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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도 있는 공공음수대, 서울역은 왜 안 되나요?

서울역 음수대 민원 액션과 음수대 제도 개선 요구를 진행했습니다

등록 2025.01.15 14:21수정 2025.01.1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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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도 설이 다가온다. 이례적으로 긴 설연휴를 앞두고 서울역은 또 수십만 명의 이용객들이 붐빌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시민들에게는 플라스틱 생수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 과연 서울역에서는 날마다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 생수가 소비될까?

지난해 추석 연휴, 서울역사 안 편의점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생수를 구입하려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층층이 쌓인 생수 물량이 보여주듯 계산하기 위해 줄을 선 시민들의 손마다 생수가 들려있었다.

추석연휴, 서울역사 안 편의점에서 생수를 구입하는 시민의 모습 추석연휴, 서울역사 안 편의점에서 생수를 구입하는 시민의 모습
추석연휴, 서울역사 안 편의점에서 생수를 구입하는 시민의 모습추석연휴, 서울역사 안 편의점에서 생수를 구입하는 시민의 모습여성환경연대

여성환경연대는 이처럼 다른 선택지 없이 플라스틱 생수가 소비되는 상황에 대안을 요구하기 위해 지난해 추석연휴(9월 13일)부터 10월 31일까지 한국철도공사를 대상으로 서울역 내 공공 음수대 설치를 요구하는 민원 액션 캠페인을 진행했다. 추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결과, 해당 기간 동안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는 서울역 내 공공 음수대 설치를 요구하는 고객의소리(VOC)가 총 197건 접수되었다.

공공 음수대 설치가 필요하다는 민원 내용에 대해 한국철도공사는 "철도는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로 위생과 안전을 위해 공공음수대 설치는 지양"하고 있으며 "먹는물 관리법에 의거 먹는물이 오염되기 쉬운 장소에는 정수기를 설치하면 안되며, 특히 서울역에 공공 음수대 설치 시 노숙자 사용 및 비둘기로 인해 이용고객의 위생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서울역 음수대 설치 요청에 대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답변 내용 서울역 음수대 설치 요청에 대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답변 내용
서울역 음수대 설치 요청에 대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답변 내용서울역 음수대 설치 요청에 대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답변 내용여성환경연대

하지만 한국철도공사가 답변으로 제시한 근거 법령과 달리, 국내 실내 다중이용시설 중엔 이미 공공 음수대 및 정수기가 활용되고 있는 곳들이 있다. 국내 지하철역 중 서울 광화문역과 부산 서면역 안에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의 음수대가 운영되고 있고, 인천공항과 기타 공공장소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수돗물을 먹는물로 이용하고 있다.

환경부 역시 플라스틱 생산 감축 방향에 동의하듯 플라스틱 오염은 이제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할 문제다. 이러한 방향과 함께 가야할 공공기관으로서 한국철도공사는 플라스틱 생수 소비를 원하지 않는 시민들의 요구를 좀 더 귀담아 들어야 한다. 민원에 대해 보내온 답변처럼 "노숙자, 비둘기" 등 외부적인 이유로 음수대 설치를 거부할 것이 아니라, 설치 위치 및 음수대 형태 등을 다방면으로 고려해 우려되는 문제의 예방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국내 실내 다중이용시설 음수대 설치 사례 국내 실내 다중이용시설 음수대 설치 사례
국내 실내 다중이용시설 음수대 설치 사례국내 실내 다중이용시설 음수대 설치 사례여성환경연대

