속 가도 된다고, 틀리지 않았다고. 나도 화답하고 싶어진다. 감사하다고, 고맙다고, 작가님의 다음 책을 기다리고 있다고.

#올해의응원하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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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하면서 프리랜서로 글쓰는 작가. 하루를 이틀처럼 살아가는 이야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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