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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자는 회개할 수 있을까?

[주장] 탄핵사태를 바라보는 목회자의 고민

등록 2025.01.17 10:42수정 2025.01.1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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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마친 윤석열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조사 마친 윤석열 대통령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신약성서 누가복음 15장에는 널리 알려진 비유 이야기가 등장한다. 요약하면 이렇다.

'어떤 사람에게 두 아들이 있었는데, 작은 아들이 아버지에게 자기에게 물려줄 유산을 미리 달라고 하여 먼 지역으로 떠난다. 흥청망청 살면서 자기가 가진 것을 다 날린 아들은, 그 지역에 기근이 들자 돼지농장에서 일하게 된다. 배가 고파서 돼지가 먹는 콩꼬투리라도 먹고자 했지만, 그것조차도 먹을 수 없었다. 그제야 제정신이 돌아온 아들은 아버지의 집을 떠올린다. 아버지에게 잘못을 고하고, 품꾼으로라도 삼아달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아버지가 그를 환대하고, 잔치를 베풀어준다.'

이 이야기가 계속 머리에 맴돈 이유는, 1월 15일 공수처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과 그를 열렬하게 지지하는 이들 때문이었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사태 이후 그들이 보여준 행태는 '보수의 가치'를 넘어 '극우'에 해당한다고 생각했다. 끊임없이 분열을 획책하고,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며, 나라야 어찌되든 말든 지지 세력을 모우는 데에만 골몰했고, 일정 정도 성공했다. 그리하여, 몰락의 길을 걸어가던 국민의 힘과 자신의 지지율이 반등했다. 전광훈의 태극기 부대, 극우세력들을 끌어 모았다. 그리하여 온갖 궤변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정당화해도 맹신하는 세력을 양산해 내는 데 성공했다. 극우 유튜버의 황당무계한 주장에 세뇌되어 내란을 일으킨 이들이 또다시 극우들의 주장을 재생산하는 일들이 공공뉴스를 타는 동안 국론은 반쪽으로 분열되어 버렸다. 중간지대 없이 서로가 서로를 적대시하고 증오하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탄핵이후 조기대선으로 누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든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일, 탄핵이 기각된다면 더 큰 혼란에 빠져들겠지만 말이다. 이미 비상계엄 이후 대한민국은 경제적, 정치뿐 아니라 온 국민이 정신적으로도 큰 타격을 받았다. 다시 회복하려면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복탄력성'이 강한 민족일 것임을 믿고, 이 위기를 잘 극복해가길 바랄 뿐이다. 그렇게 되려면 어떤 일들이 선행되어야 할까? 이 나라가 다시 회복되려면 어떻게 되어야 할까?

탕자 회복의 유일한 희망 '회개'

 12.3 윤석열 내란사태를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집행한 3일 오후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연설하고 있다.
12.3 윤석열 내란사태를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집행한 3일 오후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연설하고 있다.유성호

이런 고민들이 성서에 나오는 '탕자의 비유'를 떠올리게 한 것이다. 탕자가 다시 집에 돌아와 아들의 지위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회개', 즉, 자기의 잘못을 깨닫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만일, 그것이 없었다면, 그는 먼 지방에서 돼지가 먹는 콩깍지도 맘껏 얻어먹지 못하면서 비참한 삶을 살다가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탕자가 회복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자기의 잘못을 깨닫고 회개하고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갈 용기를 내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본인뿐 아니라, 가짜 뉴스를 양산해 내는 유튜버, 태극기부대, 백골단, 맹신적으로 내란에 동조하는 이들이 용서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자신들의 잘못을 깨닫고 회개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때론, 매를 맞아가면서라도 자기의 잘못을 깨달아야 할 것이고, 그래도 깨닫지 못한다면 파멸의 길을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상징적으로 지금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나 그 지지자들은 매를 맞고 있는 중이다, 매를 들기 전에 자각하고 바른 길을 갔었더라면 좋았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기에 국민이 매를 든 것이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궤변으로 내란우두머리와 그 수하들을 더 감싸서 깊은 구렁텅이로 내몰지 말고, 그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깨닫게 하는 그를 진정 위하는 길을 걸어가길 바란다. 물론, 죄가 너무 커서 당장에는 용서가 안 되겠지만, 진심으로 뉘우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서서히 국민 마음도 녹지 않겠는가? 그래야, 이 나라도 극심한 분열로부터 화해와 일치로 나아가지 않겠는가?


새는 좌우의 두 날개로 난다. 하나를 잘라내야만 살 수 있다고 우긴다면 새는 날 수 없고, 심지어는 날개를 잘라내다 죽을 수 있다. 그리고 날지 못하는 새는 더 이상 새라고 할 수도 없다. 한 국가를 구성하는 다양한 이들의 생각이 어찌 획일적일 수 있겠는가? 어느 쪽으로든 '극'으로는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중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진보일 수도 있고, 보수일 수도 있다. 어떤 사안이든 진보적인 시각도 필요하고 보수적인 시각도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분단의 세월을 살면서 진영논리에 사로잡혀있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기 보다는 반목하는 데 익숙한 것이다.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여기에서 기인한 것이다. 무릇 권력을 가진 자들이나 지도자들은 이런 상황을 잘 이해했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과 권력을 위해서만 힘을 썼다. 명백한 불법과 내란행위가 자행되었음에도 여전히 내란동조세력이 되고자하는 것은 여전히 국민이나 이 나라의 미래에는 관심이 없다는 증거다. 이들은 반드시 깨어있는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목회자로서 고민이 깊다. 탕자의 귀향을 바라는 것이 허망한 꿈일 것 같아서이다. 그래도 꿈은 꾸라고 있는 것이고, 희망이란 늘 '그럼에도 불구하고'이므로 꿈을 꿀 수밖에 없다. 그래야만, 이 나라가 극과 극으로 분열되지 않고 화해와 일치의 길을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그런데 사실, 정치인들이나 맹신자들보다도 교회가 부끄럽다. 그들을 지지하던 교회와 목사들이 이런 시점에서도 여전히 회개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이참에 불의한 권력과 짝을 하고, 권력의 단맛에 취해 살던 교회들과 목사들도 회개하지 않는다면 탄핵을 당해야하지 않을까?

내란 우두머리와 수하들과 동조자들은 지금이라도 잘못을 깨닫고 회개하라. 깨어 있는 국민의 품은 옹졸하지 않아서 기꺼이 안고 갈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끝내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다면 어쩌겠는가? 스스로 자멸하거나 온갖 탕자스러운 것들이 소멸될 때까지 매를 맞는 수밖에.
덧붙이는 글 필자는 한남교회 담임목사입니다.
#탄핵 #비상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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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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