공공음수대 모니터링 결과 전달...일부 자치구, 곧바로 보완과 문제 해결


현재 설치되어 있는 공공 음수대들은 플라스틱 생수 소비 저감을 위해 잘 활용되고 있을까? 서울아리수본부에 따르면 서울시에는 학교 등 교육기관 외에 1700여대의 음수대가 야외 공원에 설치되어 있다. 이에 여성환경연대는 지난 6월 35명의 시민들과 함께 야외 음수대 모니터링단을 운영했고, 결과공유회에서 <아리수본부에게 바란다> 섹션을 통해 효과적인 공공 음수대 운영⋅관리 정책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 (자세한 내용은 https://omn.kr/29j1f 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민들이 직접 모은 의견은 관할 기관에 전달했다. 음수대 운영 정책 제반에 관해서는 서울아리수본부에 제안사항을 전달하며 검토 의견 및 반영 계획을 요청했고, 실제 모니터링 결과에 대해서는 각 자치구 공원 및 한강공원 관리부서 6곳(▲강동구 도시환경국 푸른도시과, ▲관악구 공원여가국 공원녹지정책과, ▲마포구 도시환경국 공원녹지과, ▲용산구 도시관리국 공원녹지과, ▲중랑구 도시관리국 공원녹지과, ▲미래한강본부 공원부 녹지관리과)에 내용을 전달하고 검토 의견 및 반영 계획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서울아리수본부와 관악구 관할부서 단 2곳만이 요청에 대한 답변을 보내왔다.


그중에서도 관악구 공원녹지정책과에서는 미비한 표지판 사례를 전수조사하여 즉각 보완했고 시민 모니터링단의 제안 의견에 따라 먹는물로서의 음수대 이용에 관한 안내문을 추가 부착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관할 음수대 전량의 수질검사 방식과 청소 주기를 고지하면서, 음수대 홍보 및 관리에 대한 기타 제안사항들에 대해서도 유관부서 협의를 통해 차차 예산을 확보해나갈 것을 명시했다. 이미 운영되고 있는 실내 음수대 사례들과 관악구의 사례를 살펴본다면, 공공음수대의 운영과 관리 정책은 결국 "외부요인"이 아닌 관리주체의 의지에 달려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철도공사의 음수대 설치 거부는 단지 그 의지에 대한 입장임을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다.

시민모니터링 결과에 대한 관악구 답변 내용 중 캡쳐 시민모니터링 결과에 대한 관악구 답변 내용 중 캡쳐
시민모니터링 결과에 대한 관악구 답변 내용 중 캡쳐시민모니터링 결과에 대한 관악구 답변 내용 중 캡쳐여성환경연대

한편 관악구 외의 자치구 관할부서들이 답변에 미온적이었던 이유는 직접적인 담당자가 부재한 탓이 커 보인다. 서울시 조례 상 음수대는 공원 내 시설물로 음수대가 설치되어 있는 각 장소의 관리기관에 책임이 있다. 그러나 자치구 안에서도 근린공원과 어린이공원 등 다양한 공원 관리 주체가 구분되는 연유로 음수대에 대한 별도 관리 체계가 미비했다. 이에 따라 해당 내용을 중심으로 답변을 요청하더라도 담당자가 지정되지 않거나 연결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음수대는 '먹는 물'의 문제이다. 다른 시설물들과 달리 '조금 지저분해도', '기능만 잘 되어도' 사용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모니터링을 통해 제안한 바와 같이, 관리 주체가 분산되어 있는 현재 시스템 안에서 공공일자리 관리인력 배치나 위치 안내 표지판 설치 등 현실적인 관리 및 이용 활성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나아가 통합관리 시스템이나 관련 조례의 개정이 필요할 수 있다. 더불어 서울역과 고속버스터미널과 같은 대형 실내 다중이용시설에 음수대를 설치하는 것도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여성환경연대는 올해에도 플라스틱 생수 소비의 근본적인 저감과 수돗물 음용 문화 확산을 위해 다양한 다중이용시설과 공공장소에서 공공 음수대 확충 및 철저한 관리를 지속적으로 요구해나갈 예정이다.

추석연휴, 서울역 안에서 음수대 설치 캠페인 피켓팅을 진행하는 여성환경연대 추석연휴, 서울역 안에서 음수대 설치 캠페인 피켓팅을 진행하는 여성환경연대
추석연휴, 서울역 안에서 음수대 설치 캠페인 피켓팅을 진행하는 여성환경연대추석연휴, 서울역 안에서 음수대 설치 캠페인 피켓팅을 진행하는 여성환경연대여성환경연대



#생수대신음수대 #플라스틱문제 #공공음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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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창립한 여성환경연대는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모든 생명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녹색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태적 대안을 찾아 실천하는 환경단체 입니다. 환경 파괴가 여성의 몸과 삶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여 여성건강운동, 대안생활운동, 교육운동, 풀뿌리운동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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