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설득과 타협이 불가능하다면, 원칙적인 대응밖에는 답이 없다. 이 국면은 두 가지 쉽지 않은 과제를 던져 주고 있다.
첫째는 총칼을 써서라도 세상을 다시 일사불란한 전체주의 사회로 만들려는 시도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내란 세력에 대해 철저하고 엄정한 심판을 완결하는 것이다. 이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수 있다. 피포위 의식에 휩싸인 이들에게는 작은 빌미도 거대한 명분이 될 수 있다. 공수처 인근의 분신 사건같은 소식도 극단적이고 파괴적인 일련의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이 고비를 넘지 못하고 적당한 타협이나 화해와 중재의 언어 따위로 단죄를 주저한다면, 극우적 모험주의는 더 흉측한 모습으로 반복될 것이다. 어쩌면 일찌감치 일소했어야 할 독재 시절의 남은 잔재를 청산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쉽지는 않다. 그들은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첫 과제 해결 이후에 본격화할 두 번째 과제다. 윤석열과 같은 괴물을 등장하게 만든 구조적 기반을 일소하는 것이다. '87년 체제'로 부르는 민주화는 인권과 자유의 신장, 억압적 권위주의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을 부여했지만, 그 이면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과 세계 최하의 출생률이 공존하는 기묘한 사회를 만들었다.
각자도생과 끊임없는 분투, 고립과 경쟁, 그로 인한 엄청난 사회적 불평등과 불안의 일상화가 윤석열과 그 무리로부터 기인한 결과만은 아니다. 오히려 소위 '민주화 세력', '민주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이미 실효를 다해 임계치를 일찌감치 넘어버린 낡은 체제의 부작용을 해결하지 못한 결과가 윤석열과 같은 괴물이 활개 칠 수 있는 토대를 만든 것이다.
이런 현상이 우리에게만 고유한 것은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도 노력만으로 더 이상 사회적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운 불평등의 구조화, 부의 대물림의 영속화, 불만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에게라도 전가하려는 혐오와 적대가 양극단의 정치를 촉발하고 있다. 아직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유토피아를 꿈꾸는 이들과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았더라도 공동체적 향수가 남아 있는 상상적 과거로의 회귀를 꿈꾸는 이들 간의 끊임없는 각축이 최근 십여 년간 진행된 세계 정치 흐름의 특징 중 하나다.
윤석열과 같은 이들의 퇴행적 정치, 분노와 혐오의 정치는 현실에 대한 이런 불만을 등에 업고 자란다. 그래서 다시는 윤석열과 같은 정치세력이 등장하지 않도록 만드는 길은 단지 윤석열 등장 이전의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불만을 실제로 해결할 대안의 구조를 만드는 길이다.
역사적 순간
물론 첫 번째 과제에 집중해야 할 순간에, 새로운 방향에 대한 내부의 차이를 드러내고 프레임을 바꾸는 것이 현명한 일은 못 된다. 그러나 내란범에 대한 사법적 단죄가 그들을 만든 구조까지 자동으로 일소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분명하다.
민주주의의 사수, 복원만으로는 응원봉에 투영된 각자의 열망과 요구가 다시 절망과 냉소로 반복되는 악순환을 막지 못하며, 피포위 의식에 둘러싸인 이들을 구해낼 수도 없다. 또 다른 윤석열은 그런 절망과 냉소를 먹고 자라난다.
그래서 단계가 필요하다. 내란범의 심판을 위한 연대 내부에서, 새로운 체제를 모색할 일련의 과정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이 정국이 단지 윤석열 이전의 민주주의 복원에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내란범을 완전하게 처벌하는 길이며, 극단의 정치를 공존의 정치로 전환하게 만들 방법이다.
쉽지는 않다. 그러나 이미 국회 앞에서, 남태령에서, 한남동에서 도무지 가능해 보이지 않던 수많은 기적이 펼쳐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렇다면 해 볼만 한 일이지 않은가? 역사적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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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의 순간, 윤석열에겐 이게 가장 충격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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