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야간전담노동, 건강 팔아 돈 버는 교대제의 그늘

[풀어쓰는 노동시간]

등록 2025.01.16 09:56수정 2025.01.1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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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병원 간호사는 열악한 근무 환경과 높은 노동강도로 인해 이직률이 매우 높다. 특히 야간근무는 간호사들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 문제다. 그렇다면 야간에만 고정적으로 일하는 인력을 배치하면 어떨까? 야간에 고정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있다면, 야간근무를 원치 않는 사람은 야간근무 횟수가 줄어들어 이득이 되고, 한편에서는 야간 수당으로 인해 급여가 높아져 경제적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발상으로 만들어진 근무 형태가 바로 '야간전담'('나이트킵') 간호사이다.

2019년 10월 시행된 '간호인력 야간근무 가이드라인'에는 야간전담근무 관련 규제가 일부 포함되어 있다. 야간근무는 월 14일 이내로 제한하고 2일 이상 연속한 경우 48시간 이상의 휴식을 보장하며, 건강권 보호를 위해 연속 3일, 연속기간 3개월 이하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렇게 해도 1년에 최대 9개월까지 야간전담근무가 가능하다. 2023년 10월에는 월 15일까지 야간근무가 가능하도록 지침이 개악되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실제 야간전담근무에 투입되는 사람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누가 병동에서 야간전담근무를 할지는 어떻게 정해질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2개 대형 병원에서 최근 야간전담근무를 한 경험이 있는 간호사들을 인터뷰했다. 해당 병원 간호직은 1년에 몇 달은 야간전담, 몇 달은 3교대로 근무하고 있고, 야간전담을 하지 않는 부서도 있었다.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로 야간전담 스케줄이 채워지는 부서도 있었지만, 야간전담 도입 후 몇 년이 지나니 못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할당제로 하거나, 저연차부터 들어가도록 관리자가 종용한다는 병동도 있었다.

 <야간전담근무 관련 설문조사+면접조사 요약> 발표 자료 중 일부
<야간전담근무 관련 설문조사+면접조사 요약> 발표 자료 중 일부 양문영

수명 깎아 돈 버는 야간전담 간호업무

저연차 중에는 야간전담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기도 하다. 가장 큰 이유는 급여였다. 야간전담이 아닌 달과 월 70~100만 원 차이가 난다고 한다. 둘째로는 '오프(휴일)' 수였다. 3교대로 근무하면, 근무 패턴이 바뀔 때 생체리듬 회복을 위한 충분한 휴일 수를 확보할 수 없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다 보니 절대적인 휴일 수가 늘어나는 야간전담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마지막으로는 관리자와 마주칠 일이 적고, 환자 및 보호자와의 갈등 상황이 적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일부 저연차들이 야간근무를 선호하는 분위기와는 달리, 근무 연차가 쌓일수록 나이트 전담을 피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는데, 너무 지치고 힘들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눈에 띄는 건강 영향도 있었다. 수면을 비롯한 정신건강의 변화가 컸다.

"지쳤을 때 야간전담을 해보자 하고 지원했어요. 결과적으로는 더 지쳤어요." "야간전담 두 달째까지는 괜찮았는데, 세 달째는 일할 때, 일 안 할 때, 항상 계속 못 잤어요." "처음 야간전담 3달째에 우울감이 너무 심해서 집에서 이유 없이 계속 울었어요. 근데 끝나니까 또 괜찮아지긴 했어요. 요새는 야간전담 하면 그냥 기운이 없어요." "밤에는 응급상황이 터지면 해결이 어려워서 더 두렵고 예민해져요." "감정이 둔해지고, 집중력도 떨어져요. 내가 낮에 언제 깨어있을지 모르니 약속도 잘 못 잡고요. 그냥 오프 때 누워만 있어요."

고정적으로 야간에만 출근하면 순환 교대근무에 비해 낮에 더 많이 잘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 삶에는 직업노동자 이외의 역할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 간호사는 야간전담 때에는 투병 중인 가족을 돌보기 어렵다고 했다. 야간 근무 후 퇴근한 낮에는 본인이 아이를 돌보고, 밤에는 남편에게 아기를 맡기고 출근하는 경우도 있다. 야간전담 노동자는 스위치 바꾸듯이 낮에 충분히 수면을 보충할 수 없으며, 이로 인한 건강 영향은 고스란히 누적된다. 야간전담 간호사들은 위장장애와 체중증가/감소, 생리주기 변화를 흔히 경험한다. 면담에 응한 사람들은 돈을 적게 벌더라도 가능하면 야간전담을 안 하거나, 최소한으로 1년에 한두 달까지만 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지침 변화로 조건은 더 나빠졌다.


"주변에 야간전담 하면서 급성 위염 생겼던 사람도 있어요." "살이 훅 찌거나 훅 빠지거나 둘 중 하나예요." "후배들은 다 월경 주기 문제가 있었어요." "4달 동안 생리를 안 하더라고요." "수명 깎아서 돈 버는 느낌이에요." "야간전담이 월 14일이었다가 올해 정책 때문에 15일로 바뀌었어요." "병원에서는 더 확대하려고 해요."

부족한 인력, 높은 노동강도, 영향은 노동자 몸과 마음에


미세하게 조정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간호사들은 야간근무에 바라는 점으로 "나이트 근무 중 휴게시간"을 꼽았다. 영상기사나 검사실 등, 직종에 따라서는 야간근무 중에 한 시간에서 네 시간 정도 수면시간이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간호사의 경우 인력이 부족해 야간근무 중 수면을 취하기 어렵다. 야간근무 중 수면시간은 노동자의 건강과 업무집중도를 위해 꼭 필요하고, 특히 간호사의 업무는 환자의 안전과 직결되므로 더욱 고려되어야 한다.

하지만 부족한 인력 때문에 현실은 그 반대다. ㄱ병원에서는 야간에 주간 간호인력의 60%를, ㄴ병원에서는 80%를 배치하고 있었다. 야간업무 중에는 집중도도 낮고 피로도도 높으므로 주간보다 업무강도가 낮아야 하는데, 야간 인력이 지나치게 적으면 오히려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 기존의 인력 안에서 야간 투입 인원을 늘리면 오히려 한 사람당 야간 일수가 늘어나게 되니 무리다. 결국은 전체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

모든 교대근무는 건강에 나쁘다. 그중에서도 고정 야간근무는 더 나쁘다. 특히 야간업무의 강도가 높고 수면시간 보장이 없는 국내 간호사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 경우 월간 야간 근무 일수를 제한하거나, 연내 야간전담 개월 수를 제한해야 한다. 그러나 병원들은 야간전담제도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급여 문제로 선호도 조사의 숫자는 쉽게 왜곡된다.

누가 야간전담 근무를 하게 되는가의 문제도 여전히 남는다. 저연차에서 하도록 강제되는 분위기도 있다. 야간전담근무를 위해 계약직 직원을 채용하기도 한다. 이런 조건에서 노동자의 몸과 마음이 망가진다. 간호사의 교대 인력 문제는 절대 쉽게 풀리지 않는다. 긴 호흡으로 풀어내야 할 문제다. 하지만 너무 오래 방치해서도 안 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1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양문영, 강모열 님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소속으로, 노동시간센터 회원입니다.
#야간노동 #심야노동 #야간전담 #간호사 #보건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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