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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의 순간, 윤석열에겐 이게 가장 충격 아니었을까

[12.3 윤석열 내란 사태] 내란범을 완전하게 처벌하는 방법...윤석열 체포와 남은 두 가지 과제

등록 2025.01.16 14:55수정 2025.01.1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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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는 모습(왼쪽)과 1월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석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하는 모습.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는 모습(왼쪽)과 1월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석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하는 모습.대통령실

다시 한고비 넘었다. 2024년 12월 3일 기습적으로 계엄을 선포했을 때, 그는 2025년 1월 15일의 자기 모습을 상상이나 했을까? 그가 그렸던 그림은 자신을 반대하던 정치 지도자들이 줄줄이 호송차에 실려 가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언뜻 허술한 것처럼 보였던 계엄 모의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그것이 꽤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한 기획이었다는 점도 밝혀지고 있다. 계엄을 꿈꿨던 이들이 간과했던 사실은 자신이 발 딛고 서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변화였다.

계엄 당일 무장 군인의 장갑차를 맨몸으로 막아선 시민이나, 뛰어난 전투력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한 계엄군, 그리고 윤석열 체포 저지에 항명하거나 바리케이드로 세워둔 차량에 열쇠를 꽂아둔 경호처 직원들의 모습은 그들의 치밀한 계엄 구상에 계산되지 못했다.

상명하복을 떠받드는 군인과 경호원들이 명령의 정당성을 따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가장 충격이 아니었을까? 그만큼 세상은 바뀌었지만, 세상을 보는 그들의 눈은 여전히 독재 시절에 머물러 있다. 권력을 쥔 책임자들이 망쳐 놓은 세상을, 이름 모를 평범한 이들이 구해내고 있다.

피포위 의식에 사로잡힌 극우세력

내란 우두머리의 체포에도 불구하고, 동조 세력이 포기할 리는 만무하다. 이들은 전형적인 피포위 의식(siege mentality)에 사로잡혀 있다. 자신이 적대적인 세력들에게 둘러싸여 있다고 느낄 때 발생하는 피포위 의식은 세계를 단순하게 해석하고 다른 집단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끊임없이 강화하면서 그것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취한다.

이런 심리가 반복되면 이견을 가진 이들을 외부로 추방하는 대신, 내부는 더욱 견고하게 응축해 세상과는 단절된 독특한 세계관을 발전시킨다. 여전히 부정선거가 실재했다고 믿으며, 모든 것이 중국과 북한의 공작에서 기인했다고 믿는 이들에게 윤석열은,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준, 보기 드문 훌륭한 지도자일 뿐이다.


그가 중국 공산당의 사주나 받으며 입법, 사법을 장악한 이들에게 불법적으로 체포된 것은 울분을 토하며 항전해야 할 일이지, '중과부적'을 인정하고 수긍할 일이 아니다. 탄핵 반대 시위의 알바 논란이 등장하고 있지만, 핵심에는 반국가 세력으로부터 조국을 지켜야 한다는 확신범의 강한 신념이 자리 잡고 있다.

물론 민주화된 나라에서는 어느 한구석쯤에 이런 집단이 늘 존재한다. 그러나 오늘 대한민국의 불행은, 이들을 몽상에서 깨우거나 극소수의 특이한 집단으로 남도록 만들어야 할 합리적 보수가 증발해 버렸다는 점이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서 한국의 보수는 최소한 대중의 상식에 근거해 발언했지만, 지금의 (자칭) 보수는 망상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기생해 자기 살길을 도모하고 있다.


윤석열에 대한 심판을 수용하기보다 적대적 충돌을 지속하는 것이 그나마 정치적 살길이라고 믿는 이들의 계산이 정치공학적으로는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보수가 성조기와 일장기, 이스라엘 국기를 함께 걸고 행진하는 이들의 편에 서서 내전 국면을 조성하지 않으면 회생을 기대할 수 없는 수준으로 전락한 것은 이 시국의 진정한 비극이다.

두 가지 과제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설득과 타협이 불가능하다면, 원칙적인 대응밖에는 답이 없다. 이 국면은 두 가지 쉽지 않은 과제를 던져 주고 있다.

첫째는 총칼을 써서라도 세상을 다시 일사불란한 전체주의 사회로 만들려는 시도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내란 세력에 대해 철저하고 엄정한 심판을 완결하는 것이다. 이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수 있다. 피포위 의식에 휩싸인 이들에게는 작은 빌미도 거대한 명분이 될 수 있다. 공수처 인근의 분신 사건같은 소식도 극단적이고 파괴적인 일련의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이 고비를 넘지 못하고 적당한 타협이나 화해와 중재의 언어 따위로 단죄를 주저한다면, 극우적 모험주의는 더 흉측한 모습으로 반복될 것이다. 어쩌면 일찌감치 일소했어야 할 독재 시절의 남은 잔재를 청산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쉽지는 않다. 그들은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첫 과제 해결 이후에 본격화할 두 번째 과제다. 윤석열과 같은 괴물을 등장하게 만든 구조적 기반을 일소하는 것이다. '87년 체제'로 부르는 민주화는 인권과 자유의 신장, 억압적 권위주의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을 부여했지만, 그 이면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과 세계 최하의 출생률이 공존하는 기묘한 사회를 만들었다.

각자도생과 끊임없는 분투, 고립과 경쟁, 그로 인한 엄청난 사회적 불평등과 불안의 일상화가 윤석열과 그 무리로부터 기인한 결과만은 아니다. 오히려 소위 '민주화 세력', '민주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이미 실효를 다해 임계치를 일찌감치 넘어버린 낡은 체제의 부작용을 해결하지 못한 결과가 윤석열과 같은 괴물이 활개 칠 수 있는 토대를 만든 것이다.

이런 현상이 우리에게만 고유한 것은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도 노력만으로 더 이상 사회적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운 불평등의 구조화, 부의 대물림의 영속화, 불만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에게라도 전가하려는 혐오와 적대가 양극단의 정치를 촉발하고 있다. 아직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유토피아를 꿈꾸는 이들과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았더라도 공동체적 향수가 남아 있는 상상적 과거로의 회귀를 꿈꾸는 이들 간의 끊임없는 각축이 최근 십여 년간 진행된 세계 정치 흐름의 특징 중 하나다.

윤석열과 같은 이들의 퇴행적 정치, 분노와 혐오의 정치는 현실에 대한 이런 불만을 등에 업고 자란다. 그래서 다시는 윤석열과 같은 정치세력이 등장하지 않도록 만드는 길은 단지 윤석열 등장 이전의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불만을 실제로 해결할 대안의 구조를 만드는 길이다.

역사적 순간

물론 첫 번째 과제에 집중해야 할 순간에, 새로운 방향에 대한 내부의 차이를 드러내고 프레임을 바꾸는 것이 현명한 일은 못 된다. 그러나 내란범에 대한 사법적 단죄가 그들을 만든 구조까지 자동으로 일소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분명하다.

민주주의의 사수, 복원만으로는 응원봉에 투영된 각자의 열망과 요구가 다시 절망과 냉소로 반복되는 악순환을 막지 못하며, 피포위 의식에 둘러싸인 이들을 구해낼 수도 없다. 또 다른 윤석열은 그런 절망과 냉소를 먹고 자라난다.

그래서 단계가 필요하다. 내란범의 심판을 위한 연대 내부에서, 새로운 체제를 모색할 일련의 과정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이 정국이 단지 윤석열 이전의 민주주의 복원에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내란범을 완전하게 처벌하는 길이며, 극단의 정치를 공존의 정치로 전환하게 만들 방법이다.

쉽지는 않다. 그러나 이미 국회 앞에서, 남태령에서, 한남동에서 도무지 가능해 보이지 않던 수많은 기적이 펼쳐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렇다면 해 볼만 한 일이지 않은가? 역사적 순간이다.
▣ 제보를 받습니다
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
#윤석열 #내란 #87년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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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보다는 공통점을 발견하는 생활속 진보를 꿈꾸는 소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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